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일으킨 관세 전쟁 때문이다. 그가 일으킨 전쟁은 원칙이나 명분이 따로 없다. 있다면 딱 하나, 아메리카 퍼스트! 다른 나라야 죽든 말든 제 잇속만 불리겠다는 어깃장이다. 그러고도 세계 경찰이라 우쭐거리는 꼴이라니. 오죽하면 제 나라인 미국 법원조차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위헌이라 판결하였을까.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관세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직 상급 법원의 판결이 남았다는 게 이유다.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천연자원에 대한 쟁탈전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동맹국들의 항의 역시 코웃음으로 대신한다. 그 피해는 힘이 약한 나라의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사건만 해도 그렇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던 한국 기술자 316명이 쇠사슬에 묶여 질질 끌려갔다. 테러 집단을 급습하듯이 장갑차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하여 체포한 한국 기술자 316명은 범죄자가 아니다. 범죄는커녕 머나먼 미국 땅까지 날아가 공장을 짓고 기술력을 전파할 핵심 인력이었다. 우리식 표현대로라면 ‘귀하디귀한 손님’이라고나 할까. 그런 손님에게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선물한 건 쇠사슬과 수갑이다. 예의범절을 몰라도 그렇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초빙한 손님의 뒤통수에 수치와 모멸의 쇠못을 두들겨 박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잊지 말자. 이것이 바로 70년 동맹국을 대하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상술이다.
손해 볼 게 빤한 장사는 접어야 옳다. 손절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손님을 귀히 여기지 않는 장사치와는 거래하지 않는 게 답이다. 답인 줄 알면서도, 그럴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부족한 자원을 기술력과 수출로 커버한다. 안보 역시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처지다 보니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기 어렵다. 관세를 빌미로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480조 원) 또한 그렇다. 트럼프는 그 돈을 전액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억지다.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85%에 해당한다. 더욱 가관인 건 한국이 투자해서 벌어들일 수익금의 90%를 미국이 갖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재명 정부에게 사인을 강요하는 관세 협상의 핵심 내용이다.
동맹의 정의 또한 새로 적립할 때다. 트럼프식 자국 이기주의에는 동맹이란 없다. 그는 주한미군을 들먹이며 방위비 분담금을 13조 7천억 원으로 늘리라고 한다. 현재 우리가 지출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1년에 1조 5천억 원이다. 미군 1인당 5,260만 원을 현금으로 지원하고, 세계에서 가장 넓고 편안한 기지까지 제공한다. 뿐일까. 주한미군은 각종 공과금과 세금, 통행료와 공무상 피해보상까지 추가로 지원받는다. 더군다나 우리는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데 한 해 9조 7천억 원(2023년 기준)을 쓴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나라가 우리다. 그럼에도 방위비를 10배로 늘리라니. 주한미군 1인당 5억 2천만 원을 내놓으라는 소리인데. 그 정도 고액 연봉이면 누군들 주한미군에 입대하고 싶지 않을까. 그렇잖은가.
지금이야말로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무리가 한국에도 있다. 마가가 ‘트럼프 어게인’을 외치듯 그들은 ‘윤 어게인’을 외친다. 툭하면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먹이고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것 역시 마가와 판박이다. 일본 천왕을 우러르던 친일파처럼 그들 또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황제라 추앙한다. 이리도 속된 식민지 노비 습성을 어찌하면 좋을까. 이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사구시(實事求是)하는 냉철함이다. 바깥의 압력에 굴하지 않듯이 우리 안의 병폐 또한 그렇게 극복하자. 그 냉철함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여는 참된 열쇠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