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생 약 3분의 1이 교육을 받고 있는 경기도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지라고 부를만 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자율·균형·미래'라는 기조 아래 체계적 공교육 구축과 맞춤형 교육 확대를 목표로 학생들에게 부족함 없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경기신문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도교육청만의 특별한 교육 정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교육청이 대한민국 교육의 판을 새롭게 짜고 있다. 학생들을 줄 세우고 정답만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을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원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같이 도교육청이 새롭게 던지고 있는 교육 패러다임은 AI 시대에 더욱 눈여겨볼 만 하다.
도교육청이 제안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과, 이를 뒷받침하는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의 자세한 내용을 경기신문이 짚어 봤다.
◇ '수능 이원화'로 대표되는 대입 개혁 논의
도교육청은 학생에게 정답만을 강요하는 교육에서 탈피하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편에 힘쓰고 있다. 대입 제도는 도교육청의 업무가 아니지만, 지금처럼 사교육이 만연하고 학생들을 줄 세우는 실태에 책임감을 느끼고는 먼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내용은 2032학년도 수능부터 ▲수능 5단계 절대평가 전환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방식 개선 ▲수시·정시 통합전형 운영 등이다. 지금의 오지선다형 수능으로는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없으니 학생이 직접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서·논술형 방식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도교육청은 경기도교육연구원과의 연구 끝에 다음과 같은 대입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수능을 9월로 앞당기고 일부 과목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수능 이원화'다. 수능I은 12~2월에 고등학교 2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공통과목을 평가하고, 수능II는 9월에 고등학교 3학년 희망 학생에 한해서 선택과목 논술형 시험을 치른다는 것이다. 두 시험 모두 5등급 절대평가로 평가한다.
아울러 수시와 정시 전형을 통합해서 내신·학생부·수능 성적을 종합 평가하고, 3학년 2학기까지의 내신을 대입전형에 반영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학생부에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을 반영해 학생의 역량을 항목별로 도식화해 평가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향후 도교육청은 2032학년도 시행을 목표로 대입제도 개편 연구를 이어 나가고, 17개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에 이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제안할 계획이다.
◇ 학생 생각하는 힘 기르는 AI 서·논술형 평가
도교육청은 대입제도를 개편하는 차원에서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마다 서로 다른 서술형 답안 채점을 AI가 도와 공정성을 확보하고, 교사의 부담은 덜어주며,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은 키운다는 취지다.
지난달 25일 화성의 봉담고등학교 1학년 8반에서는 이같은 AI 서·논술형 평가를 활용한 수업이 이뤄졌다. 도교육청은 도내 17개교를 지정해 AI 서·논술형 평가 시범운영연구회를 운영하는데, 봉담고도 그중 하나다.
이날 한국사 수업에서는 일제강점기와 민족 운동을 주제로 학생들의 논술형 답안을 평가했다. 학생들이 무장투쟁, 의열투쟁, 실력양성운동 등 3가지 민족 운동 중 하나를 골라 자기 생각을 글로 쓰면, AI가 손글씨를 인식해 채점하고 피드백을 주는 활동이다.
AI는 학생이 고른 민족 운동의 장점을 설명하거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줄이라고 조언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피드백을 2차례 제공했더니 학생들의 수정 답안이 더 깔끔하고 논리정연해졌으며 평균 점수도 크게 올랐다.
장동근 학생(16)은 "어떤 점이 부족하고 또 보완이 필요한지 AI가 명확하게 제시하기 때문에 기존에 글을 쓰면서 놓쳤던 부분이나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며 소감을 말했다.
AI 서·논술형 평가를 내신이나 수능에 도입하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김도훈 학생(15)은 "선생님들마마다 채점 기준이 다르니까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지만, AI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서 공정한 평가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오히려 AI 평가가 공정한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교사는 AI 피드백을 참고하면서 학생들의 답안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기존 서술형 수행평가에서 교사가 AI가 교사의 수업을 돕는 학습 조력자가 된 셈이다.
이날 수업을 맡은 조영찬 교사는 "AI를 활용했더니 수업에서 애매한 부분을 명확하게 바로잡을 수 있었다"며 "학생 한 명 한 명 피드백을 줄 때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는데, AI 덕분에 효율적으로 수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도교육청은 교원 역량강화 연수도 운영하고 있다. ▲1교 1핵심교원 양성을 위한 논술형 평가 핵심교원 연수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리더교사 양성 연수 ▲AI 서·논술형 평가 실습형 교사 등, 시스템을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총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도교육청의 연수에는 도내 초·중등교사 8900명이 참여했다.
이날 봉담고에서 열린 대입개혁 정책브리핑에 참여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은 학생의 성장을 돕고 입시 중심의 교육을 바꾸는 시도"라며 "이번 사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 변화까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언제나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입 제도 개혁'의 첫 발걸음을 도교육청이 뗀 가운데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