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발표된 가수 임현정이 부른 곡 ‘첫사랑’ 은 ‘햇살처럼 눈부시게 다가와 나를 깨우던 그대여~ ’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햇빛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하니 이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햇살은 잠을 깨우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의 다양한 측면을 깨우는 눈부신 역할을 한다. 인간은 해가 지는 밤에 잠을 자고 낮에 활동하도록 진화한 동물이다. 낮과 밤의 대사가 다르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이런 생물학적 변동을 하루 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한다. 이 리듬은 우리의 충동, 행동, 생화학을 조절한다. 수면을 비롯해서 우리 몸이 리듬있게 운영되기 위한 핵심에 빛이 있다. 일주기리듬을 잘 운영하기 위해 낮에는 충분한 햇빛을 쬐고 밤에는 인공광원을 가능한 줄이는 것이 좋다. 2007년 국제암연구기관은 야간 근무를 발암 ‘가능’ 물질 항목에 공식 등록했다. 널리 알려졌듯이 햇빛을 쬐면 비타민 D가 생성된다. 혈중 칼슘수치가 유지되는 것은 골성장과 골밀도 유지, 신경계의 정상적 기능을 위해 중요하다. 이러한 조절은 비타민 D 내분비계라고 불리는 복잡한 체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아이에게는 뼈가 물러져 성장이 지체되고 뼈대가 기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원에서의 진료는 가볍게 이어지는 대화의 연속이다. 그 대화들은 증상을 묻고 지금 몸의 상태와 치료과정에 대해서 이해를 돕는 목적에서 때때로 혹은 자주 삶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19가 시작된 후로는 지금까지 그 대화 중에 면역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가끔 한의원을 찾는 중년의 그녀는 소장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 후 소화불량과 피로감이 일상이다. 임플란트 시술을 며칠 전에 하느라 꽤 힘들었고 그 이후에 시작된 두통으로 내원하였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치료와 처방한 한약 덕분에 저녁이 되면 목 뒤 쪽으로 열이 나면서 가려운 것이 없어졌다고 너무 고맙다고 한다. 갱년기 상태의 호르몬 부족과 과로로 몸의 에너지와 조절력이 저하되어서 열이 나고 가려운 증상에 대한 한약 처방의 결과였다. 다른 병원을 여러 군데 갔었는데 방법이 없다고 하거나 치료 후 호전이 없었는데 좋아졌다고 하며 감사를 표현했다. 그녀는 예전의 감기 걸렸을 때 복용한 한약도 효과가 좋았다고 덧붙인다. “한약치료는 직접 호르몬제를 투여하지 않지만 갱년기 증상이 좋아지고 균과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감기 혹은
뜨거운 여름 낮 개방 분수대에서 수십 개의 물줄기가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른다. 물줄기를 맞으며 동동거리는 아이들의 '꺄악', '와' 하는 신나는 함성이 들린다. 시원하고 행복하다. 노자 (도덕경)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비유한다.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 물. 정신적 가치에 대한 비유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이롭게 하는 최고 좋은 것이라고 할 법하다. 물은 지구 상의 수많은 생물과 인간 생명의 근원이다. 성인의 경우 몸의 약 60-70 %를 차지하며 음식은 3주를 굶어도 버틸지라도. 물은 며칠만 못 마셔도 생명이 위태롭다. 물의 중요성을 알긴 하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잘 안 먹거나 못 먹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맹물을 먹으려고 하니 목에서 안 넘어가 못 먹거나, 물을 마시면 흡수가 안되고 그대로 소변으로 자주 나와 화장실 가기 번거로워 안 먹기도 한다. 심지어 입이 마르고 눈이 마르거나, 변비, 어지럼증, 두통 등 탈수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그렇다. 좋은 물을 요약하자면 염소와 각종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고 미네랄 성분과 산소가 균형 있게 함유된 약알칼리성 물이다. 성인의 경우 대체적으
최근 달라이 라마의 영어 통역자로 활동했고 스탠퍼드 대학 자비명상 프로그램의 개발자인 툽텐 진파 박사의 “공감과 자비의 과학”으로 워크숍이 있었다. 그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통역하듯이 불교수행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점을 재구성해서 세상에 알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 공감과 자비의 훈련이 왜 필요할까?