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공동대표를 선임할 예정인 가운데, 2N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거나, 체질 개선과 실적 끌어올리기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를 선임한다.
넥슨이 공동대표를 채택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번의 공동대표 채택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넥슨의 비책이었다면, 이번의 공동대표 선임은 호실적을 내고 있는 넥슨이 사세를 키워나가기 위한 도약의 선택이다.
넥슨은 2004년과 2009년에 각각 공동대표 서원일씨와 데이비드 리, 서민·강신철 공동대표를 채택한 바 있다. 이 당시는 각각 개발·비개발 조직의 갈등 해소(2004), 대규모 구조조정(2009) 등이 넥슨의 발목을 잡고 있던 때였다. 이후 2010년부터 지금까지 넥슨은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현재 넥슨코리아를 맡고 있는 이정헌 대표는 중간 지주사 격인 넥슨재팬 대표로 나서고, 새로 선임된 김정욱 CCO와 강대현 COO가 각각 넥슨코리아의 공동 대표를 맡게 된다. 넥슨은 현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라이브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는 한편, 기존 서비스 외의 영역을 슬기롭게 관리할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지식재산권(IP)을 관리해 온 강대현 COO, 넥슨 매각·노사 갈등 해소에 일조한 김정욱 CCO의 합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엔씨소프트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공동대표를 맞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7년간 김택진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선임하게 된 것.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선택한 것은 엔씨소프트의 체질개선 및 실적 끌어올리기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엔씨소프트는 대내외적으로 'MMORPG 명가'라는 수식어를 가질 만큼 '리니지 시리즈'를 차례로 흥행시키며 사세를 키워왔다.
그러나 최근 게임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 MMORPG만으로는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실적 부진에 빠진 엔씨소프트는 '탈리니지'를 선언, 게임 개발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대표를 처음으로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병무 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으로 다수의 기업 분쟁 사건 및 기업 인수합병(M&A)을 담당했다. 또 박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엔씨소프트의 경영 자문을 맡아왔고, 현재도 비상근 기타 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다 대내외 정세에 밝은 박 대표가 공동대표로 선임된 배경이다.
엔씨소프트는 박 대표 선임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기존 기업 분위기 환기 및 사내 개발·기획 조직 개편, 노조 '우주정복'과의 관계 정립 등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유망 기업 인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쳐왔던 만큼,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게임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공동대표 선임은 기업 방향성이 바뀔 수 있을 만큼 중대한 결단"이라면서 "엔씨소프트가 설립이래 최초로 공동대표를 선임한 것은 그만큼 변화에 대한 절실함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