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행궁을 배경 삼아 여름밤을 맞는다. 무대 위에 정조가 등장하고 소리꾼이 관객을 향해 퀴즈를 던지는 순간 웃음과 박수 사이로 뜻밖의 역사 한 장면이 펼쳐진다.
수원시립공연단이 선보이는 야간공연 '여민동락 퀴즈쇼 알고나니 수원~하다'는 정조대왕의 삶과 수원의 이야기를 퀴즈, 연극, 무예 시범, 소리로 엮은 퀴즈쇼다. 정조의 개혁 정신과 수원이라는 도시의 맥락을 유쾌한 형식에 담아 누구든 머물러 웃고 떠날 수 있게 만든 공연이다.
공연은 정식 해설자가 아닌 소리꾼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판소리 특유의 장악력으로 야외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고 "정조가 등장한 드라마는 무엇일까요?" 같은 퀴즈를 던지며 관객과 호흡을 나눈다. 관객의 지나가던 발걸음을 붙잡고 어느새 극 안으로 자연스럽게 이끄는 방식이다.

그렇게 시작된 무대는 3부 구성으로 진행된다. 1부는 즉위 직후 정조를 노린 자객 사건을 계기로 군권 장악을 시도하는 정조와 이를 견제하려는 대신들 간의 긴장을 다룬다. 정조는 논란 속에서도 숙위소를 설치해 호위 체계를 정비하고, 퀴즈를 통해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이어지는 2부는 신해통공, 금난전권 혁파, 노비제 개혁 등 주요 정책을 중심으로 한 개혁의 시간이다. 퀴즈 형식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극에 참여하도록 이끌며 역사적 제도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마지막 3부는 수원이 왜 정조의 개혁 실험장이 되었는지를 무대 위에서 풀어내는 장면이다. 조선 최강의 친위부대 장용영이 등장하고, 무예도보통지에 기반한 시범이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야외 공연 특성상 중간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관람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공연은 '흐름을 따라가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선택했다. 관객은 어느 시점에 들어와도 극의 맥을 짚을 수 있고, 소리꾼의 진행과 퀴즈는 공연의 결을 흔들리지 않게 유지한다.

권호성 예술감독은 "야외 공연은 관객을 앉게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이번 공연은 그 자리에 앉으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조라는 인물에 대한 무게감은 유지하되, 형식은 최대한 유쾌하게 풀고 싶어 재미와 유익두가지에 모두 초점을 맞췄다"며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야 끝까지 볼 수 있고, 보고 나면 뭔가 하나는 남는 공연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목 '알고 나니 수원~하다'는 공연이 가진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지명 '수원'이고 다른 하나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속이 시원하다'는 감탄을 사투리처럼 살짝 비튼 표현이다. 정조의 이야기와 함께 수원의 역사적 맥락을 퀴즈쇼 형식으로 풀어내며 관객이 수원을 새롭게 느끼고 돌아가도록 만든다.
공연은 6, 8, 9, 10월 2, 4주 금·토 저녁 7시 정조테마공연장 어울무대에서 진행된다. 약 40분간 이어지며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입장료는 무료다.
공연이 끝난 뒤엔 통닭거리에서 맥주 한 잔, 배경으론 여운이 남은 정조의 한마디가 흐른다. 수원의 금토 밤 퀴즈쇼로 정조를 만나고 한바탕 웃고 나면 수원이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