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대규모 집회로 15일 경기도청 복합행정타운 일대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2시경 신천지 신도 및 관계자 약 3만 명이 경기도청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도청과 경기관광공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면서 인근 주민과 도청 및 경기도교육청 등 직원들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
신천지는 지난 10월 파주시 평화누리공원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종교지도자 포럼 및 수료식’을 위해 해당 공원을 대관했으나, 행사 하루 전 경기도청 등으로부터 일방적인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번 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천지 집회 소음과 교통혼란 "괴로워요"
이번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신도들로 도청 일대에 북새통을 이루면서 오전 10시부터 복합행정타운 왕복 4차선 중 3차선이 폐쇄되는 등 교통통제가 이뤄졌다. 또 집회 과정에서 수 많은 신도들과 진행자들이 유발한 소음까지 발생해 도청 등의 직원들과 민원 업무를 보기 방문한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도청을 방문한 시민 A씨는 "신천지 신도들이 도로를 점령해 도청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교통통제를 하던 경찰관의 도움이 아니였으면 오늘 이곳에서 길을 헤맸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도교육청에 근무하는 7급 공무원 B씨는 "외부 출장을 가야 하는 등의 업무에 난항이 발생했으며, 집회 소음으로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려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했다"며 "역대급 규모의 집회다 보니 저를 포함한 직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집회가 진행됐던 도청 앞 광교중심공원은 오피스텔이 밀집한 주거 구역이어서 집회 내내 주민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C씨는 "온 집안이 울릴 정도로 소음이 심해 집에서 자고 있던 아기가 깰 정도였다"며 "사이비 종교가 저렇게 목소리를 크게 내며 집회를 한다니 세상이 참 살기 좋아졌나 보다"고 비판했다.
주민 D씨는 "주민들을 소음으로 괴롭히는 집회를 열면서 무슨로 요구사항을 밝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사실상 사이비 종교 집단인데 정당성 없는 집회로 왜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야하는가"라고 피력했다.
특히 D씨는 신천지 측에 불편을 호소하며 항의하기도 했는데, 신천지 측 관계자는 주민 D씨가 항의 후 돌아가자 약 100m 뒤를 밟았으며, 그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을 찍은 관계자는 "신도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해 공유하고자 사진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 심각한 경찰력 낭비와 소방당국 '업무방해'
이날 집회에는 수만 명의 신천지 신도가 몰려든 만큼 이를 통제하기 위해 수원남부경찰서 경찰관 인력이 투입됐다. 투입된 경찰력은 교통과 및 치안정보안보과 등 426명으로, 800명이 안 되는 수원남부서 인력의 절반가량이 동원된 것이다.
투입된 경찰관 중 일부는 전날인 지난 14일 진행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동원된 만큼 업무 피로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부 경찰관은 소음 불편으로 성난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등 현장에서 민원 처리까지 맡아 막중한 업무난을 겪어야 했다.
경찰에 불만을 표했던 주민 E씨는 "사실 경찰이 무슨 죄냐. 집회를 연 주최는 신천지이니 신천지가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욕보는 것"이라며 "경찰관에게 화를 냈지만 고생하는 입장이어서 미안함이 크다"고 말했다.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관은 "교통과 소음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있지만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집회를 막을 방안은 없다"며 "경찰이니 주민들의 생활권과 안전한 집회 진행을 보호해야 해 늘 고민이 많다"고 했다.
신천지 집회로 도청에 위치한 수원소방서 소속 이의119안전센터도 피해를 입었다. 교통이 통제되면서 차량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재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센터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신도들이 돌발적으로 센터에 침입하는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집회 내내 센터 앞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날 크게 출동할 사건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만일 상황이 발생했다면 신속한 출동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경찰이 최소한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로를 만들어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 신천지, "불만 접수된 것 없어…집회 더 할 수도"
일각에서는 3만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집회인 만큼 사전에 소음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은 예고된 것이란 평이 나온다. 그러나 신천지 측은 집회 이전 미리 주민들에게 공지 및 사과를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날 집회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으나 사과의 뜻을 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 측 관계자는 "집회로 인한 불만 및 불편 사항에 대해 신천지에 접수된 민원은 없다"며 "사과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내부 검토를 해봐야 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집회를 이어갈 것이란 입장을 내 집회로 인한 피해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오늘과 같은 규모는 아니겠지만 추후에도 '릴레이 집회'를 이어가려 한다"며 "상황에 따라 규모에는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