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가 드디어 정치재개를 선언했다. 그는 2일 광주에서 열린 지지자 행사에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저를 던지겠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손학규 전 대표의 대권 행보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표를 지냈고, 또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지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인적 구성으로 보아 ‘문재인 당’이나 마찬가지다. 더민주는 전당대회 이전부터, ‘이래문(이래저래 문재인)’이라는 신조어를 들어야만 했다. 그 유행어 덕분인지 몰라도, 지도부는 거의 친문인사로 채워졌다. 더구나 이런 상황은 ‘온라인 당원’들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를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서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심에서는 이겼지만 ‘모발심(모바일 투표)’에서 패배해 민주당의 대권 후보 자리를 놓쳤던 손학규 전 대표의 입장에선, 모바일과 온라인에 대한 악몽을 떠올릴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록문화 강국이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 승정원일기, 불조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 ‘의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동의보감, 난중일기와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기록물이 총 13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등재 건수로만 놓고 봐도 독일(21건), 폴란드와 영국(각 14건)에 이어 세계 4위고 아시아에서는 1위다. 그러나 내용면에선 비교불가다. 그 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지심체요절’과 인류기록문화의 꽃인 ‘팔만대장경’은 독보적이다. 또 역대 왕들의 정사를 기록한 승정원일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기록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국왕 비서실인 승정원이 빠르게 기록한 그대로, 각종 관서의 보고와 왕의 비답, 회의, 상소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지금은 288년 분량만 남아 있지만, 3243책에 글자 수로 2억2650만 자다. 통치자와 관련된 기록들은 중요한 역사적 단서를 제공한다. 이런 면에서 완역되면 조선 역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번역에는 앞으로도 45년 정도가 더 걸린다니 그저 놀랄 뿐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화성성역의궤
밥 /윤중목 밥은 사랑이다. 한술 더 뜨라고, 한술만 더 뜨라고 옆에서 귀찮도록 구숭거리는 여인네의 채근은 세상 가장 찰지고 기름진 사랑이다. 그래서 밤이 사랑처럼 여인처럼 따스운 이유다. 그 여인 떠난 후 주르르륵 눈물밥을 삼키는 이유다. 밥은 사랑이다. 다소곳 지켜 앉아 밥숟갈에 촉촉한 눈길 얹어주는 여인의 밥은 이 세상 최고의 사랑이다. - 윤중목 시집 ‘밥격’ 중에서 중학교 때의 일이다. 아무도 없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첫 느낌이 좋아서 아침 일찍 등교를 했다. 아침밥이 늦게 되었을 때는 밥을 안 먹고 도시락만 겨우 챙겨 집을 나섰다. 그 때 엄마가 달려와 책가방을 빼앗았고, 나는 책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일어서는 내게 한술만 더 뜨라고 엄마는 숟가락 위에 반찬을 얹어 어서 먹으라고 채근을 했다. 엄마의 그 모습이 고맙기는커녕 귀찮고 매번 짜증이 났다. 한술만 더 뜨라는 그 말이 찰진 밥이고, 촉촉한 눈길을 얹은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안다. /김명은 시인
찜통더위가 사라졌다. 식을 것 같지 않던 더위가 하늘이 마술이라도 하는 듯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절기는 못 속인다고 그 덥던 더위도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새벽녘이면 이불을 끌어 덮어야하고 일찍 일어나기도 살짝 싫어지기 시작했다. 8월 초에 심어야하는 김장배추와 무를 더위를 핑계로 미루다 일이주 미루어 심었는데 날씨가 별안간 싸늘해지니 올 김장이나 제대로 담글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아침저녁으로 시선은 텃밭인 채마밭으로 향하게 된다. 이른 아침에 들에 나서보면 완연한 가을이다.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 절기가 다가오니 논두렁을 결을 때면 바지 깃을 풀잎에 내려앉은 이슬이 촉촉이 적신다. 달포 전 수줍은 파릇한 미소로 얼굴을 내밀던 벼이삭도 어느새 제법 성숙한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참 세월 빠르다. 모내기 준비로 바삐 뛰었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 추수를 할 때가 되었다. 가을 명절인 추석이 이달 15일이니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인 것은 맞는데 왠지 풍성함을 느끼기보단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과 이렇게 올 한해도 다가는 구나 그러고 보면 강산이 변한다는 10년도 한사람의 생애를 모두 담을 수…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독자들에게 묵시록의 기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곧 종말이 도래할 거라고 성토하는 노인들, 정말 종말이 도래하기라도 했는지 연달아 일어나는 흉흉한 사건들, 교황권과 국왕권력이 대치하고 있는 극적인 상황 등은 그때를 말세라 여기기에 충분했던 증거들로 보인다. 무엇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도원 건축물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도원은 오스트리아에 위치하고 있는 멜크 수도원을 모티브 삼았다. 멜크 수도원의 가장 큰 건축물은 소설의 배경인 시점보다 몇 세기 뒤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절벽 위에 높은 성벽을 쌓아올린 점이나, 수도원이 교회와 집회소, 숙사, 본관 등으로 이루어진 점은 소설 속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젊은 수도사 아드소는 절벽 아래에서 바라본 수도원의 인상을 묘사하고 있는데, 본관의 압도적인 크기와 그 석벽이 찌를 듯이 하늘로 솟아있는 모습은 그날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젊은이의 마음을 압도하기 충분했다고 증언한다. 수도원 본관은 장서관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서책들을 필사하다 다른 책들도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젊은
