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이사회가 열린다. 이번 이사회는 10일부터 20일 사이에 지급되는 4월분의 북한근로자 임금지급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조치로 촉발된 지난 3월분 최저임금분쟁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4월분 임금지급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시기에 맞춰 개성공단 사업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의 잔업 거부와 태업 사례가 일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개성공단기업들이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당장 기업의 이윤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남측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여전히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달 최저임금인상문제 해결의 협의를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아직도 신경전을 전개하고 있다. 북측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 임금을 지급했지만 북측의 요구대로 최저임금 인상률(5.18%)을 적용하지 않은 기업, 북측 요구의 담보서에 사인하지 않은 기업 등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압박은 북한근로자들의 잔업 거부와 태업 사례로 노골화되고 있다. 이에 남측은 기업이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임
조선의 역대 왕 중 정조만큼 기록을 많이 남긴 왕은 없다. 특히 일기(日記)에 관한한 독보적이다. 대표적인 게 존현각일기(尊賢閣日記)다. 정조는 1759년 왕세손으로 책봉된 뒤 경희궁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14년을 그 곳에서 생활했다. 당시 정조가 머물던 건물의 2층을 주합루(宙合樓), 1층을 존현각이라 불렀는데 정조가 8세 때인 1760년부터 이곳에서 쓴 일기다. 지금도 일기란 그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반성하고자 하는 뜻에서 쓰는 것이지만 큰일이 없으면 쓰지 않기도 하고 쓰다가 중도에 포기도 한다. 그러나 정조는 안 그랬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을 남겼다. 그것도 자신의 사소한 것부터 신상의 위협을 받는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정조는 왕에 오른 후에도 일기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신하들에게는 이런 글도 남겼다. ‘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 일찍이 하나의 벽(癖)이 됐다. 아무리 바쁘고 번거로운 일이 있을 때라도 반드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록해 날마다 세 가지로 내 몸을 살핀다는 뜻을 담았으니 이는 성찰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심력을 살펴보려는 것이어서 지금까지 그만두지 않고 있다.’ 정조는 한 발 더 나아가 그 일기를 ‘승정원일기’와 구별
진달래 붉은 꽃잎처럼 /박일환 김포공원묘지 183번 한하운 시인의 묘지 앞에 진달래 한 그루 난만히 피어 붉은데 생전에 먼저 떨어져나가 함께 묻히지 못한 발가락과 손가락들의 안부를 떠올리다 잠시 올려다본 하늘 저편 파랑새 날아간 자국 희미하고 그 아래 이끼 덮인 봉분은 그저 묵묵하다 코앞에 있는 장릉공단 자그마한 공장들 그 안에도 있을 것만 같은 손가락 잘린 이주노동자 떨어져 내린 진달래 붉은 꽃잎처럼 아득한 천형天刑의 삶들이 밟힌다, 술 한 잔 올리지 못한 채 돌아 나오는 길 손가락 발가락 모두 무사한 내 육신은 무장 가렵기만 하고 - 박일환시집 〈지는 싸움/애지시선〉 보리피리 불며 필- 닐니리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개 없다던 문둥이시인의 아픈 삶이 잠든 천주교 공원묘지이다. 십여 년 전 한하운선생의 묘지를 찾았다고 지인들이 설레이는 목소리로 전해주던 날을 기억한다. 언제나 아픈 사람들 억압받고 손해 보는 사람들 곁에서 시를 찾고 몸으로 시를 쓰는 박일환시인이 한하운시인을 찾은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의 시집 제목만 봐도 그렇다. ‘지는 싸움’이라니 지치지 말고 무릎 꿇지 말자고 나직이…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사회는 퇴직 후에도 30년 이상의 여생을 보내는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이후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하여 크지 않은 금액이라도 일정한 소득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믿음직한 것은 연금이라 하겠다. 공적연금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제도적으로 성숙해 가는 단계에 있어 아직 풍족한 수준은 아니므로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사적연금에 가입하여 각자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연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연금소득 과세제도는 납입 및 운용단계에서는 비과세 하고 급부단계에서 과세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사용자의 부담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를 비과세하며, 공적연금 관련법에 따른 기여금 또는 개인부담금은 전액 소득공제 해준다. 그리고 거주자가 연금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은 사적연금과 개인퇴직연금(IRP)를 합해서 소득공제를 받는데, 그 한도가 올해부터는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늘어, 세액공제 환급액도 52만8천원에서 39만6천원이 추가되면서 연간 최대 92만4천원까지 늘었다. 지급받는 연금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신도시에 통 큰 투자를 했다. 지난 7일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을 가진 삼성전자는 이 부지에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1기를 건설하고 오는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천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평택 반도체단지는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천평, 축구장 약 400개 넓이)로, 현재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기흥·화성 단지를 합한 면적(91만평)과 맞먹는 규모다. 이 같은 국내 굴지 대기업의 통 큰 투자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컸다. 국토교통부는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안을 발빠르게 승인해주었다.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겨 2017년부터 고덕 산업단지에 최첨단 반도체라인을 가동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공재광 평택시장 등 지방자치단체도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고품격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했다. 