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인품과 성실한 생활태도를 가치덕목으로 삼고 살던 시대는 나의 스승과 함께 가버린 것 같다. 오늘날은 바람의 오염과 세상의 소음이 이명(耳鳴) 증상 같이 두뇌를 울리고 있다. 하여 고하(古河) 선생의 '시조로 본 풍류 24경'을 꺼내어 보니 '청정한 소나무여, 솔바람 소리여'가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가까운 집 오는 사람 드물어/ 홀로 국화꽃 따 들고 돌밭에 앉아 있네." (幽居近壑人來少유거근학 인래소 ⭑ 獨採黃花坐石田독채황화 좌석전). 성수종(成守琮1495-1533)의 칠언절구를 만나게 된다. 그런가하면 ‘누워서 듣는 맑은 퉁소 같은 바람 소리 파도처럼 흩어지는 솔바람 소리 (臥聽晴賴散松濤 와청청뢰산송도)라고도 했다. 수필가 윤오영은 소나무를 들어 ‘공기를 청신하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해주는 점에서 다른 나무들이 당할 수 없다,’고 했고, 솔바람 소리는 ‘청아한 냄새가 신선한 향기를 퍼뜨린다.’했다. 십여 년 전 남편을 잃은 친구 부인과 부인의 시댁 당숙뻘 되는 내 친구와 그의 자동차로 모악산이 멀지 않은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은 뒤, 친구 부인이 차를 대접하겠다고 하여 간 곳이 ‘대바람 소리’라는 찻집이었다. 부인의 시댁 당숙은 나이 차이
오산시 안전정책과가 언제부터인가 좌천식 인사부서나 기피부서로 전략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인적 자원들이 훌륭할 때나 가능할 것이다. 오산시 안전정책과는 그야말로 각종 재난에 사전대응 운영체계로써 오산시의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매년 여름 홍수나 수해 겨울철에는 대설·한파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대응 상황점검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여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부서다.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재난 사고를 분석하면 규모는 커지고 빈도는 잦아지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 오산시 또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인력과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시는 시민 안전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증원 없이 매년 똑같은 과(課)·실(室)만 운영 할뿐 전문성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좌천식 인사부서'로 낙인찍혀 있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특히, 이 부서에 발령받거나 인사이동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내부에 불만의 목소리가 빈번하기때문이다. 오산시는 이제부터라도 조직 쇄신의 필요성이 절실할 시점이다. 시는 재난상황과 처리상황을 전문부서로 만들어 전 부서가 공유할 수
이제 대한민국을 단일민족국가라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됐다. 국내에 체류하며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외국인 수가 240만 명 이상이다. 이에 따라 이주배경 초·중·고등학교 학생, 즉 다문화학생도 크게 늘어났다. 2013년 5만 5780명 정도였으나 2023년엔 3배가 넘는 18만 1178명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학생 521만 8000명의 3.5%나 되는 숫자였다. 2024년 다문화 학생 수는 19만 3814명(전체 학생 대비 비율 3.8%)으로 더욱 늘었다. 일부지역에서는 다문화 학생 수가 전교생의 절반을 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만 명이 훌쩍 넘는 다문화학생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문화학생들이 상급 학년·학교로 올라갈수록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중도 퇴교하기도 한다. 물론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만이 퇴교사유의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편견과 집단 따돌림, 의사소통의 어려움, 학교생활 부적응, 정체성 혼란 등도 원인으로 지적한다. 다문화 청소년의 진로·진학 관련 실태는 지난달 16일 성결대학교 산하 다문화평화연구소가 ‘이주배경학생 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요새는 헌법 혹은 법률과 관련한 논란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가장 먼저 등장한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선포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갖추었는가 하는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의 법적 요건이란, 첫째 비상계엄을 심의할 국무회의가 합법적으로 개최됐는가 하는 부분, 둘째, 법적으로 계엄 선포 직후 이를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했었는가 하는 부분을 말한다. 여기에다 포고령의 위헌 문제까지 합하면 정말 다양한 법적 논란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도 큰 문제인데, 이제는 공수처 문제까지 등장한다. 공수처는 본래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직권남용 수사의 연장선에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수사권을 주장했고, 결국 사건을 이첩 받았다. 이로써,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 됐다.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가 주(主)가 되고 내란죄 수사가 직권남용 수사에 종속된 꼴이 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그치면 모르겠는데, 이제는 체포 영장과 구속영장의 발부 주체가 문제가 됐다. 본래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든, 구속 영장이든 서울중앙지법에 청