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장자의 『인간세(人間世)』에서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 귀는 듣는 것에 머물고 마음은 상징에 머문다, 기라는 것은 텅 비어 있으면서 외물을 맞이 하는 것이다,’ 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 사람은 타인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거나 말하는 것만 듣고 있어도 거울 뉴런이 실제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활성화 된다, 공감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 연결 될 수 있다, 자비심은 넓은 의미에서 타인의 고통을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 타인의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비심의 근간에는 인간의 취약성과 보편성에 대한 이해가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모두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유한한 인간으로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고통받을 수 있고
대학때 기천문이라는 무술기공동아리가 있었다. 동아리의 주요활동인 아침수련을 몇 번 참가하였는데 맨 처음 기초로 기마자세를 배웠던 기억이 또렷하다. 약간은 어정쩡해보이고 낯선 자세, 몸의 모양을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던 차에 다른 동작들의 기본이니 이것부터 열심히 단련하라는 설명을 들었다. 기천문은 계속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참가하게 된 의료기공동아리와 또 후에 접하게 된 태극권에서도 모두 명칭은 달라도 기마자세를 기본으로 하여 수련을 안내하였다. 기마자세는 말을 타는 자세라는 뜻이다. 동북아의 무술과 무술에서 비롯된 기공의 기본이 되는 자세이다. 각 공법에 따라서 태권도에서는 주춤서기, 기천문의 태양역근내가신장, 해동검도에서는 마법내가신장, 태극권에서는 마보, 비무술기공인 참장공, 소림내경일지선에서의 마보참장공 등으로 이름이 달라진다. 무릎의 굴곡, 하지를 벌리는 정도 하지의 내회전 정도, 상지의 모양 등으로 모양도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척추를 자연스럽게 펴고 상체에 힘을 빼며, 시선은 전방을 향하며, 거의 대부분 발 모양을 발끝이 안쪽으로 향하는 팔(八)자모양 혹은 11자로 둔다. 기공은 기(氣)로 표현되는 생명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연마하기 위한 가장
한의대 20년 선배님인 한 한의사 원장님은 거의 매일 아침 공원에서 태극권을 오랫동안 지도하셨다. 그 선배님의 이른 아침 태극권 모임에 참여하게 되며 부지런히 운동하는 몇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의사 한분이 계셨다. 식이요법과 아로마요법 등으로 자신을 치료하던 중 류머티즘에 효과적인 운동으로 알려진 태극권을 배우려고 수소문하였고 이 모임에 참여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간도 열심인 분이었다. 선배 원장님께 태극권과 함께 한약과 체질침 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호전되어 체질침 전도사를 자처하셨던 열린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태극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기공 중 하나이다. 사실, 기공이란 용어는 넓은 스펙트럼의 개념이다. 철학적 혹은 종교적인 관점, 혹은 기공을 수행하는 유파에 따라 기공을 수련하는 방법, 동작, 목적이 다르기에 설명이 달라진다. 기공에 포함되는 여러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존재하였지만 기공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근래이다. 1950년대 의료계에서 유귀진이 저서 (기공요법실천)에서 “기(氣)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의 호흡을 통한 의념(意念) 활동을 뜻하며 공(功)이란 이를 바른 자세로 꾸준히 연마하는 것”라
여성질환을 치료하다 보니 한의원에서 월경통을 호소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8년 전이었다. 선배의 한의원으로 문의전화가 왔었는데 부인과질환은 잘 보는 후배가 있다고 하며 나에게 보낸 모양이었다. 환한 인상의 씩씩한 분위기의 40대인 그녀는 모 대학병원에서 자궁에 근종이 3개 있다고 진단받았다. 월경통 외에는 자궁근종으로 인한 불편감이 없어서 통증을 잘 조절하며 폐경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될 터였다. 문제는 3개월 전부터 월경통이 무척 심했고 강력한 진통제로도 조절이 되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그 병원에서는 자궁절제술을 권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수술을 한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치료법을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하였고 한방치료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와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매주 2회씩 내원하여 침, 왕뜸 등의 치료와 한약치료를 지속하였다. 통증은 첫 달부터 변화를 보였는데 치료를 시작하고 세 번째 달에는 견딜만한 수준으로 변하였다. 무엇보다도 처음내원 시 소화불량과 피로와 어지럼증 그리고 5년 전부터 그녀가 매철마다 고생하던 비염증상도 같이 호전되었다. 치료를 마친 후 그녀는 1년에 1, 2회씩 심
