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적인 소박함과 예지에서 오는 소박함이 있다. 이 둘 다 사랑과 존경을 불러 일으킨다. 인생의 문제는 대부분 대수방정식과 같다. 즉 가장 간단한 형태로 바꿈으로써 풀리는 것이다. 진실한 말은 언제나 꾸밈이 없고 단순하다. (마르실리우스) 가장 위대한 진리는 가장 간결하다. 어린아이와 동물이 지닌 매력은 바로 소박함에 있다. 자연은 사람들이 자기네들끼리 조작한 차별이라는 것을 모른다. 자연은 신분이나 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자질을 부여한다. 자연스럽고 선량한 감정은 오히려 서민들 가운데서 더욱 많이 볼 수 있다. (레싱) 사람들이 교활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은, 우리를 속이거나 잘난척하기 위함이다. 그런 사람들을 믿어서는 안 되며 흉내를 내서도 안 된다. 좋은 말은 언제나 간결하고 누구나 알기 쉬우며 논리적이다...
최근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1년도에도 나는 사찰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절에 정부가 맺은 미국소고기 수입 조건이 과학이나 국제기준에 의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정원 사찰 대상자였던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정원 특명팀에 의해 소위 '종북좌파연계 불순활동혐의자'라는 특정 30여명 중의 하나로 2011년에도 관리되었다는 것은 매우 낯설었다. 과연 2011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 해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의 상임의장으로서 쌍용차 사태와 함께 한진중공업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에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탔다. 정동영, 이정희 등 당시 야당 정치인들과 함께 경찰의 초록색 물대포를 맞은 기억이 있다. 그 김진숙이 '복직 기원 희망 뚜벅행진'의 이름으로 부산..
이재명 지사가 “개성공단은 한반도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남북 노동자들이 신뢰를 쌓은 작은 통일의 공간”이라며 “연대회의가 개성공단 재개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경기도 역시 변함없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선언 범국민 연대회의 출범식’에 보낸 영상축사 내용이다. 연대회의는 민족문제연구소, 개성공단기업협회, 민화협, 평화철도, 겨레하나, YMCA, YWCA, 민주평통, 개성공단기업협회, 개성공단협동조합, 천주교 주교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학계, 종교계, 개성공단 기업인 단체 약 40곳이 참여했다. 경기도 이재강 평화부지사, 최종환 파주시장 등 관계 인사와 윤후덕·박정·이규민 국회의원, 심규순 도의회 기재위원장 등 정치계 인사들도 공동..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서문에서 ‘나라가 털끝 하나도 병들지 않음이 없으니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필히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썼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면서 이 글이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방 이후 쌓일 대로 싸인 기득권층의 카르텔을 그대로 두고는 새로운 미래사회가 열리지 않을 것이기에 이 시대의 화두는 여전히 개혁이다. 얼마 전까지 크게 거론되던 검찰과 언론 그리고 아직 거론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종교계, 재벌, 고위관료층, 학교, 군 등등 줄줄이 개혁 대상의 예비군들이다. 최근에는 판사가 탄핵되었다. 다른 나라 같으면 판결을 잘못하거나 개인 비리 등으로 탄핵당하는 판사가 다반사이지만 우리에게는 최초의 탄핵이었다. 그동안 국가폭력의 최종 판정자들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본 사람들에..
