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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옷이 날개

같아서 좋은 것이 있고 비슷해서 싫은 것이 있다. 같은 옷을 입은 친구를 만나면 유니폼 같아서 기분이 좋은 경우가 있고 교복 같아서 싫은 상황도 있다. 모처럼 옷 한 벌 마련했는데 백화점 현관에서 같거나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덜컥 화가 날 수 있다. 왜 저 사람이 거기에서 나와! 옷가게에서 방금 구매한 디자인, 색상, 분위기가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갑자기 새 옷이 싫어지고 “택도 떼지 않고” 면허증처럼 장롱에 들어가 긴 세월을 기다리거나 새로운 입양자를 만나야하는 처지가 된다. 옷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멋을 창출하기는 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만큼의 가치나 멋스러움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부부 단체여행을 가보면 옷의 중요성이 커진다. 첫날에는 평범하고 검소한 옷차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과감해지고 공격적인 옷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여행일정 후반부에 가면 부인들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양 화려한 옷으로 경합을 벌인다. 같은 옷을 연이어 입는 것은 단체여행에서 금해야 하는 에티켓인가 싶다. 여행 가방은 빵빵하고 아침 출발시간은 지연된다. 아침까지 입고나갈 옷을 결정하는 고심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만큼 다른 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만큼 다른 이가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새 옷을 입었구나 칭찬을 하면 “작년에 입었던 거야!”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듯 보인다. 오죽하면 새 옷 입은 이에게 점심을 사라는 칭찬아닌 용비어천가가 생겨났겠나? 솔직히 일주일 전에 친구가 입었던 옷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여행을 간다 하면 행선지보다 입고갈 옷이 걱정인 경우가 많다. 외식을 하자는데 먹을 음식보다는 입고 갈 옷이 마땅하지 않다. 옷이 날개인 줄은 알겠고 인정하겠지만, 옷은 그저 계절에 맞게 여건에 어울리면 족하다. 여름에 겨울옷을 입는 철부지만 아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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