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의 '하얼빈'을 단숨에 읽었다. 먼저 우리 애들과 그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요즈음 기쁜 일이라고는 없는 또래들에게 한 나절을 투자하여 이보다 더 짭짤한 소득은 없을 거라면서 권하고 싶다. 남녀노소 두루 읽으면 좋겠다. 자신있게 권한다. 우리가 이제까지 잘 모르던 안중근이 지금 하얼빈에서 이토를 정조준하고 있다. 요즈음 부쩍 안중근 의사를 많이 생각했다. 일본이 최근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등 한일관계의 오랜 쟁점사안들을 놓고 마치 조폭행태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누가 보더라도 일본의 그 더러운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 걱정이 태산이다. 이 나라가 석 달만에 풍전등화 신세가 된 거다. "조선이 평화와 독립을 동시에 누리고 싶으면 길은 순순히 제국의 틀 안으로 들어와 그저 따르면 된다. 그러면 '열복'(기쁠 悅, 복福)을 받는다." 이토 히로부미의 신념이었다. 그는 그 잘못된 믿음으로 그렇게 간거다. 이토는 동아시아전역에 '열복'을 파는 장사치였고, 사기꾼이었으며, 제거해야 마땅한 악마의 수괴였다. 정치는 시공을 초월하여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작동하는 영역이다. 임계치를 넘으면 솥뚜껑이 비행한다. '열복'! 육십 평생 첨 접하는 어휘다. 나쁜 놈이 좋은 언어를 선점하는 것이 또 하나의 정치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만큼 위력적이다. 대표적으로 전두환의 정의, 이명박의 정직 따위가 정치의 그 파렴치한 속성의 증거들이다. 그 말장난은 다양한 비유와 웅변으로 진실의 옷을 입는다. 악마가 '열복타령'을 하면 이처럼 우습고 역겨운 당근이 된다. 이토는 그 미끼를 흔들면서 한편에서는 보란듯이 늙은이, 어린이, 임산부, 불구자, 개, 고양이, 말, 당나귀까지 닥치는대로 죽였다. 민가로 도망쳤다가 잡힌 군인들은 그 자리에서 파리처럼 죽였다. 순종의 군대해산 조치에 반대하여 들고 일어난 군인들과 협조한 시민들의 시체들을 모아 방벽을 쌓아놓고, 그 더미 뒤에 기관총좌를 앉혔다. 이것이 이토 히로부미와 일제가 구상했던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의 실체였다. "안중근은 일본검사의 첫 신문에서 자신의 직업을 '포수'라 했다. 재판 때는 판사에게 '무직'이라고 말했다. 그의 동지이며 공범인 우덕순은 직업이 '담배팔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 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주었다." 작가의 말이다. 명함 큰 놈들은 대개 탐욕적이다. 이토의 저 악마성을 에너지로 쓰면서 거들먹거리며 활보하다가 끝내 하얼빈에서 막을 내린다. 이 시대 일본 주류의 회의실 정중앙에는 이토가 앉아있다. 이 정부는 이토를 상관으로 여기고 맘껏 저자세를 취한다. 망국의 조짐이 보이면, 항상 포수와 담배팔이와 허다한 무직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저항하며 구국의 전사가 된다. 큰 법칙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를 현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언론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한동훈 장관과 함께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란 언급은 거의 모든 언론이 같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후보자와 한 장관은 좌천성 인사도 같이 당했다’는 표현은 신문마다 조금씩 달랐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지면에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로 곁에서 보좌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던 두 사람은 문재인 정권의 핍박을 같이 받으며 동병상련을 느낀 것으로 안다”는 한 검찰 간부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했다. 이 후보자가 대검 기획조정부장에서 수원 고검 차장으로 2020년 1월 ‘좌천’ 됐고, 1년 6개월 후인 지난해 6월에는 제주지검장으로 한 차례 더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은 뒤 윤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로 복귀 했다는 내용도 상세하게 전했다. 동아일보도 ‘윤석열 사단’ ‘좌천’같은 표현을 기사에 담았다. 다만, 전 정권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을 강조했다. 중앙 역시 ‘좌천’이란 표현은 썼지만,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장악 시도를 그렇게 비판했던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최측근 특수통 검사로 채운 건 결국 내로남불”이라는 취재원 말을 인용했다. 세 보수신문 중 상반된 입장의 취재원 발언을 유일하게 인용했다. 