2021년도 한달이 훌쩍 지났다. 매년 이맘때면 그해의 할 일에 대한 계획 다듬기와 실행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예측과 전망이 암흑 속에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이다. 그러나 트랜드 읽기는 꼭 필요하다. 작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각 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관광은 유독 심했다. 2020년의 여행 트렌드는 ‘주말보다 평일’, ‘성수기보다 비수기’, ‘관광지보다 소도시’, ‘대규모보다 소규모’의 키워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 키워드의 근간은 안전이다. 안전 확보의 최선책은 대면의 최소화이며, 이런 영향은 여행 전반에 걸쳐 변화를 가져왔다. 작년 일주일 중 숙박가격이 가장 비쌌던 요일은 주말이 아니라 수요일이었다. 주말을 피해 주중인 수요일에 여행을 떠난 이들이 많았던 것..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도해온 ‘기본소득제’가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지사가 주창하는 ‘기본소득제’에 대해서 경쟁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날 선 비판을 제기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기본소득’은 코로나19 등 희대의 국가재난이 불러온 필연적인 시대적 화두다. 여권 잠룡들이 감정적인 공방이 아닌 ‘현실성’ 위주의 건강한 논쟁을 펼쳐가길 바란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국민에게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및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소득분배 제도다. 오래전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설파해온 이재명 지사는 “1인당 연간 100만 원(분기별 25만 원씩) 기본소득은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얼마든지 시행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가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2021 혁신지수(Bloomberg Innovation Index)’를 산정한 결과 한국이 지난해 2위였으나 한 계단 상승하여 1위를 탈환했고, 블룸버그 혁신지수가 발표된 9년 동안 우리나라는 7번 1위를 차지했었다 보도하며 대한민국의 혁신성을 극찬했다. 미래사회의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 당연히 혁신성과 창의성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 하지 않는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피터드러커(Peter Drucker) 교수는 혁신에 대해 “참신한 생각(bright idea)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만 기대는 것은 잭팟을 노리며 슬롯머신에 머무는 도박꾼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혁신은 고되고 지속적인 노동에 가깝다.”라고 말하며 혁신을 위해 고되고 지속..
동네 주변에 광려천이란 아담한 자연하천이 있다.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천연기념물 수달과 따오기도 사는 하천으로 주민들에겐 귀한 쉼터이다. 도시 주변의 자연하천이 대개 그렇듯이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거슬려 4년 전부터 산책할 때마다 마대자루에 집게로 줍기 시작했다. 재미삼아 이 짓을 300회 가까이 하게 되니 환경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하나둘 만났고.. 급기야 ‘줍다’와 ‘조깅’을 합해 ‘줍깅’을 같이 해보자며 ‘광려천을 걸으며 줍는 사람들’이란 모임까지 생겼다. 그러나 줍깅을 반복해도 쓰레기는 재생산 될 뿐 결코 없어지진 않았다. “어떻게 하면 광려천에서 쓰레기를 없앨 수 있을까?” 어디 환경문제 뿐이랴. 세상일도 비슷할 터. 촛불혁명을 디딤돌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게 사람들이 원한..
순이는 우리나라 남쪽 해안가 끝 마을 어디쯤에서 20세기 끝 무렵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가리봉동 염색공장에 다녔다. 순이는 하루 16시간을 일했다. 염색약 냄새가 코를 헐게 했다. 걸핏하면 코피가 터졌고 졸음을 쫓기 위해 타이밍 약을 먹었다. 그래도 순이는 행복했다. 월급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월급의 반은 고향에 부치고, 방세내고 나면 남는 돈은 쥐꼬리만 했다. 그 돈으로 영화도 한번보고 푼돈이라도 야금야금 모으기 시작했다. 설날이 다가왔다. 순이는 가리봉시장에 가서 엄마의 외투를 사고, 남동생이 좋아할 운동화와 운동복도 사고, 어린 여동생을 위해 카세트도 샀다. 아버지에게 드릴 용돈은 천 원짜리 새 돈으로 바꿔 놓았다. 설날 하루 전 순이는 공장 정문 앞에서 봉고차를 타고 귀향길에 올랐다. 귀향 차표를 구할 수 없어 봉고차..
대한민국의 헌법은 만인의 평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특권이 있다. 헌법이 명시한 평등의 원칙과 모순된 특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그 특권이 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과 국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주어진 법률적 특권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어서 안 된다. 하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법률에 주어지지도 않은 특권을 누리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누리는 여러 ‘특권층’이 있다. 법조계는 법률에 명시된 특권과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모두 누리는 대표적인 특권층의 하나다.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의해 법률적 대리행위를 할 수 있는 배타적 특권을 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