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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닦을 수(修)’ 명상하기

‘수교 맺었다’가 아닌 ‘수교했다’가 맞다. 그 이유는?

 

말 속에 뼈가 있다는 언중유골의 골(骨 뼈)은 비유의 재료다. ‘가시 돋친 말’ 따위의 여러 쓰임새가 있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건 ‘언중유골’은 그 소리만으로 뜻을 펼 수 없다.

 

‘말(言) 가운데(中) 있는(有) 뼈’라는, 말의 바탕을 지탱하는 의미의 문자를 새삼스럽게 보자는 것이다.

 

한글은 소리내기 또는 소리를 기록하기에 적당하다. 한글로 표기되는 한자(어)는 의미를 담거나 빚어내기에 적당하다. 이 두 장점의 합(合), 한국어가 우수한 언어인 까닭이다.

 

물론 한자어는 ‘오픈’이나 ‘뉘앙스’ 같은 외국어 바탕 외래어(外來語)와 어법상 성격이 같은, 한국어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수교(修交) 외교(外交) 국교(國交) 등도 다 그렇다.

 

우리나라가 쿠바와 국교를 맺었다, 즉 한국과 쿠바가 수교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외교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언론의 주목은 당연하다. ‘국교’(외교관계)를 맺는(修) 것이 ‘수교’다.

 

여기서, ‘수교를 맺었다.’는 말은 기자나 외교부 등 언어생산자 또는 전문가 집단이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 ‘수교했다’라야 한다. 외교부도 초롱초롱한 말로 발표해야 하고, 보도하는 언론도 또록또록한 개념으로 전해야 한다.

 

기껏 ‘말 정도’ 가지고 별 시비를 다 한다, 대충 알아들으면 되지 않느냐고 이런 지적을 시답잖다 여길 이도 있겠다. 그래서 언중유골이란 말을 미리 방패 역할로 앞세운 것이다.

 

전문가나 전문가집단이 또렷하지 않은 언어를 생산하면, 소비자인 언중(言衆·언어대중)은 하릴없이 이를 따라 한다. (언론)소비자의 권리 또는 납세자 국민의 권리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언론과 함께 잘못된 말과 글을 가르치는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인륜(人倫)이나 공정(公正)에 어긋남을 지적하고 이를 시장하고자 하는 언론의 정도(正道)도 정언(正言·바른 언어)으로 적혀야 한다. 이유를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修(수)가 가진 말의 ‘뼈’를 살펴본다. 대표적인 뜻은 ‘닦는다’이다. ‘외교(국교)를 닦는 것’은 비유적 또는 수사적(修辭的)으로 나라간의 친교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걸림돌을 치우는(닦는) 것으로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여는(오픈한) 것을 이른다.

 

원래 글자는 攸(유)였다. 사람이 손에 회초리를 들고 패서 (좋은) 사람을 만든다는 뜻일까? 사람, 회초리, 손으로 구성된 그림(글자)이다. 광채 나게 한다는 뉘앙스(어감)의 彡(삼)자를 더 그려 넣었다. 더 나은(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라는 섭리의 뜻으로 읽자.

 

수련 수도(修道)처럼 ‘바른 나’를 이루고자 몸과 마음을 닦는 수양(修養)이란 말의 고갱이가 됐다. 가령 수련의(修鍊醫)하 라면, 기술과 함께 인격을 닦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 일(신분)이 인술(仁術)로 불리는 까닭이다. 마음이 ‘나’ 말고, 사람들을 향하는 것이 인술의 수련이리라.

 

한국어의 한 요소인 한자어의 활용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글자마다의 속뜻을 해석이나 작문(作文), 발언 때 잘 챙겨서 상식이나 말의 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말 즉 언어를 다룰 때 찬찬히 한 대목 한 대목을 곱씹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명상(冥想)의 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어쩌다 뜻밖에 “내가 이런 엉터리 말을 하는구나" 하는 자각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 개선(수양)의 귀한 계기일 터. 언중유골의 또 다른 인식 방법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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