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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재승덕박, 골로 간다

“저 친구, 저렇게 컸나보다” 한번 말 나면, 끝장이지요.

 

정치 계절, 요즘 자주 듣는 말 재승덕박(才勝德薄), ‘재주는 많은데 덕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엔 꾸중이었다. 어른의 저 말씀은 무서웠다. 인격포기의 (최종적) 판단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다른가. ‘사람이, 깊이가 있어야지...’ 하는, 부정적 평가임은 여전하다. 가령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의당 ‘덕이 부족한’ 이는 아웃이다. 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깊이는 좀 부족해도, 재주는 뛰어나니 그나마 써먹을 구석이 있겠지’하는 기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토사구팽(兔死狗烹)의 요즘 말뜻도 짐작되는 분위기다.

 

부끄러움 모르는 사람들이 나란히 윗줄에서 요란 떠는 세상, 재주 있어서 인기만 높으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하랴. 재주가 힘(권력 또는 주먹)도 갖췄다면, 이는 진짜 잘나가는 것일까?

 

우기면, 거짓말도 억지도 진실처럼 언론에 나가는 걸 보면, 세상은 어디로 흐를까? 아서라, 애들 볼라. 다음 시기에 저런 이들 얼마나 꼴사나운 비난의 대상되어 세상을 웃길까?

 

재승덕박의 원래 말 재승덕(才勝德), 재주(才)가 덕성(德)을 이긴다(勝)면, 막말로 막가는 세상이다. 하릴없이 골로 가리라. 다만 시간의 문제다. 백 살쯤 살면 철들었을 테니 알겠지.

 

말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고로 주술(呪術)의 뜻 담겼다. ‘말(言)이면 다 말이냐, 말 같아야 말 아니냐’하는 푸념은, 실은 그 주술의 반영이자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는 호통이다.

 

그런 사람들 언행(言行)은 과연 재주는 있어 보인다. 덕은 없겠다는 말이다. 그 재주의 힘(대개는 검찰 경찰 같은 권력을 지닌)과 경험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자신만만하다.

 

상대방 또는 세상 상당수는 침묵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침묵파도) 묵언(默言)일 터이지만, 마음에 품는다. 회포(懷抱)는 정(情)만 품는 것이 아니다. 한(限)도 새긴다. 사람에 대한 (이런) 판단 또한 지워지지 않는다. “저 친구, 저렇게 컸나보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 저 생각은 하늘의 판결이다. 여태 보지 않았던가. 이 말에 ‘나 아니겠지,’ 하는 이들, 천벌 받을 준비 단단히 하라. 착한 민심 천심을 이길 도술이나 변론(辯論)은 없다.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는 천둥일 터다.

 

상형문자(象形文字)는 그림으로 만든 글자다. 그 그림에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가 담겼다. 德은 뭘 담았지?

 

열 길 물속보다 깊은 한 길 사람 (가슴)속이, 德이 담기는 그릇이다. 선악(善惡) 미추(美醜) 진가(眞假) 따위 이분법의 구별을 넘어서는, 동양의 최고 이념이다. 서양(철학)으로 치자면 플라톤의 이데아(idea)와도 비교되리라.

 

너무 쉬워서 혹 실감하기 어려울까? 한 곳만 바라보는 (정직한) 눈(直 직)과 마음(心 심)이 큰길 네거리(行 행) 한 가운데 놓인 것이 德이다. 갑골문(의 그림)은 더 직설적이다.

 

直은 눈(目 목)에 (직진)방향표시가 붙었다. 心은 심장(하트)이다. 합쳐서 悳(덕)이다. 정직하게 살되, 바탕은 ‘마음’이라야 한단다. 그 뜻만으로도 좋다. 그러나 한 계단 더 오르자. 그 悳을 3,000년쯤 전의 네거리(行) 한 가운데 놓는다. 德이다. 行의 오른쪽은 생략됐다.

 

회오리 같은 중생의 삶들 속이나 시장 바닥에서도 낙낙히 통하는 어진 방식이라야, 덕(스러운 것)이다. 칼자루 먼지떨이 쥐고서 진실타령 독점하면, 자칫 적반하장 빚으리. 그대를 털면 먼지 안 날까? 사람을 보라. 사람이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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