한국, 국민, 세계일보는 편중인사 극복과 정치적 중립성이 과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 총장도 ‘윤핵검’···검찰 직할체제 마지막 퍼즐 완성”이란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예상대로’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원석,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 의혹”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접근방식이 돋보였다. 언론이 ‘좌천’이란 말을 너무 쉽게 쓴다. ‘지역=좌천’이라는 표현은 서울 중심, 검찰내 황금보직이 있다 말이다. 이 후보자가, 서울에서 수원, 수원에서 제주지검장으로 전보 된 것이 좌천이라면, 좌천된 자리는 검찰 직급을 낮추는 게 맞다. 언론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감시해야 한다. 신문마다 특색 있는 보도를 했지만, 일부 언론은 정파적 시각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검찰 內 이원석 선배 동기-18명, 거취 주목”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인사후폭풍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검찰총장 인사 때마다 반복되는 관행보도다. ‘용퇴’라는 이름으로 퇴임을 부추긴다. ‘조직안정을 위해서 남아달라’는 입에 발린 소리가 기사 말미에 꼭 뒤따른다. 오늘날 어떤 조직이 기수(입사)를 따지는가? 더 능력있다고 평가 받는 후배를 상사로 모시는 건 모든 조직의 일상사다. 검찰 조직이 신뢰가 낮은 건 이런 ‘전근대 문화’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관행 타파가 개혁이다. 언론이 검찰 관행의 조력자 역할을 해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나와 마주한 그녀에게 말한다. “수면시간이. 새벽 두 시에 잠들어서 8-9시에 일어나시는 거지요?. 아침에 일어날 때는 항상 피곤하다고 되어 있고요. 지금 과로로 소진된 상태에 몸의 에너지를 돕는 한약을 지어드릴 텐데요. 수면시간을 변화를 주면 회복이 훨씬 빨라질 거예요. 늦어도 밤 12시 정도 잠이 들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빨라져요." 여러 연구결과를 이어 설명한다. 진료실에서 반복되는 일상이다. 나의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타인에게 습관을 바꿀 필요성을 설명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본이기도 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한의학에서는 인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에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며 자연의 변화 리듬에 맞추어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하루 변화의 양상을 12..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3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5만258명 늘었다고 집계했다. 이 중 수도권이 7만944명으로 52.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1만 명 이하이던 하루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느슨해진 경각심을 파고드는 감염 곡선이 날로 가팔라지는 추세다. 전국인구의 절반인 2589만여 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방역 대책에 대한 정밀 점검이 긴급하다.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숨은 감염자를 고려하면 이미 일 평균 30만 명가량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란 계산을 내놓는다. 지난봄 대유행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확진 규모에도 위중증 및 사망자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다시 대유행기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위중증 환..
요즘 쓰는 글에 오자와 탈자, 비문이 많아져 걱정이다. 이게 다 의존증 때문인데 한창 글을 쓸 때 편집국 혹은 편집부에 교열부가 존재했었고 내가 잘못 쓰면 한번 걸러주겠지 하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인 요즘엔 교열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당수 언론사에서도 교열부나 교정부를 없앴을 가능성이 높다. 교열기자에 대한 기억과 로망은 이병주의 소설 『행복어사전』에 나오는 주인공 서재필 정도에 머물 것이다. 이런 얘기도 젊은 기자나 글 쓰는 사람들에게 공룡시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되려 이병주가 누구냐, 혹시 삼성 창업주 이병철 이름을 잘못 쓴 거 아니냐고 물을 것이다. 어쨌든 이 칼럼에도 늘 상당수 오자가 있는데 조사의 ‘은는이가’가 잘못 붙어 있는 경우는 다반사요, 고유명사나 이름을 틀리는 경우까지 있다. 띄어쓰기의 잘못은 물론이다. 