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강력 성범죄자들이 이웃에 살고 있는데도 현실적으로 이를 알지 못하고 사는 주민들이 불안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조두순·박병화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과자들을 제외한 다수 위험군에 대한 정보가 쉽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미지의 지뢰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런 모순을 해소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무명이지만 위태로운 성범죄 전과자들이 주는 불안을 해소할 효과적 방안이 시급하다.
성범죄자 신상등록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는 정보공개 성범죄자는 모두 699명이다. 전국 공개 성범죄자 2949명 중 23.7%를 차지한다. 도내 공개 성범죄자 중 상당수는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 인근을 포함해 해당 지자체에 살고 있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과 ‘수원 발발이’ 박병화 등 언론에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들은 24시간 철통 감시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 성폭행범은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는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조두순과 박병화와 비슷한 수준의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있는 만큼 인근 거주자들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조두순의 자택 근처에는 24시간 감시 초소가 설치됐으며, 상시 배치된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통제 및 기동순찰대 등의 순찰이 이뤄지고 있다. 박병화의 주거지 인근도 초소와 함께 기동순찰대와 지구대 경찰력이 고정 배치됐다. 이 둘은 실형을 선고받기 전부터 범행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성범죄자들은 같은 수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성범죄자알림e 누리집에 따르면 조두순의 주소지인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는 실제 등록된 신상공개 성범죄자가 4명 더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60대 모 씨는 2012년 공범들과 함께 미성년자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50대 모 씨는 2013년 30대 여성을 강간해 징역 10년, 2021년 40대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6월이 결정됐다.
박병화 거주지인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는 11명이 더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40대 모 씨는 2008년과 2009년 성범죄를 저질러 특수강도 강간 등 혐의로 징역 11년, 또 다른 40대는 공범들과 함께 2004년과 2007년, 2008년 범행해 같은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했다. 징역 12년이 확정된 조두순과 징역 11년을 받은 박병화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의 범행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신상정보 공개 및 전자발찌 부착 등 조치 외 경찰과 보호관찰관의 통제는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기신문 취재진에게 “24시간 감시 초소 설치 및 순찰 인력 배치만으로 1년에 수천만 원 상당의 혈세가 투입된다. 경찰 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 모든 강력 성범죄자들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실토했다.
2020년 12월 조두순, 2022년 10월 박병화 등의 출소 때마다 성범죄자를 국가가 지정한 시설에 살게 하겠다는 한국형 제시카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법무부가 2023년 입법을 시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2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김영진·박해철·장동혁 의원 등이 발의한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도 계류 중이다.
제시카법이 쉽게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위헌·이중처벌 논란과 시설을 만들 지역 선정에 대한 부담감 등 때문이다. 이웃 어딘가에 성범죄자들이 시한폭탄처럼 존재한다는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는 것은 치자들의 무능 말고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문제는 정쟁거리가 돼선 안 된다. 잔불이 남아서 위태로운 산불 진화 현장에서 진화 장비를 놓고 ‘양동이’냐, ‘바가지냐’ 다투는 꼴과 다름없는 이 한심한 논란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할 참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