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 무산 이후 날개 없이 추락하는 국내 증시를 점검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조속히 이뤄져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돼야 국내 증시가 회복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1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를 찾아 12·3 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에 대한 긴급 현안대응 및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날 증시 현황 브리핑을 맡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이탈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주가 급락에서는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크다보니 개인들의 투매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22년 가을 달러·원 환율 고점이 1450원에 근접했는데, 거기에 근접한 수준으로 환율이 올라 외환시장에서도 정치적 불안이 환율에도 투영되고 있다"면서도 "한국은행의 11월말 금리 인하와, 연말을 앞두고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많이 해놔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야3당 의원은 12·3 계엄 사태 이후 고조되고 있는 정치적 불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이 국내 증시 회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증시 흐름을 살펴보면 정책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자 회복세가 나타났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강준현(민주·세종을) 의원은 금융시장이 입은 타격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이 전날 17원이나 오르면서 1440원대를 향해 가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선 (전체 시가총액이) 144조 원 증발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엇보다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 거부 사태로 인해 국가 신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국민주권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을 서슴지 않는 나라에 누가 투자할 것이며, 민생과 경제가 살아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창민(사회민주·비례) 의원은 "전문가들에게 G20 국가에서 발생한 유사사례가 있는지 물었지만 한국 외에는 없었다"며 "한국과 비슷한 경제 규모의 나라에서 이런 사안이 없었다는 점을 볼 때 윤석열 씨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걸 확인했고, 이를 해소할 방법은 탄핵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병덕(민주·안양동안갑) 의원은 “증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정책·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게 핵심"이라며 "대통령 리스크가 해소돼야 개인 투자자들의 패닉셀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4일 탄핵 재 추진에 실패할 경우, 국내 증시가 또 다시 요동칠 수 있다”며 “이번 내란 사태가 하루 빨리 종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 방안으로 제시한 10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대해서는 투입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현재 증시의 방향성을 되돌리기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김남근(민주·서울성북을) 의원은 “현재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 점을 고려하면 증안펀드를 투입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라며 “증안펀드가 투입돼도 근본적인 원인(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방향성 자체를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도 “시장에 큰 충격이 오기 전에 장기화하고 있는 정치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으로, 탄핵 추진 여부에 따라 주식시장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장식(혁신·비례) 의원도 “탄핵 외에 개인 투자자의 패닉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공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