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가짜뉴스’ 대응에 유별났었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그랬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밝히면 그만이었는데, 온 국민이 듣기평가를 하게 만들었다. 언론이 가짜뉴스를 내보내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면서 대통령실, 여당 정치인, 심의위원회 등까지 나서서 대통령을 대신해 언론을 탓했다. 심지어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조치를 내리면서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며 언론사를 비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도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조작, 가짜뉴스와 괴담이 정부를 흔들고 위협한다면서 반국가적 세력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선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는 인식은 상당하게 공감할 부분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짜뉴스 진앙지, 그러니까 허위 정보를 생산하거나 확대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곳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차원이 달랐던 것 같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론을 들고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부정 선거 의혹을 확대 재생산해 온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상당하게 믿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정황은 일찍부터 감지됐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025년 1월 1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여론을 동원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메시지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로 여러분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한 것은 신문이나 방송 매체와 같은 언론보도는 부정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1월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직전에는 관저를 찾아온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기존 언론(신문이나 방송) 대신 유튜브를 많이 볼 것을 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왜냐하면 기존 언론이 너무 편향적이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월터 리프먼은 1922년 그의 저서 ‘여론’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관해 얼마나 간접적으로밖에 알고 있지 못한지 깨닫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았어야 하는 세상과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엄청나게 모순되는 별개의 것임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은 너무 거대하고 너무 복잡한데다 직접 인식하기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제대로 감지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언론이 있지만 탐조등 불빛과 같아서 인간은 이 빛에만 기대서는 세상일을 다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만의 안정된 빛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힘은 단순하거나 고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앞세워 세상을 판단하지 않도록 반복해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세상을 보는 창으로 유튜브를 선택했지만 이것이 더 극단화하고 편향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 윤 대통령의 망상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