개인들 사이에 금전거래는 그 금액의 다과를 떠나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누구에게는 친구나 가까운 지인에게 소액의 금전을 빌려주고 이를 받지 못해서 속상했던 경험은 한번 정도 있을 것이다. 개인간의 금전거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까운 친구나 친족 사이에 돈을 빌려 주면서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개인간의 정(情)과 신용(信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빌려 주면서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는 것이 마치 상대방에 대한 불신(不信)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기도 한다. 그래서 ‘나 믿지 못하냐’는 말 한마디에 차용증도 없이 덜컥 큰 돈을 빌려주건 마음을 졸이는 경우도 종종 보곤 한다. 더욱이 요즘에는 돈을 빌려주면서 개인간 은행계좌로 송금을 하는 경우가 많아 되려 송금기록이 있는데 차용증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설명하면서 차용증 작성을 미루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간의 금전거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차용증’은 매우 중요하다. 차용증은 단지 돈을 빌려준 사실 뿐만 아니라 대여기간, 이자, 상환방식 등 추후 돈을 돌려받을 때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 등을 정하고 있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지금 탄핵정국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12.14)하고 체포, 구속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저항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파시즘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파시즘은 강력한 국가주의를 강조하며 권위주의적 통치가 특징이다. 이러한 파시스트 운동은 대중의 불만을 이용하여 지지를 확보하고, 선전과 선동을 통해 대중을 동원하며 때로는 폭력을 사용하려 한다.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대중을 조종한다. 역사학자 페데리코 핀첼스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은 다른 정치 전통에서는 볼 수 없는 파시즘만의 특징이다”(<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장현정 역, 2023)라고 하였다. 거짓 선전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것은 무솔리니, 히틀러가 그랬고 윤석열 또한 그러하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국회에 통보(헌법 제77조 제4항)하지도 않은 채, ‘체제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킨다고 하면서 불법으로 국회에 침입했다. 여소야대 국회를 체제 전복세력이라고 한 것은 거짓선동이다. 그리고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비 촉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할인행사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혜택이 디지털 상품권에 집중돼 사용이 미숙한 계층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부정 유통 가능성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디지털 상품권의 할인율을 대폭 늘렸다. 결국 디지털 마인드가 취약한 지류 상품권 사용계층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외계층이 차별받는 쪽으로 정책이 설계됐다면, 이는 시급히 보완 개선되는 게 옳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량은 5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중 지류 상품권은 부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류형과 디지털형(카드·모바일)으로 나뉜다. 카드형은 온누리상품권 앱 설치 후 기존 카드를 등록, 금액을 충전해 사용한다. 모바일형은 앱에서 모바일상품권을 구매해 가맹점의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온누리상품권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전통시장 등 매장의 상인·소비자 중 고연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지류 상품권이 아닌 디지털형 온누리상품권 결제 방식에 미숙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선물처럼 주어진 9일간의 황금휴가를 보내고 일상에 복귀했다. 그 긴 시간 내내 한 일은 주변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전한 것 뿐이다. 우리에겐 저마다 삶의 무게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쉴새 없이 일해야 한다. 가정이 있다면 가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후와 만약을 대비한 적당한 자산도 모아야 한다.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뤄선 안 된다’는 욜로(YOLO) 정신은 언감생심 눈꼽만큼도 허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설 연휴의 첫 날, 몇 년 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친구는 노안이 왔다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쓰고 있던 안경을 이마 위에 걸쳐올렸다. 다른 친구는 염색을 미루다 얼마 전 마트에서 ‘할머니’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건강이 최고다, 최대한 회사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말아야 한다, 월급만 따박따박 나와도 행복하다, 경력단절이 길어져 애가 더 크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소연을 하다 부디 아프지만 말자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새해 인사를 나눈 지인들도 저마다 사연을 하나씩 풀어놨다. 50대 초반 여성 A는 작년까지 다니던 계약직에서 기간만료로 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