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재했던 구석기시대의 자연환경에서 판단을 빠르게 해야 했고, 그런 성향이 자연선택에 의해 본능으로 체화되었다. 그것이 지금은 각자의 경험과 짧은 지식(knowledge)을 바탕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는 직관의 오류로 나타난다. 고정관념 내지는 선입견에 따른 판단이 본능으로 작용함으로써 사실 확인 과정을 소홀히 하는 인지적 오류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충분한 생각으로 정확히 인지해서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인지적 구두쇠다. 그래서 공자는 세 번 생각하고 말을 하라 했고(三思一言), 언행일치를 강조했던 것이다. 퇴계는 말을 무척 아꼈고, 그 결과는 언행일치였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다. 군자는 본능을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국제관계를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피아를 나누는 이분법적 대립과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북한을 공격하는 계획을 부단히 도모하는 미국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어느 쪽이 먼저일까? 미국과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한
커피에 꿀을 조금 넣고 잘 저었다. 내가 내 몸에 공양한다는 마음으로 잔을 들어 입에 대고 마셨다. 처음 느껴보는 맛이다. 차에는 차의 맛이 있고 말에는 말맛이 있다. 또한 사람에게는 사람 냄새가 있다. 차의 향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강원도 시인을 만나면 산속 너와집 냄새가 있고, 김제 시인을 만나면 만경 들녘의 벼이삭 익어가는 훈풍 같은 느낌이 있다. 정의감은 생명의 진화를 위해 소중한 것으로써 작가는 목숨을 걸고 실천해야만 되는 줄 알고 살아왔다. 세월의 흐름 따라 그 정신의 날은 무뎌지고 생활의 질서 뒤로 물러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 점검의 성찰에서 오는 뼈아픈 후회감과 함께 느껴지는 비굴함 같을 것이기도 하다. 이럴 때 거실에 홀로 앉아 낡아진 위장을 생각하여 가벼운 차 한 잔을 마시고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바른 언론관을 생각하며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며 살아가는 아들에게 걸려온 전화는 속 쓰림 없는 커피 맛이라 할까. 말맛이 시원시원하고 뒷맛이 개운하다. 아비에게 뭘 원하는 게 아니고, 지나친 원칙주의로서 완벽하게 살려하지 말고 그때그때 기쁨이요 즐거운 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라는 뜻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한 가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처럼 기숙사 내에서 일어나는 학폭 심의 건수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특히 기숙사 내 학폭은 범행 자체가 은밀히 이뤄지는 데다가 피해자가 쉽게 폭력 현장을 이탈할 수도 없다는 특성이 있다. 시간적, 공간적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까닭에 폭행이 더욱 가혹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철두철미한 조사와 근절책, 그리고 효과적 예방대책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숙사 학교(중·고교) 내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 건수’ 자료에 따르면 2017∼2021학년도 심의 건수는 총 1110건에 달했다. 피해 학생은 1781명, 가해 학생은 1805명이었다. 심의 건수는 2017학년도 188건, 2018학년도 246건, 2019학년도 258건으로 증가하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학년도에 107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2021학년도에는 311건으로 코로나19 이전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5년간 기숙사 내 학폭 가해 학생이 중대 처분인 전학과 퇴학 조치를 당한 비율은 각각 5.41%, 0.83%였다. 이는 전국 평균인 2.91%(7816건), 0.21%(561건)보