1965년, 31살이던 청년 변호사 ‘랠프 네이더’는 GM의 스포츠카 ‘콘베어’가 결함차라 주장하며 끈질기게 허점을 파고들었다. 당시 미국 최고의 자동차회사였던 GM은 처음에 시큰 둥 했다. 그리고 변호사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약점을 잡아 혼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결함은 증명 되었고 GM은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법적 책임을 짐과 동시에 결함 차의 ‘리콜’을 결정 해야만 했다. 지금도 미국 소비자운동의 대부로 존경 받는 네이더 덕분에 ‘리콜’은 현재 최고의 소비자 보호제도로 자리 잡았다. 적용범위도 자동차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체가 이미 판매한 모든 제품으로 확대 됐다. 특히 상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생명ㆍ신체의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경우 강제성도 포함되고 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결함상품 전체를 수거하여 교환, 환불, 수리 등의 위해예방 조치를 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어서다. 제품 뿐만 아니라 리콜의 적용 대상과 범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은 미취업 졸업생에게 제공되는 재교육 또는 교육의 애프터서비스인 ‘졸업생 리콜제’를 시행하고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는 건설업계에선 ‘계약금 리콜제’를 내세우기도 한다. 정치적
37.2도 /김명서 언제나 냉소적인 언제나 대칭을 이룬 하나의 몸과 하나의 마음이 우리, 라는 복수 일인칭으로 겹쳐지는 순간 음문의 뿌리까지 발긋발긋 차올라 경계도 없이 규칙도 없이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 오렌지꽃 타는 냄새! 아주 짧고 아주 긴 11분 - 김명서 시집‘야만의 사육제’ / 한국문연 37.2도는 사랑하기에 좋은 체온이라고 한다. 11분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제목이기도 한데 남녀의 사랑행위가 지속되는 평균시간을 의미한단다. 37.2도와 11분이 합쳐져 생성해내는 의미, 하나의 몸과 하나의 마음이 ‘우리’라는 복수 일인칭으로 되는 순간, 인간은 존재의 환희와 관계의 뜨거운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오렌지꽃 타는 냄새’로 표현한 시인의 후각 또한 흥미롭다. 저마다의 기억을 더듬어 그 순간의 색깔과 냄새와 소리를 표현해 보자. 삶을, 살아있음을 좀 더 가까이 당겨보자. 하여 우리의 몸은 광활한 세상에 맞서 그 사소함과 사사로움으로 하여금 애틋하고 한층 유일해질 것이다. /이미산 시인
우여곡절을 겪으며 탄생한 경기도일자리재단(이하 일자리재단)이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경기도가 설립을 발표한 지 꼭 1년 만이다. 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민선6기 핵심 공약으로 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경기도가 그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남 지사가 틈만 나면 투자유치를 위해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일본, 중남미, 유럽, 동남아 등 해외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 더 역점을 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심장’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젖줄’인 경기도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이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것이다.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우선과제로 손꼽히는 것도 이를 방증해준다. 더욱이 경기도는 지역내총생산, 경제 성장률, 경제활동인구, 취업자수, 5인 이상 제조업체수(3만4천766개), 수출액(557억 달러), 공장등록수(3만7천128개), 투자유치 건수 등 경제지표를 읽을 수 있는 모든 영역에 걸쳐 부동의 전국 1위다. 그만큼 경기도의 경제가 살아난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숨
그동안 수원을 비롯해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경기도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 실시되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지난 1일부터 안성에서도 실시됐다.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로 확대 시행되는 것이다. 현재 도의료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다. 간병인이나 가족 대신 간호사가 치료도 해주고 식사도 도와주는가 하면 각종 의료서비스를 해준다. 따라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특히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다행히 시간이 있는 가족을 둔 환자는 별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할 수 없이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간병인을 쓰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하루에 7~10만원의 간병비가 들어간다. 이는 의료보험 적용도 안된다. 서민들의 허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실시되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6인실의 경우 일반 병동에 비해 하루 5만6천44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전체비용의 80%를 지원해 준다. 그래서 환자 실제부담액은 1만1천288원이다. 민간 종합병원의 경우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이용하면 일반 병실 이용 시
바벨(아령)은 주로 이두박근을 만드는 운동기구다. 그런데 중간을 버리고 무게가 실리는 양끝만 선택하는 양극화전략인 바벨전략은 주로 주식투자에서 사용된다. 전혀 리스크가 없는 투자를 하거나 먼 미래를 보며 리스크가 큰 기술에 투자하는 바벨전략을 교육이나 R&D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만일 이미 발달한 무인자동차나 인공지능의 주력부분에 선진국의 투자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구력과 자본을 투입한다면 지속적으로 후발주자가 될 것이다. 멱함수 지프의 법칙(Power Law)에 따라 투자비만 날리고 수익은 거의 없을 수 있다. 지프의 법칙으로 1위 업체는 84%, 2위는 15%, 3위 업체부터는 전체 시장의 1%를 나누어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무인차 시장은 1위가 95%, 2위가 4.5%, 3위부터 0.5%의 시장을 나누어야 할지 모른다. 인공지능과 무인차는 GPS와 인터넷으로 통합되기에 표준기술을 더 많이 가진 업체로의 편중성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무인차 R&D에도 바벨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사무실이 될 경우 고정된 건물은 그 값어치가 더 떨어진다. 무인차에 가상현실 4D영화가 펼쳐지면 영화관은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