온라인 판에서는 스스로 발견하거나 독자의 지적을 받거나 해서 바로 수정을 하지만 지면 판에서는 이미 윤전기에서 돌아간 후라 고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날은 마치 밥을 먹은 후 뭐가 얹힌 듯 하루 종일 찝찝하게 지낸다. 창피하고 민망해서 견딜 수가 없다. 숱한 오자에도 불구하고 ‘2틀’이나 ‘4흘’ 같은 오자를 내지는 않는다. ‘사귄다’의 명령어를 ‘사기라’로 쓰지도 않는다. 더더군다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의 말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적도 없다. 심심의 한자를 ‘深甚’이라고 쓰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읽을 줄은 안다. 5060 세대는 마지막 한자 세대여서 고등학교 시절 입시 필수가 아니어서 그랬지 매주 1교시의 한문 수업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한문 수업은 대개 국어 선생님이 가르치셨다. 한자어를 알면 사람이 유식해진다. 인식이 폭넓어진다. 한자는 마치 와인이나 영화 같아서 어디 가서 얘기를 할 때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언급을 하면 사람을 살짝 교양 있게 보이게 한다. 한자를 공부하는 것은 결코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보통 새벽 4시~아침 8시 사이에 글을 쓰는데 그때의 내 뇌 상태가 가장 명징하기 때문이다. 명징은 ‘明澄’인데 ‘깨끗하고 맑다’란 뜻이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밝기 같은 것인데 그 순간의 빛이 가장 깨끗하고 맑다란 의미이다. 이런 단어는 보통 사람들 간 대화에서는 흔히 쓰지 않는다. 글을 쓸 때 종종 쓰는 단어이다. 일상의 대화와 글의 단어는 때론 약간의 간격이 벌어진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구어체와 문어체로 나누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사람이 구어를 무시하면 안 되지만 문어를 모르고 살면 안 된다. 그건 마치 구상과 비구상 혹은 구체와 추상과 같은 것이다. 구체는 추상을 규정하고 추상은 구체를 규정한다. 구체를 모르면 개념을 정립할 수 없고 개념을 잊으면 모든 사안의 구체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생과 세상사, 모두 변증법이다. 대학에서 잠깐 교편을 잡았을 때 1, 2학년 저학년 학생들이 매카시즘이란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니 세계사를 안 배웠어,라고 물었을 때 당연한 어투로 안 배웠는데요, 라는 대답을 듣고는 더 충격을 받았었다. 당시에 국사는 입시필수지만 세계사는 입시선택이라 배우더라도 공부는 따로 안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의 역사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시대에 한 대학의 대학원에서 역사를 가르칠 때 학생들이 니카라과를 처음 들어 본 나라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매카시즘, 조셉 매카시를 모른다는 건, 극우의 문제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1950년대 조셉 매카시가 반미활동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많은 선량한 사람들, 지식인들, 예술가들을 공산당, 빨갱이로 몰아 감옥을 보내고 죽임을 당하게 만들었는지를 모르면 극우 파시즘의 광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 가를 알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친구들이 대개 ‘일베’가 된다. 니카라과도 마찬가지이다. 니카라과를 모르는 데 어떻게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의 투쟁을 가르치고, 그 투쟁이 소모사 정권의 46년 독재 끝에 나온 것이라는 점을 어떻게 가르치겠으며, 그걸 모르는데 레이건 전 대통령 때의 최대 정치부패 스캔들인 ‘이란-콘트라’ 사건을 어떻게 가르치겠는가. 이 모든 얘기가 다 영화로 나와 있는데 이걸 모르면 대체 영화를 어떻게 보겠는가. 그저 재미있느냐 없느냐로 영화를 가름할 뿐일 것이다. 가장 우스우면서도 동시에 우려스러운 것은 이 모든 사고의 부진이 기자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런 말은 그래서, 매우 적절해 보인다. ‘요즘 직장인 중에서 가장 지적능력이 떨어짐에도 자기들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착각하는 집단이 기자들인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나라가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그 일단을 짐작하게 한다. 진실로 자성할 일이다. 오늘만큼은 오자와 탈자, 비문이 없어야 할 텐데 만약 또 한 글자라도 발견된다면 미리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아오리 사과를 드린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파란 사과가 꼭지를 따서 매장에 진열돼 있음에도 반말로 ‘이게 나중에 빨개지는 거지?’라고 하는 대통령 때문에 다 알게 됐다. 무식을 무식으로서 증명하는 세상은 웃긴 게 아니라 무서운 것이다. 자, 어쩔 것인 가. 어떻게 할 것인 가. 걱정이 구만리다.
