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소방본부가 직원들에게 강제로 텃밭을 가꾸게 하는 등 갑질을 한 간부에게 감봉 2개월의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심지어 해당 간부는 올해 소방본부 상황실장으로 발령이나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 경기신문 2021년 10월 14일 "인천소방 고위간부, 직원 강제 동원해 텃밭 가꿔...방화복 입힌 채 배드민턴까지")
1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사적노무 요구 금지 위반 등으로 전 119특수구조단장 A 소방정에게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렸다.
A 소방정은 부임 두 달이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해 8월쯤 부하 소방대원들을 강제 동원해 신선한 유기농 야채를 먹어야 한다는 취지로 텃밭을 가꾸게 한 의혹을 받았다.
당시 그는 소방호스를 이용해 배추와 고추 등이 심어진 텃밭에 물을 주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텃밭은 농작물 재배가 금지된 소방항공대 헬기 출동 활주로 인근에 조성됐다.
또 A 소방정은 직원들에게 카풀을 강요하고 막말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밖에 헬기 격납고에서 부하 직원에게 방화복을 입게 하고 배드민턴까지 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 소방정은 청사 밖에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회식을 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마저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A 소방정의 파면·해임 등을 요구한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소사공노)은 소방본부의 ‘제 식구 감싸기’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반발했다.
실제 소방본부는 A 소방정에게 당초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리려 했으나 과거 수상 경력 등을 고려해 징계를 수위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 A 소방정은 지난 5일 소방본부 상황실장으로 발령이 난 상태다.
정용우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해당 간부의 징계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다. 또 상황실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제보자를 비롯한 소방대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대한 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라며 “4급 직위로 인사이동할 수 있는 위치가 한정돼 있어 상황실장으로 발령이 났다.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