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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갑의 難讀日記 (난독일기)] 죄(罪)

-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사월이면, 깜깜하고 시린 사월 어느 밤이면, 소주 한 잔 목구멍으로 밀어 넣고 밤바다로 향하는 아비가 있어. 아비의 손에는 까만 비닐 봉투가 들려있지. 철 지난 겨울 양말과 장갑과 내복이 들어있는 봉투 말이야. 바다는 그때의 바다나 지금의 바다나 다를 것 없어. 칠년이라는 세월에도 어김없이 침묵할 뿐이야. 어둠은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그리움만 하얀 띠가 되어 파도처럼 달려들지. 술을 비워도 아비는 취하지 않아. 취할 수 없어. 봉투를 풀어 시커먼 바닷물에 내복을 입히지. 양말을 신기고, 장갑을 끼어줘.

 

- 추웠어?

 

아비는 바위에 붙은 따개비처럼 밤을 지새워. 술도 목으로 넘어가질 않아. 술에서 바닷물에 흔들리는 해초 냄새가 나. 흔들리는 해초 이파리가 딸의 손가락 같아. 아빠, 안녕.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 같아. 교복에 붙은 이름표 같아. 이름표에 새겨진 이름 같아. 딸의 숨소리 같아. 아비는 숨을 쉴 수가 없어. 자식을 잃고도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이 죄인 같아서. 때만 되면 고파지는 배가 기가 막혀서. 이런 것도 아비라고 할 수 있을까. 토해내고 토해내도 밤바다는 말이 없어. 목이 쉬도록 불러도 대답이 없어.

 

- 추웠어?

 

숨이 막혀서, 사월만 되면 잠을 잘 수가 없어. 그래서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 걸까. 아비는 사월이 무서워. 십육일이 되면 하루가 일 년 같아. 아침 여덟시 오십분이 다가오면 오금이 저리고 손발에 피가 돌지 않아. 너의 방문 앞에 서 보지만 차마 문을 열 용기가 없어. 아무도 없을 게 분명한 너의 방문 앞에서, 숨죽이고 있는 아비가 한심해. 어디선가 자동차 경적소리라도 들려오면 귓속에서 물방울 소리가 메아리쳐. 떠올랐다 가라앉으며 아우성치는 수백 개의 물방울들. 아비는 물이 두려워. 지금도 눈을 감으면 물에서 건져 올린 너의 얼굴이 떠올라.

 

- 추웠어?

 

아비는 시간이 멈추기를 바랄 때가 많아. 영영 아침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두려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출근을 하고 등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기가 무서워. 딸을 앞세우고도 아직껏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혀. 칠년이 지나도록 진실을 바다에 묻고 있는 세상이 치가 떨려. 비웃고 조롱하고 손가락질 하는 것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해야 하는지 신에게 따지고 싶어. 신이 있다면 응답해야 할 거야. 왜 아직껏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지 않는지. 사랑과 자비는 어느 바다에 침몰해 있는지. 아비는 밤이 새도록 밤바다만 바라보고 앉아있어.

 

- 추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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