만성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나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운동습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하게 된다. “운동을 어떻게 하세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세요.?” 가 주 내용인 물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말한다. “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즘 바빠서 잘 못했어요.” 또는 “제가 운동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또는 “운동을 하고 싶은데 발, 또는 무릎이 아파서 못해요.”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바빠서 못했어요.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야기하다 보면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갔다던지 등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하는 활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의 경우도 그렇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는데 당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지 않다. 이런 경우들에서 절충안으로 나는 “특별한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걷기만 하셔도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래요?"라고 반문하며 걷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분들이 꽤 많다. 걷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이 지금 고통받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자궁질환, 만성위장병, 두통, 불면에 치료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 때로는 어떤 약보다 효과
“벌에 쏘여 본 적 있으세요?” 한의원에서 봉약침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혹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종종 하던 질문이다. 예전에는 이 질문이 유효했지만 최근에 특히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젊은 층에는 의미가 없다. 당최 도시에는 벌에 쏘일만한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벌의 개체수도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임상에서 꿀벌의 도움을 자주 받는다. 한의원에서 만성 통증치료에 적용하는 봉약침 요법은 자연상태의 벌(Honey Bee)이 가지고 있는 독을 추출, 정제하여 치료에 유관한 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요법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독치병(以毒治病)이라 하여, 약물이 가지고 있는 독성을 잘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데 봉약침 요법 또한 이에 해당된다. 벌의 독은 약 40가지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통과 소염 효과가 뛰어나고 면역기능을 증진시켜 준다. 꿀벌이 생산하는 꿀은 예로부터 한약재로 쓰였다. 한약재명은 봉밀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봉밀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5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를 도우며 비위를 보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독을 푼다. 여러 가지 병을
기억을 소환해본다, 퐁당퐁당 당직- 2일에 1번 당직을 이렇게 말했었다.-으로 집은 잠시 들르는 곳일 뿐 병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 꼬꼬마 한의사 인턴 시절의 한 장면이다. 그날도 당직이었는데 밤늦은 시간에 간호사실에서 호출하는 삐삐가 울렸다. 전화를 해보니 뇌경색이 발생해서 입원한 70대의 여성 환자분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해서 호출을 하였다한다. 피곤한데 잠이 들지 않아 야간에 간호사실에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 모양이었다. 늦은 밤 조용한 병실에서 그녀는 조금씩 호전되고는 있었지만 뇌경색으로 인해서 팔다리 근력이 저하되고 경직되는 편마비가 되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많이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며칠 잠을 잘 못 자서 기분은 더 좋지 않았고 힘들다는 그녀의 말은 ‘이런 모습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어조로 마무리되었다. 의욕 가득했던 나는 그 한밤에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았던 듯하다. 그러다 문득 학교 다닐 때 배운 기공요법에서의 호흡과 함께 그녀가 긍정적인 것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셨어요? ’라고 물었다. 그녀는 다행히 어린 시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