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한 달 정도 남았다. 여론 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경기도 분도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지방분권 시대와 균형발전, 다가올 남북협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북도 분도론은 선거철마다 수면으로 떠올라 쟁점이 되고 있다. 1987년 제13대 대선 때 민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5년 뒤인 1992년 대선 때는 김영삼 후보가 분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분도공약은 2000년 총선에도 등장했고 2004년 총선 때는 여야 모두 경기도 분도를 약속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평화통일 특별도’라는 이름으로 분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등장했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공약으로 나왔다.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은 2017년엔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 등 27명도 2018년 3월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역대 도지사들이 반대했다. 정치적인 이견도 있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경기도 분도론이 등장했다. 지난해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국회 추진단’까지 공식 출범했다. 김민철(더불어민주당, 의정부을)의원과 김성원(국민의힘, 동두천·연천)의원 등 경기북부지역의 정치인들 뿐 아니라 도청 소재지인 수원의 김진표·박광온·김승원 의원, 오산의 안민석 의원 등 남부지역의원들도 고문단과 추진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자들은 경기도 분도에 소극적인 것 같다. 본보(4일자 1면)는 분도에 대한 여야 대선 후보자들의 ‘시큰둥한’ 입장을 보도했다. 이재명 후보는 “분도로 이익을 보는 것은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충북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북부지역은 지방 재정이 취약해 매우 가난한 도가 될 수 있어 자립 기반을 확보한 이후 분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분도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 역시 “전라도 내부에서 남도에 대해 북도가 느끼는 소외감처럼 경기도가 분도가 된다면 북부지역도 유사한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은 ‘메가시티’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인데 분도를 하게 되면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준다는 것이다. 메가시티는 생활, 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다. 윤석열 후보는 아직 분도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예민한 부분이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뚜렷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부지역 주민들은 분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부와 북부의 발전 지향점이 다를 뿐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규제로 발전 속도가 더딘 북부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분도는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후보들이 분도를 선언하는 순간 영향력, 정치권력이 줄어 반대하는 것”이라는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지적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다.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