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골읍내에 가면 가끔 5일장을 만나게 된다. 장터 모습은 어릴 적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호떡, 각종 튀김, 호미를 비롯한 간단한 농기구들, 그리고 여러 가지 색의 플라스틱 그릇들, 체육복, 채소, 심지어 푸줏간까지 노상으로 나온다. 한 바퀴 시찰하는데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본 것 또 보고 그 다음 장날에도 똑같은 풍광과 똑같은 품목,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누구와도 눈인사조차 않고 눈 구경만 하고 장터를 빠져 나온다. 시골사람들의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과 집에서 기르거나 지역에서 채취한 온갖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그래도 이 안에는 터의 위계와 질서가 있고 엄연히 상도덕이 살아있다. 장터를 갈 때는 양복을 입고 가면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불편하기도 하니 집에서 편하게 걸치고 있던 체육복 차림에 봄날 햇빛 가릴 모자와 색안경을 끼고 장 안을 어슬렁거리게 된다. 초로에 색깔 있는 체육복에 칼라로 영어글씨가 새겨진 운동모자를 쓴 것은 봐주겠지만 그 차림에 색안경까지 썼으니 누가 봐도 참 가관이었을 것이다. 이 가관을 사실은 본인만 모르고 있다. 행인들의 눈길을 의식할 즈음 강남 오빠스타일이라서 바라보는 줄 천부당만부당한 착각
지금까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사례 중 가장 의외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 21일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의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날을 무엇 때문에 임시공휴일로 지정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재미있는 사례도 있다. 한일월드컵이 폐막한 다음 날인 지난 2002년 7월 1일은 우리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지정된 임시공휴일과 88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7일 지정된 임시공휴일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포함 그동안 정부 지정 임시공휴일은 모두 56차례 있었다. 각종 선거와 국민투표일 37차례, 대통령 취임일 8차례 등 국가적인 요인이 대부분이었다. 1962년 4·19와 5·16기념일,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국장일까지 합치면 더 그렇다. 휴일은 아예 없어도 그렇지만 흔해도 곤란하다는 얘기가 있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긍정·부정 효과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한 날을 임시로 정해 공휴일로 삼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민간소비 활성화로 내수가 진작되고 경기가 살아나며 휴가 분산 및 관광소득 증대까
해질녘 /박복영 땅거미 덜컥 어둑해졌다 문풍지 떨어 문설주에 기댄 노인의 귀는 심란心亂하다 둘 데 없는 바람의 거처가 손에 쥔 둥근 문고리처럼 차가웠다 꺼진 알전구처럼. 달빛 들여 귀를 닦아도 문지방을 넘지 못한 바람은 주춤했다 처마아래 시래기다발 툭툭, 말라가는데 머위 잎을 다 씻기지 못하고 지나는 빗방울들 노인의 귀 바깥에서 울다 갔다 땅거미가 내리고 어둑해진 저녁은 쓸쓸하다. 그 무렵 혼자된 노인은 있는 곳이 어디든 아마 더욱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하물며 바람까지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날리는 날, 기다려도 찾아 주는 이 하나 없는 어스름 속에서는 아마 온몸이 눈물을 흘렸으리라. 혹여 무거운 침묵 속에 빠진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그만 생을 떠나는 상상을 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노인이여, 그동안 온갖 풍상을 견뎌왔듯이 그대는 말라가는 시래기다발을 잡고 고독한 울음을 참아야 한다. 다시 빗방울이 찾아와 머위 잎을 깨끗이 씻기는 날이 올지니. 바람에 문풍지 떨리고 달빛이 스며드는 방에 홀로 앉아 우주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송소영 시인
지난 1월 30일 서울 강남~수원을 운행하는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됐다. 이로 인해 광교역(경기대)에서 정자역까지 약 19분이, 강남역까지는 약 37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에 따른 시민들의 기대감이 컸던 만큼 하루 전 열린 개통식에는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김기연 경기대학교 총장 등도 참석해 개통을 축하했다. 이날 염태영 수원시장은 신분당선 연장선 광교역(경기대) 구간 개통에 이어 미개통 구간인 광교~호매실 구간의 빠른 개통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으로 광교~호매실 구간이 개통되고 내년 수인선이 완공, 시내 노면전차 운행, KTX와 연결 등 계획대로 추진되면 수원은 말 그대로 ‘사통팔달 철도교통요지’로 거듭날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노선이 개통되면서 출·퇴근과 통학 등 이동 시간이 짧아져 주민들이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요금이 너무 과다하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요금은 광교역(경기대)에서 강남역 구간이 성인 기준 2천950원이나 된다. 왕복은 5천900원이다. 6천원에 가까운 요금은 가난한 서민이나 학생들에겐 부담이 된다. 한국 철도공
지자체는 사업추진에 앞서 자연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원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대표적 명소인 파장동 노송지대 일원에 ‘노송지대 녹음형 수목식재공사’를 추진하여 자연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어 문제다. 수백년 된 소중한 노송의 훼손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는 기본적인 안전펜스조차 설치하지 않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달 사업비 6억여 원을 투입하여 수원 파장동 노송지대 일대에 ‘노송지대 녹음형 수목식재공사’를 실시 중이다. 오는 5월 마무리될 예정인 이 사업은 자연문화 유산인 노송지대 노송길 복원을 통한 정조의 효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산책길 조성을 명목으로 추진된다. 순성토 운반, 식생매트까리, 소나무 등 6종의 35주를 비롯해 맥문동 16만본, 개나리 등 2종 3천500주를 식재할 계획이다. 이곳은 1973년 7월 경기도 지정 지방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유산으로 역사적이나 학술적 가치가 높아 원형보존이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러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공사로 인한 환경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공사구간은 각종 공사차량들이 점거해 작업하여 시민안전위협은 물론 노송훼손이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3년 만에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소통 행보라고 했다. 4·13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뒤인지라 세간의 관심은 박 대통령이 과연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인가에 모아졌다. 