최근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한 마약음료에 대한 공포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고, 이로 인한 청소년 마약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청소년 마약 범죄 건수는 119건에서 454건으로 약 3.8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퍼진 청소년들의 마약 범죄는 청소년들의 건강과 신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의 마약 복용은 마약을 통해 느끼는 쾌감, 감각의 변화 등이 중독을 유도하고 그로 인한 인격 및 사회적 문제, 정신질환 등을 야기하여 정상적인 학교 및 가정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어디서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과 모바일 매체의 발달, 부모와의 유대 약화 및 단절된 이웃 관계, 건조한 학교생활, 방과 후 학원으로만 내몰리는 일상 등으로 인해 우리 청소년들이 마약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 차원의 청소년들에 대한 마약 등 약물중독에 관련된 정확한 실태 파악이나 교육, 치료 등의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청소년들의 마약 범죄,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마약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유산 15개 가운데 조선 시대 임금이 살았던 창덕궁, 묘소인 왕릉, 그리고 제례를 지내는 종묘가 포함돼 있다. 놀라운 것은 조선 태조에서 순조에 이르는 왕과 왕비의 능 40기가 모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왕릉이 서울, 경기, 강원에 흩어져 있지만 모두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고 있고,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자연과의 조화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례에 힘입어 현재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북도는 조선 임금의 태실(胎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태실은 탯줄을 묻은 곳이다. 조선 왕실은 태(胎)가 그 주인의 안녕은 물론 국운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왕자와 공주의 태를 격식에 따라 잘 보존한 뒤, 전국의 명당자리를 찾아 태실을 만들었다. 그 후 태실의 주인공이 왕위에 오르면 화려한 석물(石物)로 다시 치장하는 가봉(加封)을 해 더욱 엄격히 보존했다. 이런 왕실의 장태(藏胎)문화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유산이라고 한다. 일제는 조선의 기운을 뺏고자 이 태실을 훼손하고 태를 한곳에 모아놓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 서삼릉의 태실이다. 이렇게 훼손
가축분뇨는 악취와 해충을 발생,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전국의 한·육우, 젖소, 돼지, 닭, 오리 등 주요 축산농가(모집단 10만 2422호)와 가축분뇨 처리시설(모집단 916개소)을 대상으로 축산환경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이 조사엔 가축분뇨 발생·처리와 악취 관리 등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가축분뇨는 연간 총 5073만 2000톤이 발생하는데 돼지가 1921만톤(37.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육우 1734만9000톤(34.2%), 닭 873만5000톤(17.2%), 젖소 461만8000톤(9.1%), 오리 82만톤(1.6%) 순이었다. 가축분뇨 중 2642만 6000톤(52.1%)은 농가에서 스스로 처리하고, 나머지(47.9%)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었다. 가축분뇨의 87.1%는 퇴비와 액비 등 비료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는 공공처리시설이나 농가에서 처리한 뒤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가축분뇨를 농가 내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해 배출하는 경우다. 농가 자체시설은 방류수 농도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실제로 충북
화가 이중섭이 좋아한 시인 폴 베를렌느. 그는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스케치하러 나가기 전 귀여운 당신이 그리워 설레는 마음으로 폴 베를렌의 시를 적어 보내오.”라고 썼다. 그 시는 아마도 다음 시가 아니었을까. 거리에 비 내리듯/마음엔 눈물이 흐른다. 이토록 마음 깊이 스며드는/이 서러움은 무엇일까? 견딜 수 없는 마음엔/아 아, 비의 노래여! 다정한 비의 속삭임을/땅 위에도 지붕 위에도(.......) 베를렌느가 쓴 ‘거리에 비내리듯’이다. 허전한 마음을 유연하고 음악적인, 그리고 우수어린 운율로 노래하고 있다. 그의 애조 섞인 음조는 비운의 화가 이중섭의 감수성을 터치하기에 손색이 없다. 불멸의 시인 베를렌느. 1844년 봄, 프랑스 북동부 메츠에서에 태어났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하지만 판사가 되려고 법과대학에 들어갔다. 가세가 기울자 중퇴하고 보험회사에 취직했지만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몽마르트르의 문학서클과 고답파 시인들을 찾아다니며 시를 썼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외동아들이 시를 쓴답시고 파리의 보헤미안들과 어울리는 것을 심히 걱정했다. 결국 그녀는 베를렌느를 서둘러 결혼시켰다. 그렇다고 그가 시를 포기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