기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고덕 국제화지구가 우리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동반성장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3월30일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87 장안문 안쪽에 수원시 전통식생활체험관과 예절교육관이 개관했다. 수원시는 이 가운데 대지면적 3천36㎡, 건축면적 950㎡ 규모인 전통식생활체험관은 전통음식과 궁중음식, 자연 친화음식, 수원갈비, 식생활 교육 등 체험은 물론 연구와 교육 전시 및 보급,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통식생활과 관련된 국내 최고의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대지면적 2천904㎡, 건축면적 626㎡ 규모인 예절교육관은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의 애민정신, 실학정신, 효를 바탕에 두고 특성화된 예절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전통문화를 직접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이들 전통식생활체험관과 예절교육관과 함께 내년 한옥기술전시관이 완성되면 이 일대는 전통문화 체험의 요람이자 수원시의 또 다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기대도 감추지 않고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낙후된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지역주민들도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67억원(시비 62억, 국비 5억원)이란 예산을 들여 건축한 이 건물 곳곳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전통식생활체험관, 예절교육관 할 것 없이 기둥
인간이 무기를 만들고 갑옷을 입은 최초의 이유는 자연과의 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바로 사냥이다. 석기시대에 돌을 깨거나, 돌을 갈아서 창날을 만들고 화살촉을 만든 이유가 인간보다 강한 동물을 사냥해서 생존의 방편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고, 동물들을 직접 키우는 방식으로 삶의 형태가 전환되면서 사냥은 전투를 대신하는 군사·정치적인 목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특히 국가라는 인간들의 거대한 조직체를 만들고 군대라는 합법적인 무장집단을 양성하면서 사냥은 그들을 집단화시키고 훈련시킬 수 있는 최고의 무예수련 장이었다. 화약무기가 전장을 휩쓸기 전까지 말을 탄 기병은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한 병종이었다. 순간의 강력한 돌파력 그리고 적의 머리 위에서 직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상의 장점, 그것은 기병만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었다. 여기에 적에게는 엄청난 공포심까지 유발시킬 수 있었기에 기병은 전장의 꽃이자, 전투력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기병은 늘 말과 함께 움직여야 했기에 평시에도 자신들이 타던 전투마와 호흡을 맞춰야만 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평상시 기병들이 자신의 전투마와 함께 진행한 사냥은 실전 무예훈련의…
그룹홈은 또 하나의 가정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추어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로, 2014년 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는 483곳, 도내에는 73곳에서 500여 명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그룹 홈은 2004년 아동복지법에 따라 정식 아동복지시설로 편입되고 근접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어 바람직한 아동보호형태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운영상의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그룹홈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여 가정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마련해주고 가족의 마음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법정 근무시간 이상의 과중한 업무스트레스와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으로 업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열악한 사회복지 환경이 아동그룹홈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그룹홈의 운영비 지원은 아동복지시설과 동일하게 지원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그룹홈은 24시간 입소아동들과 생활하고 있는 사회복
화가 심하게 난 사람을 보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분노가 치밀고 화가 나면 혈관이 팽창하고 얼굴이 전체적으로 붉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가 난 표정은 누구나 쉽게 알아본다. 눈을 부릅뜨고, 눈썹을 이마 중간을 향해서 아래로 누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입술은 붉어지면서 얇아진다. 입은 직사각형으로 벌어지기도 하고, 앙다물기도 한다. ‘입술이 일그러진다’라는 것은 이때를 말한다. 화는 얼굴만이 아니라 몸으로도 표현된다. 온몸의 근육은 긴장되면서 특히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한다. 긴장된 근육은 떨리기도 하는데 강도가 아주 높으면 다리까지 부들댄다. 또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이 증가하며 혈압도 상승한다. 교감신경이 흥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화 기능은 일시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선 이를 부아가 끓어오르고 오장육부가 뒤집힌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화, 즉 분노에 동반되는 생리적 상태는 공포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위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다행히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10%가 채 안된다고 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분노조절 장애가 그것이다. ‘욱’하는…
이름부르기 /정중수 네살박이 아들놈은 해를 정 해 달을 정 해 달을 정 달 별을 정 별 나무를 정 나무라 한다 아빠도 정 나무라 한다 아빠도 정씨 형도 정씨 저도 정씨 세상 만물이 정씨 성을 가진 줄 아나보다 애야, 네 눈에 보이는 것 모두 정씨 성을 가졌구나 성을 버리고 그냥 이름만 부르렴 해, 달, 별나무 아빠도 너를 이름만 부르지 않니 시인에게 별이며, 풀이며, 꽃이며, 안개며, 바람이며, 이러한 이름들을 아주 좋아하는 수필가도 있었다. 물론 시인만 부르는 일들도 아니지만 유독 수필가의 시선에서 물, 눈, 흙, 손, 입 등 관조적인 사물체의 시선들만큼 정결하고 우직한 모습들을 기억할 때마다 사람을 다시보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 여친소에서 장혁이 바람을 대면하면서 내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바다를 바다라고 부르는 순간 바다는 헤어짐의 역사로 물결치고, 하늘은 거대한 풍선처럼 파랗게 부풀어 오른다. 시인이 아들에게 준 이 시는 성을 붙여 부르는 상징화 표현이 인상적이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