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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노마드] 38일간의 총성, 그리고 부활과 라마단의 기도

 

4월 5일은 인류의 오래된 신앙인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의 기간이다. 기독교에서는 생명의 부활과 기적을 노래하는 부활절이며, 이슬람교에서는 신성한 절제의 달 라마단의 한 복판에 있는 날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를 찬양하는 부활절이요, 무슬림들에게는 철저한 자기 부인과 기도로 영혼을 씻어내는 라마단의 한복판으로, 두 종교 모두 평화와 화합을 가리키고 있건만, 이 거룩한 절기들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참혹한 포화이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연합군 간의 충돌은 이란 본토 군사 시설 공습 이후로, 이에 맞선 이스라엘 본토와 인근 미군 기지를 향한 이란의 보복 공격,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 카드로까지 이어졌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21세기 들어 중동 내 최대 규모의 무력 충돌로 기록되고 있다. 필자의 많은 지인들이 중동에서 활동하는데 주변 나라 혹은 한국으로 몸을 피신하여, 두고 온 사업체와 집, 그리고 그곳에서 맺은 인연들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석유와 가스, 비료 등 핵심 공급망이 붕괴되었고,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즉시 폭등했고, 에너지 위기는 곧바로 인플레이션의 파고로 이어져, 물가는 치솟고 민생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독교에서 부활절은 차가운 죽음의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봄의 생명력처럼, 절망의 끝에서도 반드시 희망이 싹튼다는 믿음을 상징한다. 이슬람교의 라마단은 억제와 절제의 시간이다. 낮 동안의 금식을 통해 굶주린 이웃의 고통을 체감하고 탐욕을 내려놓는 정화의 과정이다. 두 종교의 이러한 절기가 지향하는 본질은 고통 뒤에 찾아오는 희망, 나를 낮춤으로써 타인을 품는 사랑과 평화이다. 그러나 2026년의 중동은 이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거대한 모순의 현장이 되었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의 궤적은 부활절의 종소리를 덮어버렸고, 가난한 이웃을 돌봐야 할 라마단의 정신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속에 무력하게 흩어졌다.

 

두 종교가 약속한 기쁨과 환희의 절기는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축제가 아니라, 국경과 종교를 초월한 연대의 기도다. 부활절의 달걀이 상징하는 새 생명의 탄생과 라마단의 이프타르(일몰 후 첫 식사)가 주는 나눔의 기쁨은 결코 폭력과 공존할 수 없다. 진정한 부활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고 다시 생명을 긍정하는 희망 속에 있으며, 참된 라마단의 정신은 총구를 내리고 굶주린 이에게 빵을 건네는 결단 속에 있다.

 

다시 그들의 삶의 터전이 복구되고, 이웃들과 함께 부활의 환희와 라마단의 평화를 온전히 나눌 수 있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해 본다. 라마단의 평온한 저녁 식사가 폭격의 공포 없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죽음 대신에 생명을, 증오 대신에 사랑이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중동의 하늘에 미사일 대신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오르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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