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파주시의 창고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8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보상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지만 지자체는 예비비를 사용해 우선 보상하겠다는 계획이다.
16일 파주시와 소방서 등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 8일 오후 2시쯤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의 창고건물 지붕에서 불이 났다.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은 지붕 위에서 북한이 살포한 쓰레기 풍선을 발견했다. 쓰레기인 종잇조각과 플라스틱 통 같은 것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은 닷새 연속으로 남쪽에 오물풍선을 날려 보냈다. 대부분이 경기 북부와 서울지역에 떨어졌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건물은 지붕이 다 훼손됐고, 창고가 비어 있었음에도 불이 완전히 진화되는 데 3시간이나 걸렸다.
소방 당국은 파주 창고 화재에 대해 1차 피해 금액으로 약 8729만 원을 추산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종 피해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창고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피해를 개인적으로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창고를 사용하는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창고가 준공 허가를 아직 받지 못해 보험 가입이 안 된 상황"이라며 "북한 풍선 때문에 불이 난 게 맞는지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서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북한 오물풍선 살포로 발생한 피해를 정부에서 지원할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파주사는 예비비를 활용해 우선적으로 보상할 예정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화재 원인이 북한 쓰레기 풍선으로 최종 확인되면 경기도에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현재 방침은 재산 피해 금액 전액을 신속하게 보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되고 있으며, 북한에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11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정권에 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그 문제에 대해선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 원인은 풍선의 기폭장치가 아닌 발열 타이머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풍선에 달린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풍선 아래에 매단 비닐 속에 쓰레기 등 적재물이 들어 있고, 이 비닐을 태워 적재물을 떨어뜨리기 위한 발열 타이머가 지상까지 내려와서 작동되는 경우 적재물인 종이 등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