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일까지 열리는 ‘서울시 중장년일자리 박람회’에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의 열기가 뜨겁다는 소식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취업난이라는 요즘, 이같은 자리는 재취업을 열렬히 희망하는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개최한 만큼 아직 전국적 규모의 행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마다 중장년층을 위한 재취업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면 좋을 듯하다. 새 정부가 정년 연장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긴 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퇴직연령은 49.4세다. 조기퇴직자가 정년퇴직자보다 많은 것이다. ‘60세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전쟁터 같은 회사를 나와 지옥 같은 삶을 맞닥뜨리는 이들의 현실은 상상만으로도 암담하다.
이번 박람회에는 현대홈쇼핑, LG하이케어솔루션 등 120여개 기업이 참여해 총 1600여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한다고 한다. 구직자 1600명이 경력을 살려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희망적인 소식은 또 있다.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가 6개월 동안 60세 이상 시니어 433명의 일자리를 찾아줬다는 것이다. 일할 의지와 역량은 있지만 정년을 넘은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발굴하고 취업을 도왔다는 내용. 이는 전국 지자체의 주요 사업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초고령 사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확보하는 것은 점점 중요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되려면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규모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중장년층의 일자리 확대와 기회 보장은 점점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에서도 의미있는 행보가 있었다. 지난달 19일 전국 최초로 ‘주4.5일제’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하게 된 것이다.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4.5일제를 시행함으로써 노동자의 워라밸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노동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기업 여건에 따라 ▲주4.5일제(요일 자율선택) ▲주35시간제 ▲격주 주4일제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경기도는 참여기업에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원의 임금보전 장려금과 기업당 최대 2000만원의 컨설팅 및 근태관리 시스템 구축비를 지원한다. 오는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 후 성과를 분석한 뒤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한다. 3~4년 후에는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들이 주4.5일제를 운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할 뿐이다.
이처럼 노동환경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리진 못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노동시장의 현실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년 연장과 주4.5일제 도입 등을 계기로 이제는 노동자의 나이 제한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 60세는 말할 것도 없고 4050마저도 일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일할 수 있으며 일하길 원한다. 이젠 사회가 합당한 답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