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으로 1년간 상담 치료를 받았다는 그녀에게 그동안 어떤 걸 배웠는지 물었다. “그냥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어요. 참, 지금 여기의 감정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꾸 달아난대요.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어요.” 그녀에게 나는 미소를 띠며 “잘 안 되는 건 당연해요. 말 몇 마디로 바뀌기 어렵죠.”했다. 그녀는 4년 넘는 시간 동안 음식을 먹으면 자주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으며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잘 낫지 않아 내원했다. 여러 병원을 거쳤고 가는 곳마다 약과 함께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들을 들었다. 뚜렷한 호전이 없는데 반해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참기가 쉽지 않았다. 위장에 자극을 주지 않는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 절제하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더 우울하고 불안해졌다. 그러다가 또 참지 못하고 밀가루나 육류 등 불편해지는 음식을 다시 먹으면 더욱 설사가 잦아졌다. 치료는 몸과 마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오랫동안 잦은 설사와 복통으로 위와 장의 기능이 약해지고 과민해졌기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하고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약화한 몸의 에너지를 북돋아 자생력을 길러 준다. 다른 측면으론 마음을 돕는다. 그녀는 꼼꼼한 성격이었다. 먹는 것과 함께 자신이
집단상담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한 20대 여성이 자신이 마약중독임을 밝힌다. 그녀는 8년 전 남자친구의 권유로 마약을 시작했다. 여러 번 끊을 시도 했고 그 횟수만큼 고통스럽게도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정신병원에 수차례 입원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간 정말 다시는 안 하겠다 굳게 결심하지만 지속되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마약을 끊고 이 상담에 참여했다. 그녀는 마약을 우연히 접하였다가 삶의 수렁에 빠진 사람의 회복을 돕는 마약중독재활치료사가 되길 바란다.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만 반갑다. 삶의 속성으로 따라오는 고통에 대해 우리는 기분을 전환해 주어 일시적으로 고통에서 이탈하게 해 주는 어떤 것들을 때때로 선택한다. 맛있는 저녁식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일을 끝마친 후 치킨과 맥주일 수도 있다. 속상하다고 훌쩍 밖으로 나가 피우는 담배 한 가치는 건강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한 부분일 수 있다. 문제는 물질중독, 사용장애이다. 여기서 물질은 뇌에 영향을 미쳐 의식이나 마음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물질 사용에 장애가 되는 경우는 △물질 사용을 통제할 수 없거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물질 사용으로 인해 훼
나는 드라마(응답하라1994)에서 소환되었던 94학번이다. 첫 번째 실시된 수능을 보았던 세대. 그해는 X-세대마케팅의 시작인 태평양의 트윈엑스의 광고가 시작되던 해였다. 대학생활이 자유로왔는지 그때 누리는 게 특별한지 그 당시는 몰랐다. 마치 충분한 산소가 있는 공기의 가치는 없어졌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듯이.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처음시작한 병원생활이 그랬다. 인턴시절은 놀라웠다. 레지던트가 오더를 내리면 인턴은 기계처럼 수행해야 했다. 8명이었던 인턴 중 한 명이 실수하면 단체로 기합을 받았다. 한 번은 담당레지던트한테 엄청나게 혼났었는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하라면 하지 무슨 질문으로 토를 다느냐는 논조였다. 바로 윗년차 레지던트 중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병원이 군대보다 더 빡세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경험했던 문화가 한국조직사회 전반에 스며들어있다는 걸 후에 알게 되었다. 남녀의 차이는 없었다. 병동에 주치의로서 근무를 할 때는 오히려 환자들이 나를 더 따랐다. 오히려 더 꼼꼼하게 진료를 잘 봐준다고 다른 주치의를 거부해 나를 커버해준 남자선배가 무안해진 일도 있었다. 대학교 때는 여학생회
