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의 기본 단위는 ‘가족’이다. 구성원은 혼인·혈연·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부부가 그 중심에 있다. 민법은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 하고 있다.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가족’이라고. 조금은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직계혈족을 알면 쉽다. 직계혈족은 자기의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과 자녀·손자녀 등 직계비속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가까운 가족들도 ‘사이’를 얘기하면 좀 달라진다. 한 쪽은 기억조차 못하는 일이 상대방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부모 자식, 형제지간, 피아의 구분도 없고 응어리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중간에 재산과 금전문제라고 끼면 원수가 따로 없다. 실제 형제 많은 집에서 자란 사람은 식구에게 받은 상처가 남이 준 상처보다 훨씬 크고 오래 간다는 사실을 더 잘 안다. ‘문제 없는 가정이 어디 있냐’ 고 얘기 하는 것도 이 같은 연유다. 겉으로 보면 부럽기만 한 집도 들여다보면 안 그렇다. 갈등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속을 끓인다는 자식 문제는 하소연 축에도 못낄 정도다. ‘세상사는 일이 다 그렇지’
바다 이홉 /문인수 누가 일어섰을까. 방파제 끝에 빈 소주병 하나, 번데기 담긴 종이컵 하나 놓고 돌아갔다. 나는 해풍 정면에, 익명 위에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정확하게 자네 앉았던 자릴 거다. 이 친구, 병째 꺾었군. 이맛살 주름 잡으며 펴며 부우-부우- 빠져나가는 바다, 바다 이홉. 내가 받아 부는 병나발에도 뱃고동 소리가 풀린다. 나도 울면 우는 소리가 난다. 빈 병이 빈 병이 아닙니다. 오늘은 바다입니다. 누가 울고 있는 빈 병을 놓고 갔을까요. 알 수 없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네가 갖고 있을 수도, 내가 갖고 있을 수도 있는 울음의 다른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소주병을 비우면서 우리는 우리 속에 있는 무엇을 다 쏟아 부을 수 있을까요. 빈 병 너머의 진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한 사람을 울게 했다가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라는 것을 바다에 와서 깨닫습니다. 한 사람이 앉았다가 간 자리 그대로 앉아 비우고 있는 바다의 소리. 끈적이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김유미 시인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령안으로 오는 28일부터 이 법이 시행된다. 앞으로 보름정도 남았지만 그 적용대상과 범위 그리고 위법여부에 대해 아직도 혼란스럽다. 공직사회 등 각급 기관과 언론사 등은 법 시행에 대비해 외부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 250만 명은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와함께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상일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복잡하기 그지 없다. 법의 저촉여부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아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원들은 김영란법이 더욱 낯설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을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사립 어린이집 교원도 해당한다는 것에 어리둥절하고 있다. 권익위원회의 문답집을 보더라도 명확한 판단이 어려워 실수로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우려가 상당히 높다. 자칫하면 법의 취지가 희석돼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었다는 비판
지금이야 많이 깨끗해졌지만 몇 십 년 전만 해도 중국음식점은 불결한 음식점의 대명사였다. 파리나 개미, 바퀴벌레, 머리카락, 그릇 닦는 철수세미, 이쑤시개 등이 빠져 있기 일쑤였고 주방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 오죽하면 손님들이 주방을 볼 수 없도록 음식 나오는 구멍만 남겨놓고 모두 막아버렸다는 말이 나왔을까? 사실 그 음식그릇이 드나드는 구멍마저도 천이 드리워져 있어 주방은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괴담수준의 소문도 무성했다. 수원의 경우 대기업 구내식당에서 먹고 버리는 찬밥으로 볶음밥을 만들어 판다는 말도 한때 나돌았다. ‘다른 손님상으로 올라가는 음식물 재활용’도 빈번했다. 물론 요즘에야 홀의 손님들이 볼 수 있게 주방을 개방한 중국집이 많고 조리도 위생적으로 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화장실도 깨끗해져 손님의 만족도를 높인다. 그런데 아직도 옛날처럼 비위생적이고 비양삼적인 중국음식점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층격을 준다. 경기도가 지난 7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 반 동안 도내 중국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단속을 벌인 결과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전체 3천485개소 가운데 474개소가 식품 위생법 등을 위반해 적발된 것이다. 적발
올해로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지 12년이 되었다. 2000년 군산 대명동·개복동 화재참사사건으로 인해 14명의 여성이 죽었다. 이 사건으로 성매매가 한국사회에 어떻게 구조화 되어 있는지를 사회전체가 알게 되었다. 그 후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피해자 개념과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변화는 너무도 더디며, 오히려 여성혐오와 성별불평등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12년이 된 지금도 나는 성매매여성들의 죽음을 자주 목격한다. 성매매현장에서 여성들은 알선자 또는 성구매자들의 폭력에 의해 죽거나 때로는 나는 살고 싶다고 절규하면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죽음을 접할 때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드러나 마음이 편치 않다. 해방이후 공창제는 폐지되고 기지촌 기생관광 등으로 국가가 키워온 성매매는 오랫동안 알선자들에게 막대한 부를 창출해주었다. 1961년 11월9일 윤락행위등방지법(법률 제771호)이 제정되어 윤락행위 및 알선금지, 윤락행위자 보호지도소 위탁, 성매매여성과 포주간의 채권 채무 불인정을 하였지만 국가는 특정지역의 성매매는 인정하였다. 업주(알선자)들과
