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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시(時)와 정치 그리고 탈북 시인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하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울컥하고 꺼낸 글이 시가 되었다. 논문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시(時)라니? 나는 내가 시를 쓰리라 상상을 못 했다. 돈 안되는 시를 왜 쓰냐고 물으면 딱히 그럴듯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한 건 시를 썼으므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했던 시가 이제는 나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두 권의 시집을 냈고, 문학상도 받았다. 처음 시를 쓸 때 감정을 표현하는데 급했다면 지금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 세상을 보려고 한다.

 

시와 정치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시와 정치는 관계가 있다. 나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으며 부패하고 멍청한 사람과, 영리하게 이익을 취하면서 나라를 위한다는 정치인을 보았다. 권력이 부패하면 시가 깨끗해진다는 글이 생각난다. 나는 가끔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시적 매력보다 시대에 맞서는 용기가 부러웠다. 그러한 용기가 없기에 나의 시는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하기에 나의 마음은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듯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어지러운 시국을 아파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진실을 찬미하고 거짓을 풍자하거나, 선을 전하고 악을 징계하는 사상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 시는 정신과 기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허균은 ‘정신이 빼어나고 음향이 맑으며 생각이 깊으면 가장 좋은 시’라고 했다. 시란 사람의 천성과 정서를 조정하고 인간관계를 향상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그렇고 보면 시는 사회를 정화하고 화합하며 건강한 정서를 만드는 역할이 있다. 공자는 ‘그대들은 왜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고 탓하면서 시로써 새나 짐승, 풀들의 이름도 배우게 될 것이라 했다.

 

시로 정치를 비판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는 비판하지 못하면서 21대 대통령은 시와 문학을 아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후 한국을 떠나기전 도연명의 시 ‘春水滿四澤’을 남겼다. 봄물은 네 못을 가득 채우고/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를 많이 만드네/가을 달은 밝은 빛을 던지고/겨울 산마루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났네/

 

2025년 탄핵 된 윤석열 대통령은 예수님이 남긴 마지막 인간의 언어 ‘다 이루었다’고 말했다.

 

시가 정치를 멀리하려 해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탈북 시인이 살고 있다. 전쟁이 아님에도 전쟁과 같은 이산의 아픔이 있고, 아직 치유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시적 언어가 되지 못하고 부서진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야 할 풀이 바람 따라 눕는다. 바람 따라 눕지 못해서 시를 쓴다. 나는 쉽게 쓰여진 시 때문에 괴로워하는 시인이기보다 소비되지 않은 시가 될까 걱정한다.

 

‘행복여정문학’에서 2025년 6월2일부터 20일까지 용인시청 1층 로비에서 제7회 시화전을 한다. 시인이 된 사람과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부담으로 시화전을 개최한다. 전쟁과 같은 시간을 겪었기에 평화를 말할 수 있고, 이별의 아픔을 겪었기에 분단을 말할 수 있다. 다른 체제를 경험했기에 통일을 말할 수 있다. 시인이 정치를 몰라도 살 수 있는 시대, 시가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치, 시가 꽃피는 시대에서 탈북문학도 뿌리내리기를 21대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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