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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칼럼] '세상은 상식이 지배한다'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앞선 부모들이 늘 그렇게 말씀하시며 살았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었던 세대였던 만큼 하루하루가 위태로웠을 것이다. 눈앞에서 코 베어가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했던 삶의 해결방식은 양심이었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원. 근데 그 기준은 늘 애매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게 다였다. 상식은 기준이 없다. 원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그 ‘상식’으로 분쟁이 해결될 때가 적지 않았다. 일종의 ‘무질서의 질서’인 셈이다. 지금은 오히려 ‘질서의 무질서’의 행태들이 넘쳐 나고 있지만.

 

영화평론가인 만큼 이번 달은 영화 얘기를 두어 편 하겠다. 하드 보일드 작가로 유명한 미국 보스톤의데니스루헤인은 지금까지 연인 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딱 5권만 썼는데 그중 꽤나 유명한 작품이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이고 2007년 배우 벤 에플렉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패트릭켄지 역은 케이시에플렉이, 앤지 제나로는 미셸 모나한이 했다.

 

이 소설과 영화의 핵심은 4살짜리 아이 아만다의 유괴범을 잡는 일인데 처음엔 미해결로 보였던 (그래서 아이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종결처리된) 사건이 또 다른 유괴 살해사건과 연결되면서 우연히 실마리를 찾는다. 문제는 진짜 유괴범이 사회적으로도 명망이 있는, 모범적인 사람이고 정작 친엄마 헬렌(에이미 라이언)은 마약중독에 난잡한 성생활, 마약 조직과도 연관이 있는, 양육에는 최악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서로 지독하고 쿨(cool)한 사랑을 나누기로 유명한 켄지와제나로는 이 일로 부딪힌다. 제나로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사건을 이대로 놔둬야 한다고 말한다. 켄지는 법리의 원칙대로 유괴자를 경찰에 신고하고 아이는 친엄마의 품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둘은 결국 이 일로 오랜 파트너 생활을 정리한다.

 

김학의 사건을 두고 법을 수호합네 어쩌네 하면서 법리 공방에 나서 있는 일부 일선 검찰들께서는 실체적 범죄가 어떻든 그 범죄를 가리는 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의 행복이 중요한지 아이를 둘러싼 범죄를 소명하는 게 더 중요한지에 대한 켄지와제나로의 논쟁과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소설과 영화 속 켄지와제나로는 둘 다 목적이 순수하다. 그게 돌아가는 길이건 지름길이건 모두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기 위한 각자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학의에 대한 법적 절차 논쟁은 켄지나제나로와 달리 한쪽의 의도가 순수치 못하다. 여기엔 단지 큰 범죄와 작은 범죄가 있을 뿐이며 작은 범죄가 큰 범죄와 연동돼서 일어난 일이다.

 

당연히 큰 것 먼저 잡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상은 상식적으로 움직여져야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는다. 인간들이 양심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된다. 얼굴도 다 공개됐는데 식별할 수 없다며 무죄, 출국 금지를 시킨 것이 절차상 하자가 있는 식으로 온갖 판례를 일방적으로 동원해 또 방면하려는 의도는 상식적이지 않다. 세상은 상식이 움직여야 한다. 국민은 개 돼지가 아니다.

 

영화 얘기 하나 더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부 시리는 1, 2, 3으로 돼 있다. 한편 모두 걸작이지만 역시 1편이 최고다. 1편에서 주인공 대부 비토꼴레오네(말론 브란도)는 뉴욕 채과상 앞에서 총을 맞는다. 총상에서 가까스로 회복은 했지만 큰 아들은 죽고 막내 아들마저 곁을 떠나 있는 걸 알게 된비토콜레오네는 수십년은 더 늙은 얼굴과 표정으로 미국 내 모든 패밀리들의 회합을 주도한다. 그는 모든 것을 협조하겠다고 약속한다. 마약을 매매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상관 안하겠다고 한다. 매춘으로 돈을 벌겠다고 하면 그것도 용인하겠다고 한다. 그의 조건은 단 하나다.시칠리에 있는 아들 마이클을 무사히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이클이 돌아 오는 길에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만에 하나 그 아이의 머리에 번개가 떨어진다 해도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오.”

 

자리가 숙연해진다. 아들 마이클은 무사히 뉴욕으로 복귀한다. 각 패밀리들은 서로의 아이들과 여자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룰을 지킨다. 아이들만큼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세상의 상식 중의 최고 상식이다. 그래서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곽상도와 나경원은 그런 점에서 상식적이지 않다. 곽상도는 오래 전 유서대필사건을 조작해 강기훈을 장기간 투옥시킨 사람이다. 그런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고 세상이 다 알고 있으면 조용히 세상 한켠에 물러나 있어야 한다. 다시 정쟁을 일으키며 대통령 아들의 있지도 않은 특혜논란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려 하지말아야 한다. 인간이 양심이 있어야지 원. 곽상도는 상식의 이름으로 처벌돼야 한다. 그는 그 때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경원은 다른 건 다 몰라도 두 가지 점에 있어 상식의 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나는 본인의 아이 문제다. 법적으로 다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해도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어떻게 해서 아이의 성적이 D학점에서 A학점으로 고스란히, 여러 과목이나 조정될 수 있었는지. 본인 만큼은 잘 알 것이다. 나경원은 조국과 어렸을 때 학교를, 그것도 같은 과를 다닌 적이 있다. 흔히 얘기하는 친구인 셈이다. 같은 학번 동기이다. 그러니 친구의 자식을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건 뉴욕 마피아들도 안하던 짓이다. 골목 깡패, 양아치 짓이다. 그러니 나경원 역시 한켠에서 입 다물고 조용히 살아 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람이 양심이 없다. 상식을 못배워서일 수도 있겠다.

 

세상은 전문가가 움직이지 않는다. 테크노크라트나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다. 상식을 지닌 보통 사람들, 제너럴리스트들이 궁극적으로는 지배한다. 지금 세상이 복원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국민들은 개 돼지가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생각하는 영장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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