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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5% 관세 D-5…한미 협상, 조선·농산물 카드로 막판 총력

日, 5500억弗 투자로 관세율 15%로 낮춰
한국은 1000억弗 안팎 제안에 美 불만
정부 “조선 협력 포함한 패키지 제시”
한미 대면 협상 여지는 30~31일 이틀뿐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를 닷새 앞두고 한미 재무수장 간 통상 협의가 이번 주 재개되며 막판 협상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주도형 한국 제조업과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잇달아 회동한 데 이어, 25일엔 뉴욕에 있는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협상을 이어갔다. 같은 날 예정됐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간 통상협의는 연기됐지만, 이번 주 중 다시 열릴 예정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전략적으로 주목해온 조선산업이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조선업 재건과 중국 해양 패권 저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우리 측은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협상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여부를 포함해 민감한 통상 이슈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미국이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자 대통령실은 “협상 품목에 농산물도 포함됐다”고 밝히며 시장 개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정부의 유화적 제안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EU)과 관세 협상을 갖고, 28~29일엔 스웨덴에서 베선트 재무장관 등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이 예정돼 있다. 사실상 한미 간 대면 협상이 가능한 날짜는 30~31일 이틀뿐이다.

 

여기에 일본이 미국과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일본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시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준비 중인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α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미 재무장관 회담이 돌연 연기된 것을 두고 미국 측이 우리 제안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도 일본처럼 돈 내고 관세 낮출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무리하게 타결을 서두르기보다, 민감 분야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도 실리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일본의 대미 투자액을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도체 등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 충격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미국 관세 영향으로 실적이 급감했다. 기아는 작년 동기 대비 24.1%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대차도 15.8% 줄었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일본이 관세를 15%로 낮춘 반면, 한국은 25%가 유지될 경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다. 철강도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50% 관세가 적용된 철강 수출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은 현지 생산 조정 등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영세한 기업은 관세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대기업은 적응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쓰러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한 보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강행될 경우,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GDP는 0.3~0.4% 감소할 수 있다”며 “이는 회복이 어려운 구조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KIEP 분석에는 일본의 관세 인하 효과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 손실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도 미국 관세율이 일본과 같은 15%로 조정된다는 가정 아래선 성장률에 큰 영향이 없다고 봤지만, 25%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연간 성장률 전망이 0%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성장률을 0.8%로 전망했으며, 2차 추경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상호관세 충격이 본격화되면,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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