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한 경기, 한 경기를 과몰입 상태로 보다가 인상 깊은 선수를 발견했다. 육상 높이뛰기에서 전체 4위를 한 우상혁 선수였다. 한국 선수가 높이 뛰기 결선에 진출한 덕분에 오래간만에 육상 경기를 실시간으로 봤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 초반 굳어 있던 표정에서 벗어나 시종일관 웃으면서 하늘을 날았고, 2m 35cm를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2m 39cm에 도전했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지 못해 메달에서 멀어졌음에도 활짝 웃으며 ‘괜찮아’를 외치는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며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상혁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수영 황선우 선수도 메달권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기록에 만족한다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양궁 8강 경기에서 탈..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6% 올라 두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넉 달 연속 2%대 상승이어서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되는 현상이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의 가격 상승세가 물가 인상을 주도하면서 서민들의 삶을 심각하게 옥죄고 있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물가가 움직이면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인상 퍼레이드’ 차단에 정치권과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발표된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 올랐다. 지난 4월(2.3%) 처음 2%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2.6%) 들어 9년 1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6월(2.4%) 약간 낮아졌지만, 7월 들어 다시 최고치로 복귀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꿈을 꾼다. 모든 사람이 고루 행복해지는 꿈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누군가는 유토피아(Utopia)라고 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토피아는 없다. 토머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는 공상소설이다. ‘어디에도 없다’라는 뜻의 유토피아도 그가 만든 말이다. 지은이조차 없다고 고백한 유토피아를 소설 밖에서 찾는 건 무리다. 낙원이나 천국 혹은 이상향이나 파라다이스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다. 없지만, 아니 어쩌면 없어서 더더욱, 유토피아라는 꿈을 현실이라는 종이에 그리고 싶은지 모른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물론, 시도하거나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명칭과 내용은 서로 다르다. 다름에도 우리가 그 꿈에 애정을 쏟는 것은, 그들이 그리려는 꿈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5월 16일부터 6월 17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국민참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 등 10만 1214명이 참여했으며,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하나만 보자.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성 교육’이 36.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 20.3%, ‘진로, 직업 교육’ 9.3%,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교육’ 9.0%, ‘기후변화 등 생태전환 교육’ 5.6%, ‘민주시민교육’ 5.1%, ‘수학, 과학 교육’ 4.9%, ‘안전, 건강 관련 교육’ 4.2%,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디지털 소양교육)’ 3.8%의 순으로 나타났..
영국이 9월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50대 이상 성인 등에 대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한다. 코로나가 앞으로 계절성 바이러스처럼 매년 영국에서만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브라질에서는 가뭄에 이어 이례적인 한파로 커피 재배가 타격을 입으면서 세계 원두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유럽 국가에서 1천 년 만의 최악의 폭우로 선진 국가들의 재난 안전 시스템을 보란 듯이 쓸어갔다. 한국도 지난해 최장 54일의 장마에 이어 올해는 폭염의 연속으로 채소류가 폭등하고 있다. 점점 알 수 없는 미래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7개월 남짓 남은 이번 선거 양상도 ‘과거형 싸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미래와 관련한 ‘기본소득론’도 문제의 본질보다는 상대 브랜드 흠집 내기, 진영 싸움으..
북한은 어떻게 여름 나기를 하고 있을까? 북한에서는 우선 삼십 도가 훌쩍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서 평양에 물 뿌림 차(살수차)가 등장하고 농촌지역은 농작물에 대한 물 주기에 총력 집중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북한 노동신문은 폭염을 나기 위한 보양 음식도 소개를 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음식으로 소개된 단고기 음식은 개고기 음식으로 김일성이 고깃국 중에서 가장 달고 맛있다 라고 해서 단고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국제사회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서 식당 영업 등 상행위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닭을 찹쌀과 통마늘 인삼 등과 함께 푹 삶은 삼계탕을 여름 보양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여름을 나기 위한 북한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름이 없다. 분단 칠십여 년에 기간으로..