결론은 비교적 쉽게 났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론 박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와 협력하고 각 정당과도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막상 관심 사안들에 대해 대통령이 꺼낸 말들을 접하노라면 놀라울 정도였다. 우선 총선 결과에 대해, 국회에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국민이 양당체제를 3당체제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히 독특한 평가였다. 세상은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하고 있는 선거 결과이건만, 대통령만은 국회 심판이었다는 새로운 학설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자신은 친박이라는 말을 만든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며 자기들의 정치를 위한 선거 마케팅이었다고 했다. 그러면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말했던 ‘진실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자신의 최측근들이 ‘진박 마케팅’을 진두지휘한 것을 몰랐는지 묻게 된다. ‘배신자&rs
황사란 바람에 의하여 하늘 높이 불어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 또는 떨어지는 모래흙을 말합니다. 황사의 성분은 주로 바람에 날리는 토양에 의해 발생되기에 알루미늄, 철, 칼륨, 나트륨, 아연, 마그네슘 등이 대량 포함되어 있으며, 오염물질이 포함된 경우 인체 및 환경에 유해한 납, 카드뮴 등 중금속성분의 오염도상승도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먼지는 입자크기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입자의 크기에 따라 조대먼지, 미세먼지, 극미세먼지로 구분합니다. 조대먼지란 비교적 입자가 큰 경우로 입자가 15㎛이하를 말하고, 미세먼지란 자동차 먼지가 대표적이며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과 함께 수많은 대기오염물질이 이에 해당되며 대기 중 장기간 떠다니는 직경 10㎛ 이하의 미세한 먼지이며, PM10이라 하며, 입자가 2.5㎛ 이하인 경우를 극미세먼지라고 합니다. 황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체 기관별로 간단히 구분하여 보면, 황사먼지의 여러 작은 입자성분들이 대기오염을 통해 우선 호흡에 의해 유입되기에 일차적으로 호흡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폐 깊숙이 흡입된 미세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서울의 한 대형 서점 앞에 새겨있는 말이다. 우리는 책 읽기가 인생의 획을 바로잡아주고, 삶을 변화시킨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다. 지난 3월 중순 군포시가 ‘책나라’ 개국을 선포했다. 이미 2010년 ‘책 읽는 도시’를 선언한 군포시가 이제는 한발짝 더 나아가 ‘책나라 군포’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책 읽기를 주요 정책으로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례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듯하다. 일자리 창출, 복지증대 등 가시적인 시책에 비해서는 다소 생소하다. ‘책으로 사람을 키우고 도시를 변화시킨다’는 군포시의 비전은 당장에 성과가 나타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아주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책 읽는 도시’라는 군포의 브랜드는 김윤주 시장의 책에 대한 체험에서 비롯됐다. 가난해서 시골에서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 한 그다. 하루종일 농사를 돕다가 저녁에는 외삼촌이 경영하는 책방에서 점원 노릇을 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혼자 먹는 밥 /김정학 몹시도 배가 고파 작은 식당엘 갔더랬습니다 주인은 TV를 보고 나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김치찌개인가 부대찌개인가를 시켰더랬습니다 주인은 TV를 보면서 밥을 날라줬습니다 TV에서는 사랑과 전쟁인가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요 나는 밥을 먹으면서 저들의 싸움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는 사이 찌개는 식고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 거였습니다 주인은 간판 불을 끄고 거리는 가로등만 환했습니다 숟가락은 찌개 속에 담가 두고 반쯤 남은 밥그릇을 들여다보다 문득 허기가 밀려와 남은 밥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밥을 삼키려고 물을 마셨던 것 같아요 비에 젖은 길에는 사람도 없고 내 그림자만 길게 젖고 있었습니다 - 김정학 시집 ‘그리운 아무르강’ 혼자서 밥을 먹는다. 몹시도 배가 고파 찾은 작은 식당은 주인 혼자다.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저들의 싸움을 생각해본다. 그러는 사이 찌개는 식고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그래도 꾸역꾸역 넘어가지 않는 밥을 먹는다. 허전함을 메운다. 알기 쉬운 진술의 이 시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낮은 독백 투의 문장으로 인해 더욱 쓸쓸함이 느껴진다.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
지난 24일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족 임시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총회에서 한 젊은 아버지가 ‘내 아이와 내 아내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라고 쓴 노란색 천을 들고 서있는 사진을 본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참가자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아내와 아이를 잃었다. 이날 임시 총회에 이어 25일에는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YMCA연합회, 환경운동연합 등 총 38개 시민단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판매 기업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아울러 해당 회사의 상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피해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에 의하면 가습기살균제 사고로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이고 작년과 올해 신고 된 사망자를 합치면 239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관련 피해자와 가족모임을 지원하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자료에 의하면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인원은 총 1천528명(신고인원)이다. 그러나 잠재적 피해자까지 더하면 최소 29만여 명이 가습기 살균제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