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은 세계 조현병의 날이었다. 1986년 미국의 조현병 재단(NSF)이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질환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제정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 박사가 1792년 5월 24일 쇠사슬에 묶여 있던 정신과 환자들을 풀어줘 이 날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을 꺼려하지 않고 이해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사회적 낙인은 여전하다.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모든 정신질환자들도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23년 8월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일대에서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최원종 사건이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이보다 앞선 2019년 4월 진주에서는 피안득 사건도 일어났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사망케하고 6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최근에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강북구의 한 마트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이
지난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재외선거가 치러졌다. 약 20만 명의 재외국민이 국외부재자 또는 재외선거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세계시민이다. 그러나 이번 재외선거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낮은 신고·등록률, 근거리 투표소 부족, 우편·온라인투표 미도입, 투표 홍보·캠페인 활동 제한, 과도한 투표비용, 동포사회 분열 우려 등은 여전했다. 각 후보의 공약집과 정책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고, 재외 유권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도 미흡했다. 글로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재외국민 참정권은 여전히 선언적이었다. 이번 조기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4.4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 새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오는 6월 4일부터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리더는 국가 리스크이고, 그 피해는 전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20년 미래를 결정짓는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
기자에게 “누가 그럽디까?” 묻는 건, 뺨 맞을 일이다. ‘언론의 본디’를 포기하라는 것이니, (제대로 된) 기자에게는 결코 해서는 아니 될 질문인 것이다. 누가 제보자인지를 누설했다면, 어느 누가 언론(인)을 믿고 장차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할 제보를 할 것인가? 언론 ‘가치’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 아니겠는가. 언론 문헌에 곧잘 등장하는 ‘취재원 비닉(秘匿)의 원칙’이다. 원칙이란 말은 그 ‘뜻’의 무게를 짊어지는 어휘다. 또 비밀스럽게 숨겨준다는 비닉이라는 낯선 말도 위세를 더한다. 요즘에는 ‘취재원 보호’라는 말로 그 강세(强勢)를 좀 눌러서 쓰는 것 같다. 또 이는 ‘제보자 보호’라는 활용의 폭이 좀 너른 말과 혼용되는 모양새다. 언론뿐 아니라 정치집단이나 경찰 검찰, 각급 정부기구와 기업 등의 감사부서에 ‘내(나만) 아는 사안(事案)’을 공익(公益)의 목적으로 알리는 일은, 세상을 바루는 역할로 중요하다. 사안의 특성상 이 절차는 대개 조용히 진행된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이런 제보자나 취재원을 deep throat(딮 쓰로트·깊은 목구멍)라는 은밀한 속어로 불렀다. 그 판사님이 (고급) 룸살롱에서 향응(饗應)이란 어휘로 통용되는 접대를 받았다면,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21일 윤 전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가 제작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6·3 조기대선이 13일 남은 시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한복판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지난 달 4일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된 후 첫 공개행보였고, 김문수 후보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보수 정치권이 크게 술렁였다. 당은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 비대위원장을 교체하면서까지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만든 다큐멘터리를 관람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대선레이스 후반에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 주류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서 우리 당과 관계가 없는 분"이라면서도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대해 반성과 자중할 때가 아닌가"라고 비판적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조경태 의원은 "누굴 위한 행보인가. 결국 이재명 민주당 제1호 선거운동원을 자청하는 것이냐"며 "본인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반성은커녕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심하다.…
새 교황이 탄생되었다. 그의 이름은 ‘레오 14세’, 이는 19세기 말 노동자 착취를 고발한 교회 교리의 아버지 레오 13세의 뒤를 이어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상의 불평등에 좌절하고 있는 우리들은 벌써부터 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5월 18일, 그의 행보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신호탄이 터졌다. 그의 취임식과 그가 집전하는 첫 미사였다. 사도 베드로가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이루어진 이벤트였다. 이 성당은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담긴 상자가 발견된 곳이다. 베드로는 티베르 강 오른쪽 강변에 있는 네로의 서커스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성 베드로 성당에는 또 다른 보석이 있다. 그것은 1498년 로마 주재 프랑스 대사가 의뢰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이다. 흰색 대리석으로 제작된 이 조각품은 구겨진 주름장식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 광장에서 레오 14세는 두 가지 상징적인 물건을 수여받았다. 하나는 예수님의 상처와 선한 목자의 상징인 양털 천으로 된 띠, 다른 하나는 성 베드로의 모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부의 반지’로, 교황의 영적 권위를 상징하고 ‘사람을 낚는 어부’로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었
일론 머스크는 이 시대의 혁신가이다. 그는 천재성, 통찰력, 뛰어난 기업가 자질을 갖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이끌고 있으며, 스페이스 X의 저궤도 위성사업인 스타링크를 개척하였으며,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미국 생명공학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뇌를 연구해 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생명공학의 장래를 밝게 보고 있다. 머스크는 2016년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인 뉴럴링크(Neuralink)를 창업하였다. 이 회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하여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의 뇌에 컴퓨터 칩(임플란트 N1)을 심어서 장애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가치가 무려 12조원이다. BCI 기술은 시각장애인에 시력을 찾아주고, 전신마비 환자에 희망을 준다. 향후 미국에서 BCI 기술 시장은 약 5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다. 현재까지 뉴럴링크는 3차례 임상실험을 마쳤으며 올해 추가로 20∼30차례 실시할 예정이다. 뉴럴링크는 5년 내 BCI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현대 한국사회를 살아 가면서 절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속속 겪으면서 사는 시대이다. 한국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을 휩쓰는 걸 보게 될 줄은 오랜 영화 경력을 가진 사람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 평생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타는 걸 보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본도 오에 겐자부로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토록 수상을 노렸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미국의 폴 오스터도 그렇게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상을 타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사에 있어 통틀어서 전혀 예상을 못했던 일로 쿠테타 만한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곧 화제와 이슈 면에서, 윤석열은 감독 봉준호와 작가 한강을 뛰어 넘었다. 실로 위대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유명이 아니라 오명과 악명이지만. 한국 영화계가 비교적 전혀 예상을 못한 일 중의 하나는 젊은 층 관객을 프로야구에 뺏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요즘 프로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 유니폼 하나쯤은 다 갖고 있을 정도이다. 프로야구 팬들 가운데는 2~30대 여성이 압도적이고 40대 이상의 ‘줌마’ 관람객들도 상당수이다. 여성들은 한국의 극장가
“노동자들의 피가 묻은 빵을 계속 먹어야 하나?” “빵보다 목숨 값이 싸다” 거대 식품기업인 SPC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를 비난하는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9일 새벽 시흥시에 있는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빵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몸이 빨려 들어가 변을 당한 것이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평소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거리면 작업자가 몸을 깊숙이 기계 안으로 넣고 윤활유를 뿌리곤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0일자 7면 ‘SPC 공장서 또 사망 사고…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고가 나자 공장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SPC는 안전을 챙기는 척만 한다” “사측이 보여 주기식 대책만 반복하면서, 정작 현장은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SPC 공장에서 발생한 인명사고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에도 평택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작업자가 야간근무 중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졌다. 이후 회사의 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