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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 산책]  이 시대의 꼰대  

 

요즘 3대가 같이 식사하는 걸 보기 어렵다. 어버이날 보게 되는 효도 이벤트다. 집에서 TV 볼 때 부모, 자식이 같이 보는 경우도 드물다. 취향이 달라서다. TV공시청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다. 모든 미디어는 퍼스널 미디어로 변했다. 농촌공동체에서 산업화 시대, 정보사회로 진행되면서 윗 세대와 아랫 세대가 같이 할 공통분모가 급격히 줄었다. TV도 같이 안 보는데야 뭘. 특히나 급격한 디지털화는 미디어 이용의 세대 간 단절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문화적 교집합이 줄었다. 공유 영역이 적다 보니 이해와 공감의 양도 당연히 줄어든다. 

 

어린 시절 우리는 선생님을 ‘꼰대’라 불렀다. 1960년대부터 사용되던 젊은 사람들 은어로 선생님, 아버지, 늙은이를 속칭하던 말이다. 죽어가던 단어인 꼰대가 최근 갑자기 각광을 받는 단어가 됐다. 구글 검색량이 2015년 이후 급증하면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2018년 이후에는 ‘꼰대+라테는 말이야’의 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꼰대가 사회적으로 부활했다. 급기야 2019년 9월 24일에는 BBC가 오늘의 단어로 한국의 ”kkondae(꼰대)”를 선정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설명하였다. 우리말로 이렇게 세계의 주목을 받은 단어로는 ‘Gapjil(갑질)', 'Chaebol(재벌)' 이 있다. 이제 꼰대는 기성세대 어른을 단순히 비꼬는 말에서 젊은 세대의 삶에 간섭하려 드는 기성세대나 문화적 보수주의자를 의미하는 말로 외연이 확장되었다. 영어로도 요즘 “OK, Boomer(부머)”라는 말이 확산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젊은이에게 간섭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꼰대의 영어식 표현이다. 꼰대질은 전 세계가 똑같은가 보다.

 

“난 꼰대가 아니야”라는 말이 꼰대의 입학증이라 한다. 주변에서 꼰대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꼰대라는 자각조차 없다. 꼰대는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로 결정된다. 꼰대 타자 결정론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치관도 변하지만 꼰대는이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구시대의 가치에 매몰되어 굳은 신념을 가진다. 그 가치관마저 그 윗 세대에 비해 진보한 것이란 점을 간과한 체 말이다. 사회적 성취를 한 중장년 세대는 자신이 가르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끼어들려 한다. 성취가 온전히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산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사회 발전의 시대적, 구조적 산물을 수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꼰대와 멘토는 한 끗 차이다. 아이들이 원하면 멘토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꼰대다. 교수, 의사, 판검사 등 정보 비대칭성이 커 상대가 반박하기 어려운 직업 종사자일수록 꼰대가 되기 쉽다. 자신의 전문 지식 범위를 넘어선 영역에서 조차 자신이 옳을 수는 없는데 상대가 듣고 참아주다 보니 자신이 잘나서 그런 줄 착각을 한다. 무식한 교수와 의사 정말 널렸다. 잘난 친구들 동창 모임에 가면 다들 귀 막고 입만 벌리고 있다. 대구탕 집이다. 아일랜드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기심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오늘날 꼰대에 대한 확실한 해석이다. 

 

내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끝난다는 명언을 되새길 때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느라 개인적 욕망을 참고 산업화의 등짐을 맸던 중장년 세대들, 꼰대가 되기 싫으면 또 참아야 한다. 가르치고 싶은 욕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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