1년 전 내게 보낸 편지가 돌아왔다. 강원도 여행지에서 엽서쓰기 행사를 하는데 편지를 쓰면 1년 후 받는 이에게 배달된다는 말에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날 이후 잊고 살았는데 우편함에 꽂힌 엽서를 발견했다. 내가 나를 격려하는 글이다. 아마 그때는 많이 힘들었나보다. 엽서 내용을 보면 ‘산다는 것이 거친 파도와 같거늘 오늘을 견딘다는 건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 1년 후는 지금과 뭐가 다를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이 만큼이구나’ 하는 내용의 글이다. 엽서를 읽는 순간 먹먹함이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2015년은 많은 일이 있었다. 딸아이 취업과 함께 직장 근처로 분가를 시켰고 몇 년째 손해를 보면서도 붙들고 있던 사업장을 하나로 합치면서 많은 혼란과 고통 그리고 힘겨움이 있었으며 큰 아이 혼사도 치렀다. 사는 동안 흔치 않은 큰일들을 한 해에 다 겪어내면서 힘겨웠나 보다. 시간에 묻혀 잊고 살았던 순간들이 생생하다. 백운산 정상에서 하루하루 살아낼 힘을 달라는 기원을 하며 꾹꾹 눌러쓴 마음이 애잔하다. 엽서를 보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살아냈다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주고 싶다. 지금은 손 편지보다는 전자우편을 이용하거나 문자 혹은 카톡을 주고받
지난 9월7일은 제17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2000년 1월12일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복지사 등 관련 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또한 생활이 어려운 사람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법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매년 사회복지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각 시도별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실시한다. 대부분의 기념행사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종사자와 자원봉사자 및 후원자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하는 표창 전수 등 의전행사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념행사를 통해 사회복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년 의례적인 기념행사로 그친다면 사회복지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일년에 한번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사회복지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하는 목적 있게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사회복지사의 주요 화두는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에나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이며, 안타깝게도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사회복지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 한 대목이다.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불리는 소설 속 이 문장 덕분에 해마다 수 십 만 명의 관광객이 강원도 봉평을 찾는다. 또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깝고, 한국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밤길로 꼽히는 이 구절에 힘입어 해마다 9월이면 전국에서 인파가 몰리는 문화축제도 펼쳐진다. 달빛과 메밀밭에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예술의 짙은 향기를 불어넣은 이효석의 문학적 감성 덕분이다. 봉평에서 태어나 36세 라는 젊은 나이에 타계했지만 서른살 때 발표한 이 소설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평범하게 비칠 수도 있는 고향을 돋보이게 만든 그의 재능이 감동을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늙은 장돌뱅이 허생원이 20여년전 정을 나누고 헤어진 처녀를 잊지 못해 찾은 메밀밭, 밤길에 동행한 젊은 동이를 친자로 확인하는 현장, 그를 업고 건너며 혈육의 정을 느끼던 흥정천, 허생
복무 일기 /이현호 철원에서는 올해 첫 얼음이 열렸다는 소식이다 새벽 내내 끄물거리던 하늘은 멍든 입술을 다물었지만 내 속에서는 더운 김이 마술사 입안의 리본같이 새어나왔다 입김들이 는개같이 들어 자분자분 새벽을 접어 쓴 편지를 적실 때 내 안의 철책 위로도 가는 비 내렸다 물기로 축축한 글자들의 무게만큼 올겨울이 길듯 싶었다 늦가을이 독감을 앓고 물러난 자리마다 아직 아프지 못한 너의 이름 눈사람의 머리와 몸통처럼 아슬하게 나는 바깥에 닿아 있었고 몇 번인가 시간의 별명을 귓결로 들으며 나도 모르게 젊고 병들었다 그즈음 나는 풍문처럼 철원에 있었다 만년설처럼 엎드려서 입이 없었다 생면부지의 눈꽃이 자주 이는. - 이현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 문학동네 혈기왕성한 남자가 계획도 야망도 들끓는 젊은 사내가 자유를 반납한 채 밤낮없이 적진을 주시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할까. 첫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그리운 사람과 그리운 시간의 회상에 자유는 더 목마를 테고 꼼짝없이 매인 처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먹먹함을 유발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거창한 명분에 앞서, 그 고독하고 부질없음의 시간이 한 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명분만으
손찌검은 습관인 데다 마약처럼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가정 안에서 일어나고 공개되지 않아 음성화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를 은폐하고 방치할 경우 피해자가 생명을 위협받거나 잃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가정폭력에 노출돼 살해된 여성이 70명, 살인미수 피해를 당한 여성이 35명에 이른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 만을 분석한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니 보통일이 아니다.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들뿐만 아니다. 최근엔 매 맞는 남편 얘기가 심심찮게 뉴스에 흘러나온다. 가정폭력 상담기관인 ‘한국남성의전화’에 따르면 아내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지난해 1394건으로 2년 전보다 71% 늘었다고 한다. 퇴직한 50∼60대 남성들이 주된 타깃이다.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남편에서 아내로 점차 바뀌는 양상이다. 어쨌든 우리는 익숙하고 편한 관계라는 이유로 가족 안에서 언어폭력은 물론 물리적인 폭력까지도 행사한다. 단순한 손찌검에서 잔인한 살해와 시신유기에 이르기까지 가정폭력은 다채로운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 간 이뤄지는 폭력은 일종의 연쇄반응 결과다. 실직이나 파산 등으로 실의에 빠진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구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