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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매체 속 미술의 해방…전시 ‘☒☒☒ : Pierced Body’

컴퓨터 하드웨어에 구멍 내 기존 이미지 교란하고 캔버스로서의 가능성 제기
1월 20일부터 2월 4일까지 안양 ‘아트 포 랩’

 

독립예술공간 '아트 포 랩'은 2024년의 첫 단추를 꿰는 전시로 권현진 작가의 개인전 '☒☒☒ : Pierced Body'를 오는 20일부터 2월 4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2016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디어아트를 수학한 후 귀국해 유수의 그룹전에 참여해 온 권현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총 1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현진은 모니터 등 액정으로 구성된 이미지 재생산 기기를 드릴과 레이저로 절단하는 피어싱(Piercing)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우연적 이미지의 생성을 실험하는 미디어아트 작가이다. 미디어와 기계적 요소를 자신의 예술적 질료와 형상으로 정의하며 기계적 파손을 통한 시각적 오류의 재현을 넘어, 원형의 파괴를 초월한 변형된 이미지를 표현한다.

 

본 전시의 제목 'Pierced Body'는 신체 혹은 기계의 몸체를 관통하는 두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은유로 고안됐다. 작가는 모니터 하드웨어의 표면과 내피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소프트웨어로서 재생되는 이미지를 교란하고 변형시키며 모니터가 지닌 대안적인 캔버스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권현진의 작업은 영상의 내용이 아닌 기계 그 자체로, 마치 종이 위에 선을 긋고 오려내듯 모니터의 피부와 혈관을 도려내면서 파괴의 인과가 퇴화가 아닌 창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블랙박스처럼 보이는 전기 미디어는 파손과 흉터의 보존을 통해 '랜덤 이미지박스'로 거듭나게 되며, 이는 작가에게 모니터를 뚫는 행위가 단순히 기기의 물리적 변형을 초래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시각적 확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임을 의미한다.

 

박하은 아트포랩 디렉터는 “권혁진 작가가 주력하는 매체 실험은 감정을 고양시키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순순히 고정된 것이라 믿어왔던 매체의 물질성을 유동적으로 교란함과 동시에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잠깐이나마 미술이 자신의 쓸모로부터 해방되는 자유의 얼굴을 상상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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