‘도둑을 만날 수도 있고 납치될 수도 있어요’ 20여 년 전, 배낭여행 중 들른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앞. 궁전 건너 보이는 하얀 동굴같은 집들이 궁금해 묻는 내게 현지인은 집시마을 사크라몬떼라며 위험을 경고했다. 호기심이 두려움에 앞서 결국 마을로 들어갔다. 반쯤 문 연 집이 보여 노크했더니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나온다. 한 세 평 될까 싶은 흙바닥에 예닐곱 살 여자아이들 서너 명이 엉켜 놀고 있었다. 누더기 같은 옷차림도 반 벗은 채였다. 인기척에 돌아보는 아이들 얼굴에 잠깐 숨이 멎었다. 치렁치렁 긴 검은 머리, 커다랗고 검은 눈, 붉은 입술이 뿜어내는 매혹이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별점과 도둑질을 일삼고 바이올린 하나로 집단가무를 즐기며 유랑하던 집시의 피가 만들어낸 것일까. 아이들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 것은 여행에서 돌아와 들은..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투자를 규제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들은 자금 조달 계획이나 자금의 출처가 불투명하며 조사도 제대로 하지도 않아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결국 내국인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5월 31일에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외국인 부동산 취득금지 법안발의와 통과가 필요하다”는 청원글이 올라온 바 있다.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기한제 토지사용권과 건물 소유권만 가질 수 있다. 반면 중국인은 한국에서 내국인과 동일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 따라서 청원인들은 상호주의에 입각, 우리나라도 외국인에게 임대만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원인들의 주장에 국민들이 적극 공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이 투기성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지난 4월 말 인천 부평구에서 야간 배송 중에 배송지 건너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해 대형 화재를 막은 배송 업체 직원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소속 회사로부터 표창과 상금을 받는 자리에서 “화재 피해를 막는 게 중요하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엄밀하게 본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화재 발생을 감시하거나 화재 진화를 돕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하고 겸손했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 본보기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한 평가가 잘 나왔다면서 알리고도 머쓱해지는 일도 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정확히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꼭 1년 앞둔 6월 1일부터 며칠 동안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이어졌다. ‘○○○ XX시장이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나는 벌레를 싫어한다.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짠 음식을 싫어한다. 나는 열려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나이를 들먹이며 서열을 따지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때로는 주체하기 어렵듯이 혐오와 증오 역시 의지로 누르거나 피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누군가 토해 놓은 길거리의 오물이나 고장 난 변기 속 배설물을 좋은 마음으로 마주하기는 어렵다. 식민주의자, 독재자, 연쇄살인범을 혐오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를 선인으로 만들었다가 악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한다. 그러나 마음의 영역은 타인이 들여다볼 수 없기에 표현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혐오’ 자체가 아니라 ‘혐오 표현’을 문제 삼는다. ‘혐오 표현’의 반대는 ‘사랑 표현’이 아니라 ‘혐오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따지면 혐오 자체가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때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난 죄를 찾아내 처벌하기조차 벅차므로 혐오하는 마음은 일단 면죄부를 받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와 무심한 대답이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나 보다. 메달 반납까지 들먹이며 연일 소셜미디어에서 공격이 이어지자 외신까지 한국의 여성 혐오 정서를 기사화하였다. 여성가족부도 나서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혐오를 뜻하는 그리스어 ‘miseo’와 여성을 뜻하는 ‘Gyne’의 합성어인 ‘misogyny’는 여성 혐오의 의미로 사용된다. 엄밀히 따지면 여성 혐오는 여성을 혐오한다기보다 ‘여자답지 못한 것’을 혐오한다. ‘여자답다’라는 것은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우선 외형적으로 헤어스타일, 꾸밈, 의상 등이 익숙한 모습이어야 하며, 성적 매력의 범위 안에서 다소 도발적인 것 정도는 허용된다. 태도에 있어 여자답기 위해서는 배려해야 하고 말투가 부드러워야 하며 나서지 않아야 한다. 짧은 머리, 무심한 어조, 강한 말투는 여자답지 못하기에 혐오의 대상이 된다. 사람은 바뀌기 어려우므로 안티 페미니스트나 마초가 하루아침에 성 평등주의자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말풍선을 그리는 머릿속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대상을 특정해 비난하고 인신공격하는 혐오 표현만은 멈춰야 한다. 혐오를 표현하는 것은 폭력의 영역이고 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