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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칼럼] 영화의 다양성이 시장과 산업을 키울 수 있다

 

시장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고 관객 동원력은 떨어져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른바 종(種) 다양성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도 무시하지는 못한다. 연말이고, 해를 넘기기 전에 ‘묵은’ 영화들을 밀어내려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배급을 지원받은 독립영화의 경우 약속된 규정에 따라 해를 넘기기 어려울 작품도 꽤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수작인 작품들, 다양한 국적의 영화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눈에 띄는 외화들이 많다. 예컨대 대만 영화 '왼손잡이 소녀'는 미국 션 베이커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이다. 대만 영화가 요즘 뜨고 있다.

 

중국 제작의 블록버스터 '난징사진관'은 중국에서는 8452만 명이라는 믿을 수 없는 관객 수가 나오고 있는 작품이다. 30억 위안, 6160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3만 명 선을 가까스로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식 ‘국뽕’이라는 평가, 혹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고 편견이나 오해에 기반한 혐중 정서의 영향을 받는 탓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이 작품 역시 꽤 괜찮은 수작으로 평가된다. 1937년 난징 대학살의 비극을 올바르고, 무엇보다 품위 있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적 재미도 높은 작품이다.

 

관객 수, 흥행 정도나 양상과 상관없이 '1980 사북'과 같은 다큐멘터리가 극장 한구석을 끈기 있게 차지하려 애쓰는 모습도 유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다큐가 선제적으로 성을 쌓아야 극 영화들이 그 안에서 많이 만들어질 수가 있다. 수작의 다큐는 장편 상업영화로 가는 길목을 만들어 낼 것이다. 힘들더라도 극장의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일본 영화는 현재 두 편이 화제이다. 일본 국내에서만 1200만 관객을 모은 '국보'가 한국 상륙을 준비 중이다. 19일에 전국 개봉한다. '국보'는 가부키 명인에 관한 얘기이고 짐작하겠지만 매우 일본적인 작품이다. 넷플릭스 사무라이 6부작 드라마인 '이쿠사카미' 역시 한동안 전 세계를 휩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전설의 영화 '바람의 검심' 시리즈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순전히 넷플릭스가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의 힘이다. 요즘의 일본 영화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체인소맨: 레제편' 등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북미와 남미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상태이다. 일본 메이저 배급사인 도호는 '국보'의 여세를 몰아 한국 유수 제작사와의 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판을 키우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작품의 토대가 시장의 규모를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도 협업 구조를 확충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이 '더 홀'을 만들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테오 제임스가 나오는 미국 자본의 영화이다. 나홍진 감독은 1000억 원짜리 3부작 설이 돌고 있는 '호프'를 완성 중이다. 역시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나온다. 트럼프가 일으킨 무역 전쟁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산업은 더 하다. 개별 단위를 넘어선 국제 협업의 작품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 시장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생존의 길이다.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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