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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장단음, 사전의 뜻밖의 쓸모

 

왜 경기 광주(廣州)는 길게 [광:주], 광주(光州)광역시는 짧게 [광주]일까?

 

며칠 전 KBS 라디오 ‘클래식 FM’의 국악 프로 ‘풍류마을’을 듣다 황당했다. 진행자가 “... (아무개 씨가) 소금을 분다”고 말했다. 혹 “소금을 탄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얼핏 흰 소금을 (입으로) 불거나 (손으로) 음식에 타는(섞는) 것을 상상했다. 음악 얘기이니 악기 소금(小笒)이면 (피리처럼) ‘~을 분다’, 소금(小琴)이면 (가야금처럼) ‘~을 탄다’고 했겠다.

 

그런데 짧게 [소금]이라 했으니 소리가 같은 짠 [소금]과 구별할 수 없었다. 방송이 틀린 것이다. 불든(吹奏 취주) 타든(彈奏 탄주), 소(小)는 긴소리(長音·장음)로 [소:금]이라 해야 맞다.

 

선거 때 방송에서 이 ‘광주’와 저 ‘광주’가 대체로 구분 없이 (대개 단음 [광주]로) 마구 튀어 나왔다. 경기도엔 광주(廣州)시가 있고 남도에는 광주(光州)광역시가 있다.

 

평소에도 방송 등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빚는 주제다. 그렇다고 매번 ‘경기도 광주’ ‘광주광역시’ ‘남도 광주’ 이렇게 부르기도 번거롭다. 그리 부르더라도 바른 발음은 챙겨야 한다.

 

한글 철자가 같아 생기는 사달이다. 구별이 어려워 저 ‘광주’들이 혼란을 준다면 한국어는 좋은 언어일 수 없다. 그런데 한국어가 그리 만만한 언어인가?

 

길고 짧은 걸 대봐야 한다. 발음의 장단(長短)을 따져보자는 얘기다. ‘말’이 무기인 방송종사자들이 꼭 챙겨야 하는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자칫 ‘유식하지 않다.’는 타박 듣는다.

 

위에서 예로 든 악기 [소:금]과 짠 [소금(鹽)]처럼, 넓을 광(廣)자 경기도 광주의 ‘광’은 장음이어서 [광:주]다. 대조적으로 빛 광(光)자 광주직할시의 광주는 단음 [광주]다. 왜 글자가 같은데 하나는 ‘광’을 길게 발음하고, 하나는 짧은가?

 

우리 교육과 언론 등에서 한자가 왕따 당하게 되면서 문자(文字)라고도 하는 한자문화에 덜 익숙한 세상이 됐다.

 

그러나 관록(貫祿) 있어서 여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당수 선배 세대는 문자관련 지식을 잘 활용하고, 장단음도 챙긴다. 세대차(世代差)다. 헌데, 한자문화와 장단음은 무슨 상관이람?

 

장단음 구분에, 한자발음의 (높낮이와 같은) 성조(聲調)를 활용할 수 있다. 평성(平聲) 상성(上聲) 거성(去聲) 입성(入聲)의 4개 성조를 장단음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대체로 平聲과 入聲은 짧게 (단음으로), 上聲과 去聲은 길게 (장음으로) 읽는 것이 보편적이다. 재야언어학자 故 최한룡 선생(1926~2015)이 수십 년 간 한국어학과 한자학의 역사와 사례를 연구해 찾아낸 ‘우리말 어휘 장단음의 큰 원칙’이다.

 

국어사전에서도 장단음의 정보를 얼마간 찾을 수 있다. 거기서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이내 한자사전(자전)과 팔씨름을 해야 한다.

 

필요한 단어(單語), 예를 들어 單(단)이나 語(어)와 같은 한 글자를 자전에서 찾아 그 글자(단어)의 성조를 확인한다. 평상거입(平上去入)의 4성은 현대 중국어의 1,2,3,4성과는 다르다.

 

자전 중에는 성조표시가 없는 것도 있어 용도에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책 중엔 민중서림과 두산동아의 자전 일부가 4성 표시를 꼼꼼히 하고 있다.

 

확인하자. 광주(廣州)의 廣은 上聲이니 장음 [광:주]다. 광주(光州)의 光은 平聲으로 단음이다. 악기 소금(小笒, 小琴)의 小는 上聲이니 장음 [소:금]이다. 사전과 절친하면, 얻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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