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유명관광지의 홍보물들이 성차별적 표현과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표현을 여과 없이 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홍보 내용이 남성 중심으로만 기술되거나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사례들도 방치돼 있다는 비판이다. 관광지는 아동들의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생생한 교육 현장이기도 하다. 관광지 홍보물에 담긴 성차별적 표현, 소수 계층 등에 대한 부적절한 내용은 즉시 시정돼야 한다.
경기도양성평등센터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도내 유명관광지 16곳의 홍보물 82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인지적 개선사항이 필요한 73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민 18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은 우선 한 역사 관광지에서 과거 역사 속 누적된 성차별적 표현과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표현을 확인했다. 또 다른 역사 관광지에서는 역사적 내용 기술 시 남성 중심으로만 작성하거나 사용하는 용어도 그대로 노출하고 있음을 찾아냈다.
또 생태관광지 세 곳의 홍보물에서는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표현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가 배제된 사례들이 많아 이런 가족을 배경으로 둔 이들의 접근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체험형 콘텐츠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문화·테마 유형 관광지 두 곳의 홍보물에서는 성역할(性役割) 고정관념이 반영된 사례들이 관찰됐으며, 테마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체험하는 콘텐츠의 유형을 구분하고 있는 사례도 발견했다. 즉 신체적인 부담의 강도와 위험 수준이 높은 체험에는 남성을, 동물을 돌보는 체험에는 여성 인물을 배치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한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홍보물도 일부 발견돼 성인지 관점에서 긍정적인 홍보물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었다. 아동들이 참여하는 활동에 대한 홍보물에 남아와 여아 모두 고르게 등장시키거나 관광지를 안내하는 자료 속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설치 여부를 표시한 경우다. 홍보물에 돌봄을 수행하는 남성이 등장해 평등한 성역할을 표시하기도 했다.
유명관광지의 홍보물들에 성인지적 개선사항, 계층 차별적 표현들이 다수 발견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평등 의식에 아직도 허점이 많은 현실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관광지에 몰려드는 부모는 아이들을 동반한다. 대개는 아이들을 위해서 관광지를 찾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관광지에서 맞닥트리는 홍보물을 비롯한 모든 시설물은 아이들에게 현장 교육의 시청각 자료로 작동하게 되어 있다.
관광지의 시설과 홍보물들이 갖는 교육적 영향의 중요성을 감안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홍보물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은 물론 현장 담당자들이 밑그림을 그릴 때부터 이 같은 요소들을 헤아릴 수 있도록 안내하고 적정수준의 자문을 구할 수도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성인지 관점에서 문제 있는 홍보물이 여전히 발견되고 있어서 경기도 내 홍보물이 성평등해지도록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경기도양성평등센터 관계자의 말은 백번 옳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경기도 관광지를 다녀온 아이들의 뇌리에 기울어진 가치관 하나가 부지불식간에 자리한다는 것은 결코 희극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