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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막말루다가...’

 

추석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반도가 들썩거린다. 민족대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고향방문을 위해 장을 보고 선물을 준비한다. 상인들도 이만한 대목이 없기 때문에 잔뜩 기대하기 마련이다. 방송에서는 귀향하는 사람들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역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찾아 행복해하는 귀성객을 인터뷰하는 것이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추석의 기원은 고려시대부터라고 한다. 원래 달을 기리는 의식이었지만 그 당시 농사를 짓던 조상들은 달을 기림과 동시에 더 먼 조상에게 감사의 예를 표현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이러한 의식은 삶의 패턴이나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으로 자리 잡으며 현대사회까지 존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216만 6000명(농림어업조사결과, 2022년 말 현재)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4.2%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풍요를 가져다주었다고 믿는 조상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사람은 없다. 그저 관성적으로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처럼 추석은 누군가에게는 설레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부담되는 명절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이웃집 담장이 높지 않았다. 옆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소리로 들을 수 있었고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추석에는 옆집 가족들의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었는데 형제들이 술을 한 잔 하는 와중에 다투는 소리로 들렸다. “막말루다가 작은형이 어머님 생전에 해드린 게 뭐가 있어유!” “이새x가 형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우당탕탕~’ 그런 일이 있었던 다음해에도 그 가족들은 모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들의 불협화음이 과거의 유물만은 아니다. 지금도 명절을 기쁘게 기다리는 사람만큼이나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고백컨대 추석을 기쁜날로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명절 스트레스를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도 미리 공언하고 있다. 만약 할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명절은 1년에 한 번 설날만 쇨 생각이며 제사도 1년에 한번, 할머님 제사에 한꺼번에 지낼 생각이라고 했다. 추석에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죽을 때가 되면 명절이고 제사고 아이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생각이다. 만약 이글을 어머님이 보신다면 배은망덕한 불효자놈이라고 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글은 이렇게 나의 넋두리로 소멸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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