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남미의 콜롬비아 메데진 사람이다. 1949년생이 1993년에 죽었으니 명이 짧았다. 지구상 최악의 범죄자였다. 정치권력과 사법부, 경찰 등 공권력도 모두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3~4년이 특히 절정의 전성기였다. 미국에 들어가는 코카인의 80%가 그가 보낸 것이었다. 마약사업자였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그는 하루에 7천만 달러, 1년에 28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포브스지는 당시 그가 세계 7위의 부자라고 발표했다.
어느날, 어린 아들이 춥다고 하자, 100달러 돈뭉치를 밤세워 난로에 집어넣어 실내의 온도를 높였다. 그렇게 하루 저녁에 태운 돈은 20억원이 넘었다. 그는 돈을 내놓으면 살려주고, 아니면 죽이는 '강도들의 원칙'을 응용했다. 경찰이든 정치인이든, 판사든 그 누구든, 자신의 돈(뇌물)을 받아먹으면 살려주어 노예 삼고, 받지 않으면 죽였다. 그 숫자는 5000명에 이른다. 당시 콜롬비아 경찰의 월급은 20달러였다. 뇌물은 기본이 2만불이었으니 월급의 1000배였다.
파블로는 항공기, 선박, 잠수함 등을 이용하여 미국으로 마약을 운송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King-pin Act’라는 ‘대마약왕 단속조치’를 선포했다. 그 연설은 심각한 표정과 함께 역사에 남아있다. 그는 마약단속국(DEA), CIA, 미군(Delta Force와 Navy Seal. 두 부대는 세계 최고의 특수작전부대) 등을 전투조직으로 확정하고, 콜롬비아 정부와 협력하여 그를 잡으려고 했다. 실패했다.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을 이어갔다. 미국정부가 자신을 사냥하기로 결정하자, 국회의원이 되면 체포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정계진출을 결심했다. 고향 메데진(콜롬비아 제2도시. 당시 전세계에서 살인율 1위)의 빈민가를 헐고 극빈자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축구장을 100개나 만들어주었다. 축구단도 창립하였다. 결국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를 체포하여 처벌하려던 원칙주의적 혁신가 법무 장관 로드리고 라라 보니야(1946~1984)를 살해했다. 그 얼마 후, 대통령 후보로 나온 루이스 카를로스 갈란(1943~1989)이 마약범죄와 부패척결을 공약으로 들고나오자 역시 살해했다. 갈란을 이은 새 후보 세르히오 가비리아(1947~ )가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을 알고 쐈다. 이 비행기를 타려고 했던 세르히오는 감이 좋지 않아 탑승하지 않아서 죽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민간인 110명이 참변을 당했다. 국가와 타협하여 결국 감옥에 갔지만, 그 감옥은 자신이 고급호텔 수준으로 지었다. 그가 뽑은 교도관들이 미군의 기습으로부터 그를 지켰다.
최근 의로운 경찰관 백해룡 경정의 폭로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마약범죄단체와 윤석열-김건희의 연관설로 여론이 뜨겁다. 이미 크게 뚤렸다.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30년 전 콜롬비아 메데진처럼 절망의 땅이 될 지도 모른다.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파블로 에스코르바를 소환한다. 그는 세상을 마약과 돈으로 지배하는 지옥으로 만들었다. 끝내 자신을 쫒던 특전사와 싸우다가 뒤통수에 총을 맞고 처참하게 죽었다. 44살이었다. 백해룡과 임은정이 크게 협력하여 위대한 성과를 내기를 빌며 응원한다.
사족:메데진은 파블로 에스코르바 시대가 막을 내린 1993년 이후, 탁월하고 혁신적인 정치가들이 연이어 시장에 당선되어, 3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지방정부로 거듭났다. 우리나라의 3류 정치인들이 <기적의 도시 메데진>이라는 귀한 책을 읽고 등급이 좀 높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