귀여운 5살 남자아이가 진료실 진찰 침대에 누워있다. 추운 날씨지만 진료실 안은 따뜻하고 난방기가 빵빵하게 가동 중인데 아이는 마스크를 얼굴 가득히 덮어쓰고 누워 눈만 빼꼼히 내고 쳐다본다. 자 “혀를 메롱 할 때처럼 내밀어 보세요”.라고 마스크를 잠깐 내렸다. 설진(舌診; 혀의 색 등을 살피는 것으로 한의학의 진단법 중 하나이다.) 후 여긴 안전하니 “답답하면 마스크 벗어도 되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는 웬걸 놀란 눈으로 마스크를 다시 코 위 깊숙이 쓴다. 괜찮다고 해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 문득 이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 코로나 19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바라본 세상의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지켜야 할 필수 규칙에 마스크 잘 쓰기가 있었고 교육받으며 혹 벗었으면 지적을 받았겠다. 더 설명하려다가 아이가 혼란스러울까 봐 말을 거둔다. 하루 종일 쓰고 있느라 정말 답답했을 텐데. 어른으로써 좀 더 행동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남는다.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비롯한 신체적 정서적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스쳐 지나간다. 마스크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여러 경로로 제기되었는데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3차백신접종 그리고 오미크론 대유행 후부터 지금까지 한의원에서 만나는 분들의 패턴이 흥미롭다. 대부분 “백신 다 맞았는데 코로나 19도 걸려 고생했어요.”라고 말한다. 나의 대답이 이어진다. “감염되지요. 코로나 19는 RNA바이러스죠. 특징이 변이가 계속 일어나요. 변한다는 겁니다. 백신은 변이 된 후에 만드니 백신을 만드는 속도는 바이러스가 변이 하는 걸 뒤따라 갈 수밖에요. 그래서 백신접종이 감염을 예방할 수 없지요. 그러면 ”저는 모르죠. 전문가가 아니니 어찌 알겠습니까.”라는 대답부터 “어떡해요. 직장에서 안 맞으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라는 체념조나 혹은 “국가의 감염병에 대한 관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등 다양한 대답이 따라온다. 신기한 게 그다음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안 맞았으면 더 심하게 앓았을까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안 맞으려고요.” 이런 풍경 속 최근에 어찌어찌 소개로 한약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내원한 한 86세 할머님은 작년 2차백신 접종 후부터 크게 앓고는 입맛을 잃고 전신이 저리고 안 아픈 데가 없다는 표현이다. “앓기 전에는 정말 스무 살은 젊어 보인다
만성방광염 그리고 질염, 과민성방광으로 내원한 그녀의 이야기이다. “방광염이 생겨서 내과 가서 항생제 복용하고 좀 낫다 싶으면 질염이 발생해서 산부인과 가서 항생제 또 처방받아먹거나 질정제를 넣었고 또 질염이 좀 낫는가 싶으면 또 방광염이 발생해서 항생제 또 먹고 그랬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래도 잘 낫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다가 왔어요” 한다. 그러던 중 과민성 방광 증상도 더해졌다. 절박뇨. 즉, 소변이 급하게 마려워서 참지 못하고 자주 보게 된다. 때때로 요실금도 있다. 그녀는 10년 전 요실금으로 요실금수술과 질성형술을 받은 것으로도 우울해한다. 갱년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질이 건조해지고 위축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질을 축소하는 수술까지 했으니 더욱 위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부위와 주변에 부종과 통증 그리고 과민한 감각, 외음부 주변 피부에 아주 작은 수포 등으로 아프고 불편해 의자에 앉아있기가 어려워했다. 한 산부인과에서 항바이러스제에 이어 항생제 처방을 받았는데 역시 반응이 없자 그녀의 걱정은 커졌다. 요추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요통, 둔근점액낭염 증상인 엉덩이 통증 등등 쏟아지는 증상 보따리를 풀며 그녀는 “좋아질 수 있을까요?” 묻
그를 마주한 것은 몇 년 전 이맘때였다. 호전없는 여러 치료에 지친 그를 부인이 간곡하게 치료받자고 설득해 겨우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는 3년 전부터 발생한 그때까지 받았던 여러 주사치료와 양약의 어떤 치료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섬유근육통이었다. 그는 10년 넘게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극심한 두통으로 며칠은 아무것도 못했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속쓰림과 더부룩함도 일상이다. 통증이 시작되고는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새벽 4, 5시경에야 겨우 잠든다. "예전의 밝고 활기찬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이전과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라고 그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신경통약과 항우울제 항불안제에 더해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복용 후 조금 완화되는 통증은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깨면 한치도 나아지지 않고 어김없이 끔찍하게 반복되었다. 옥시코돈은 강력한 진통효과를 가지지만 또한 부작용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독성이 있다. 극심한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약을 먹어도 통증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화병과 함께 불안장애와 우울증도 보
