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김재림 교수 연구팀이 장기적 목표에 대한 끈기와 열정을 뜻하는 심리적 특성인 '그릿(GRIT)'이 강할수록 불면증 발병률과 중증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수면-두통 연구설문'을 통해 25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릿과 불면증 간의 연관성을 규명한 것이다.
불면증은 성인 3명 중 1명이 겪는 흔한 수면 장애로,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등의 문제를 포함한다. 이는 방치 시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불면증 치료에서는 수면제 대신 인지행동치료가 주로 권고되고 있는데, 이는 환자의 불면증 유발 요인인 생각과 습관을 교정하는 비약물적 접근법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심리적 특성 중 하나인 그릿에 주목했다.
'그릿'은 개인의 끈기, 근성, 성취욕 등을 포함하는 특성으로, 좌절 상황에서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특징짓는다. 연구에 따르면, 그릿 점수가 낮은 사람의 불면증 유병률은 75%에 이르렀으나, 그릿 점수가 3.5점 이상일 경우 유병률은 10%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그릿 점수가 4.5점 이상인 경우 불면증 유병률이 거의 0%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또한 그릿 점수가 1점 상승할 때마다 불면증 발병 확률이 60% 감소하고, 수면의 질 저하 가능성도 45%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윤창호 교수는 "그릿은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끈기와 열정을 의미하며, 불면증과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에 완충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불면증 치료 시 그릿을 평가하고 이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수면의학회 공식 학술지 'Sleep Medicine'에 게재되었으며, 이는 불면증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그릿을 향상시키는 교육 및 심리 프로그램을 통해 불면증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정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