친구는 11년 전 첫 발령 때 만났던 학생 A를 종종 본다고 했다. A가 고등학교 때까지는 연락만 주고받았는데 대학에 입학하고서는 만나서 밥도 먹고 사진도 찍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전 둘이 찍었다는 사진을 보니 누가 선생님이고 학생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해 보이는 성인 여자 두 명이 서 있었다. 조그마했던 초등학생이 어느새 자라서 친구보다 키도 컸다. 둘 사이에 별일이 없으면 평생 만나는 사이가 될 것 같았다. 제자와 계속 만남을 갖는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나의 선생님들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기회가 닿는다면 만나고 싶은 선생님이 몇 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다. 40대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체벌이 미덕처럼 난무하던 시기에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수업도 재밌어..
대통령실의 직제와 참모진의 일부 개편이 21일 이뤄졌다. 부처간 정책 조율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정책기획수석실을 신설하고 홍보수석을 교체해 대국민 소통기능을 강화했다.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새 홍보수석으로, 신설된 정책기획수석비서관엔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발탁됐다. 정책기획수석의 신설로 대통령실 직제는 기존 ‘2실(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5수석(정무, 경제, 사회, 홍보, 시민사회)’ 체제에서 ‘2실 6수석’ 체제로 변경된다. 20%대까지 내려갔던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동력 상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권 안팎에서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 인사 홍보 등 전면적인 인적 변화를 요구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실 개편을 놓고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인사는..
인조반정(仁祖反正)은 쿠데타다. 쿠데타로 왕좌를 빼앗은 자는 능양군(綾陽君) 이종(李倧)이고 빼앗긴 자는 광해군(光海君) 이혼(李琿)이다. 조카에게 왕좌를 빼앗긴 광해군은 강화도로 유배되었다. 쿠데타에 성공한 자들은 쫓아낸 광해군의 죄상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중국을 섬긴지 2백여 년, 의리로는 임금과 신하관계요 은혜로는 부모와 자식관계로다. 그러함에도, 배은망덕한 광해군은 천명을 어기고 오랑캐에게 투항하는 대역죄를 범하였음이라.” 명(明)과 후금(淸) 사이에서 관형향배(觀形向背)하던 광해군의 외교정책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정이 그러하였으니, 쿠데타로 등극한 인조가 ‘숭명반청(崇明反淸)’을 부르짖은 건 당연했다. 인조와 쿠데타 세력은 명나라를 끔찍이도 ‘추앙’했다. 추앙의 정도가 어찌나 지극하던지, 왕은 명나라 황..
지난주 우리를 곤혹스럽게 했던 소식이 기재부 장관의 국유재산 매각추진 발표였다. 흥청망청하던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며 성남과 시흥 등의 수도권에 있는 불필요한 공공기관의 부동산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국유재산의 민영화인 셈이다. 그러나 매각대상으로 공시한 9건의 부동산에서 여섯 곳이 논현동, 삼성동 등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에 있는 건물들인데 숨기고 발표했다. 심지어 인근에 지하철역까지 계획된 부동산도 있었는데 말이다. 기재부는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매각이라고 하지만 그 활성화의 대상인 민간이 누구란 말인가. 매입조건도 분납 가능하며 정부 지원까지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미 구입할 사람을 정해놓고 한 발표로 눈가리고 아웅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국가의 부채를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국채를 발행하거나 기업의 투자 욕구와 기업가 정신을 일으켜 국내 생산을 높일 생각을 해야지 손쉽게 국가의 재산을 민간에 팔아버려서 메꾼다는 발상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당시 국가가 헐값으로 넘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던 공직자를 기억하고 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가짜 한국인들에 의해서 투자된 회사들에 의해 국부유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쿼리 자산운용’이라는 투자회사는 전국의 고속도로와 지하철, 터널, 다리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고 있으며, 현 기재부 장관이 연루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통해 4조 6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챙겼고 그것도 부족했는지 국가를 상대로 5조 원대의 소송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가를 사적 이익의 대상으로 삼은 이명박 정권하의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비리’로 천문학적인 국부가 유출되었다. 나아가 그들은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라며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라고 했다. 당시 석유공사는 신축 사옥을 매각하고 그 건물을 재임대해 사용하며 편안하게(?) 임대료를 내고 있다. 문제는 안정적으로 임대 수익이 생기는 그 건물을 산 자들이 누구냐이다. 안타깝게도 매각을 발표하고 닦달했던 기재부 출신 장관과 관료들이다.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 정권은 전국의 국유재산을 조사해 민영화하겠다고 나선다. 당장에 KTX에서 분리해 SRT(수서고속철도)를 별도로 운영하며 호시탐탐 노리더니 이제는 일원화되어 있는 철도관제권을 이관시키겠다고 한다. 철도민영화를 목표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 수도, 의료, 공항 등뿐 아니라 이제는 국가 소유의 부동산까지 줄줄이 민영화 대기 중인데 그 결실이 누구에게 갈까? 1867년 알래스카를 미국에 겨우 720만 달러에 팔고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러시아는 지금도 외국인은 절대로 자국 내의 부동산을 구입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정도 경험을 해야 정신을 차리려나. 세기의 양심으로 존경받는 노엄 촘스키 교수는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라고 일갈했다. 이 정부는 이제 겨우 100일 지났을 뿐이다.