여성의 생애주기 중 갱년기에 대해서 정의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연령면에서 볼 때는 대개 45세에서 55세 무렵의 폐경을 전후한 시기를 말한다. 폐경이 가까워지고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저하되어 에스트로겐(Estrogen)이라는 호르몬의 감소되면 이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심하게 나타나는 기간을 갱년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열이 오르고 땀이 많이 나는 증상과 함께 질 건조증과 위축이 동반되기도 한다. 부부관계 후 자궁출혈이 많아서 한동안 고생했고 이어지는 만성방광염으로 양약 치료받다가 호전이 없어 내원한 갱년기에 접어든 그녀는 말한다. “남편은 쉬고 와서 혈기가 넘쳐서 시작하는데 저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안 하고 싶었어요.” “힘들다고 말을 꺼냈으면 어땠을까요? ” “그러게요, 그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가 하면 어떤 60대 남자 환자는 묻는다. “저는 몸 관리도 잘하고 해서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집사람은 안 그래서 고민돼요. 저번에도 사정사정해서 몇 달 만에 겨우 했네요.” 한다. “물어보세요. 이유가 있을 거예요.“ “몰라요. 그냥 하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기혼자 743
그는 새벽까지 시장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엄마를 도왔다. 장사를 돕고 정리를 하고 나면 새벽 4시가 넘어 잠든다. 오후 1, 2시에 일어난다. 이런 패턴의 생활이 5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그의 몸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체중이 20킬로 넘게 증가했다. 고혈압에 통풍도 진단받았다. 최근에는 심장부근의 통증이 느껴진다. 혈압을 체크해보니 155/100이다. 심장통은 협심증의 의심된다. 손님들이 휘몰아치는 피크타임이 지나고 나면 출출하니 새벽녘에 늦은, 아니 이른 식사를 했다. 자고 일어나면 나른하고 귀찮아 점점더 라면을 끓여먹거나 배달음식도 많이 시켜먹었다고 했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과 함께 우울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또 다른 그는 작가다. 새벽 세시경 잠들어 오전 9시쯤 일어나는 생활이 10년이 넘었다. 일어나서 하루에 세끼를 먹는데 간단한 아침과 주로 사먹는 점심과 저녁이다. 그는 당뇨병으로 혈당강하제를 복용중이다. 당뇨합병증의 무서움을 알기에 음식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다. 과일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킨다고 들어 안먹는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 같이 반주를 한두잔 곁들인다. 오래된 습관이다. 일상에서 음식을 잘 챙기려고 하지만 가끔 맛있는 음식이
나와 마주한 그녀에게 말한다. “수면시간이. 새벽 두 시에 잠들어서 8-9시에 일어나시는 거지요?. 아침에 일어날 때는 항상 피곤하다고 되어 있고요. 지금 과로로 소진된 상태에 몸의 에너지를 돕는 한약을 지어드릴 텐데요. 수면시간을 변화를 주면 회복이 훨씬 빨라질 거예요. 늦어도 밤 12시 정도 잠이 들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빨라져요." 여러 연구결과를 이어 설명한다. 진료실에서 반복되는 일상이다. 나의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타인에게 습관을 바꿀 필요성을 설명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본이기도 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한의학에서는 인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에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며 자연의 변화 리듬에 맞추어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하루 변화의 양상을 12가지의 상태로 표현하여 그 각각의 시간에 활성화되는 장기가 달라지며 시간의 변화에 필요한 활동들을 안내한다. 예로 자시(子時)(오후 11시 30분~오전 1시 30분)는 에너지의 회복을 위해 꼭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지혜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