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이후 화성시는 적극적으로 빈소와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유가족 입국과 체류 등을 지원했다. 시는 외국인 피해자들을 위해 영사관·출입국외국인청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유가족의 입국과 체류 지원을 위해 전담부서도 지정했다. 공직자를 유가족과 1대 1로 연결, 생계비 지원 문의, 해외 체류가족 입국 등 유가족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아울러 부상자들이 회복할 때까지 의료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부상자 입원 병원에 전담직원이 수시로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료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가족 대기 장소에 보건소 의료진 파견, 유가족 혈압 등 건강측정, 상비약 지급 등 의료지원도 하고 있다. 정명근 시장은 최근 화재현장을 찾아 ”부상자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유가족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유족 지원 업무를 하느라 화성시 공직자들은 연일 비상근무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야근과 새벽출근, 휴일근무 등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5일 열린 화성시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 시장은 공직자 여러분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어떤 노고보다 더 크다는 생각으로 유족지원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화성시의 헌신적인 노력과 달리 외국인 사망자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듯해 안타깝다. 경기신문은 ‘발길 없는 외로운 화성 화재 분향소’(8일자 1면) 제하의 기사를 통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다른 사고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밝혔다. 그리고 ‘희생자 대부분이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 노동자여서 이들의 죽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다문화 사회에 대한 대국민적 각성을 촉구했다.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며 역대 화학 사업장 화재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사고라고 한다. 그럼에도 화성시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엔 하루 평균 약 170명의 조문객이 방문했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인근 아파트입주자대표회 등 지역 단체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일반 개인 조문객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2020년 발생) 때엔 합동 분향소에 1주일 간 하루 평균 약 1200명이 방문했다.
이번 화재 참사에 대한 국가의 관심도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경기신문은 지난 1일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경우 합동 분향소가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김건희 여사가 방문해 조문했지만 화성시 합동 분향소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 가려는 이웃이 없어 혼자 방문했다는 한 화성시민의 “수십 명이 한꺼번에 숨졌는데 다른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에 공감한다. 다문화‧다인종 국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다. 이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하는 나라 대한민국’이 익숙해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