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이승하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네 피고름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연이어 피어난다
네 가족 피눈물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진한 향기를 퍼뜨린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말인가
그 자리에서 네가 아픔 참고 있었기에
산 것들 저렇듯 낱낱이
진저리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 문학사상·2018
시인의 윤리성은 고통을 발견하고 표출하는 곳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시적 노력은 참혹한 고통 속에도 생은 값진 것이니, 좀 더 참고 견뎌보자는 정언이다. 시적 주체는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타자의 고통과 직접 소통한다. 시인은 제 고통을 차단하고자 했던 타자의 한계상황과 끊임없이 정동하며 묻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은 표제작인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에서 이렇듯 새로운 대속적(代贖的) 고통관을 제시하고 있다. ‘네 피고름이 흘러내린 자리에서/꽃들 연이어 피어난다’는, 이를테면 ‘너’의 ‘참음’의 영향이 미래의 가능성으로 부활한다는 관점이 그렇다. ‘그 자리에서 네가 아픔 참고 있었기에/산 것들 저렇듯 낱낱이/진저리치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시선이 더욱 그렇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말인가’. 연옥과 같은 현실(現實)에서의 희망 하나, 너의 ‘참고’ 견딤에서 개화(開花)되었다는 것. 그것이 유일한 통로이고, 너와 네 가족의 미래가 그 곳에서 가능해진다는 의미부여.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개인에게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박소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