‘에든버러는 꼭 가세요’ 젊은 날, 첫 해외여행인 유럽 배낭 여행을 앞둔 내게 영국 유학파 방송사 PD가 권했었다. 마음에 담았지만 일정상 무리였기에 ‘다음 기회에 꼭!’ 이라는 미지의 목록에 끼워 두었다. 그리고 20년 넘게 흘러버렸다. 아, ‘다음 기회에 꼭 ’의 목록에 담긴 채 회한의 십자가를 단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10월 중에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인데 앞뒤 재지 않고 제일 먼저 ‘에든버러’를 집어넣었다. ‘지금 못하는 것은 영원히 못할 것이며 다음 번이라는 것은 없다’는 쓸쓸한 삶의 섭리를 깨달았기에.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다. 스코틀랜드 하면 보통, 킬트(티탄이라는 체크무늬 남성용 치마), 백파이프, 스카치 위스키 등을 떠올리는데 월드뮤직 강사인 내게 이 나라는 졸업식장에서 부르는 ‘석별의 정’의 원곡이자 갑오개혁 직후 우리 애국가 멜로디였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의 나라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로 시작되는 노래. 원곡 ‘올드 랭 사인’의 뜻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 ‘그리운 옛날’의 정도의 뜻. 우리가 부르는 ‘석별의 정’은 헤어짐을 슬퍼하는 노래인데 본국에서는 ‘재회의 감격을 기뻐하는’ 노래로 불린다. 오래된 인연을 어찌 잊을까/ 어찌 떠올리지 않을 수 있나/ 오래된 인연, 오래된 날들/ 어쩌 잊을 수 있으랴/ 오랜 옛날부터 내 사랑아......중략...... 내 사랑하는 친구야/ 그 손이 저기 있으니/ 손을 뻗어 맞잡자꾸나/ 유쾌한 술잔을 함께 하니/ 오래된 옛날을 위해 작사자는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로 구전민요에서 영감을 얻어 시를 쓴 것이 가사의 바탕이 됐다. 거기에 작곡가 윌리엄 쉴드(William Shield 1748-1829)가 곡을 더해 노래가 탄생 되었다. 로버트 번스는 스코틀랜드 민중이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울 때 시와 노래로 위로와 용기를 준 국민 시인이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하나 되기까지 전쟁의 도가니였다. 잉글랜드는 기원전 55년, 로마의 침입으로 410년까지 로마제국 지배를 받았고 이후 게르만족 분파 앵글로-색슨족, 바이킹족 침입 등에 시달리다 9세기 초 노르망디 공국에 정복되고 만다. 전쟁의 피로 적셔진 피해국, 잉글랜드는 이웃나라 웨일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향해 분을 풀었다. 하나의 나라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침략하고 약탈하고 괴롭혔다. 1536년 웨일즈 합병, 1707년 연합법 제정으로 스코틀랜드 합병, 1801년 북아일랜드 합병으로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으로 통합되었지만 북아일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는 우리가 일본에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앙금이 남아있다. 2014년 독립을 위해 ‘분리독립 투표’를 실시한 스코틀랜드의 경우, 반대가 더 많아 부결되었지만 올해 다시 투표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