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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갑의 난독일기(難讀日記)] 사람을 찾습니다

 

실종(失踪)이라고 하지요.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틀림없이 있기는 할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사람 말입니다. 찬찬이 들여다보면 실종된 사람 참 많습니다. 절대로 없어져선 안 될 사람이 사라졌을 때는 눈앞이 깜깜합니다. 이를테면 훌륭한 인품을 지녔다거나, 생각만 해도 존경심이 솟구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동네든 직장이든 그 어디든, 그런 사람 하나쯤 있다는 것을요. 어쩌면 우리사회가 실종되지 않는 까닭도 그런 사람이 있어줘서일 겁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동네에도 있고 직장에도 있는 그런 사람이 왜 거기에는 없는 걸까요. 그 무리와 그 집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까요. 혹여, 노안(老眼)으로 돋보기안경을 쓰게 된 뒤부터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주소도 이름도 필요 없었습니다. 편지 겉봉에 ‘런던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에게.’라고만 쓰면 배달이 되었습니다. 바로 윈스턴 처칠입니다. 그는 B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뽑히기도 하였습니다. 부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부러움은 처칠이 아니라 그를 대하는 사람들에게로 향합니다. 세상을 떠난 지 6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존경할 대상으로 꼽는 영국 사람들에게로 말입니다. 부러움 끝이 못내 씁쓸한 것도 그래서일지 모르겠습니다. 영국 국민들이 그러하듯이, 생각과 처지를 넘어 한마음으로 존경하는 정치인이 왜 우리에겐 없는 걸까요. 어쩌자고 실종되고 말았을까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꽁꽁 숨었을까요. 빌어먹을, 이러다가 영영 멸종(滅種)되고 마는 것은 아니겠지요.

 

겨울의 한복판입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장터가 있습니다. 바겐세일과 선거판이 그것입니다. 사달라고 머리 조아리는 건 같지만 다른 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선거판은 해마다 열리는 연말연시 바겐세일이 아닙니다.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장터라서 그럴까요.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달리 정치인들은 고마움을 모릅니다. 그들은 늘 달라고만 합니다. 철없는 아이처럼 조르고 때 쓰며 바짓가랑이를 붙듭니다. 도와주세요. 찍어주세요. 후원해주세요. 그렇게 조아리다가도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목에 힘부터 들어갑니다. 꼰대, 그것 별게 아닙니다. 고마움을 모르고 받는데 익숙하면 꼰대입니다. 익숙함을 넘어 당연함이 되면 꼰대 중에서도 왕 꼰대입니다. 하긴 그걸 알면 꼰대가 되었겠습니까마는.

 

그래서 사람을 찾습니다. 대신 우산 받쳐주고, 대신 가방 들어주고, 대신 문 열어주는 인간 말고 제대로 된 사람 어디 없습니까. 일분일초가 아까운 재해복구현장을 찾아가서, 복구책임자에게 브리핑을 요구하는 인간 말고 정신 온전한 사람 어디 없습니까. 카메라맨 대동하고 등장했다가 그릇 몇 개 씻고 삽질 두어 번 하더니 사진만 찍고 퇴장하는 인간 말고 사리분별 가능한 사람 어디 없습니까. 울어야할 때와 웃어야할 때라도 가릴 줄 아는 사람 어디 없습니까. 정치를 계급으로 착각하는 인간 말고, 정치를 돈벌이로 망각하는 인간 말고, 제대로 정치할 사람 어디 없습니까. 그것이 욕심이라면 눈치코치라도 있는 사람 어디 없겠습니까. 정말이지 절박한 심정으로 사람을 찾습니다.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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