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저주 받은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는 죽어서도 그 시신이 장사되지도 못하고 묫자리를 얻지도 못한 채 유기되었다. 섭정자 크레온은 그의 시신을 장사하는 이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엄포하였지만, 그대로 시신이 썩고 들짐승의 밥이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는 홀로 장례를 치르다가 결국 체포되고 만다. 인간의 법을 거슬러 목숨을 잃을지언정 신이 인간에게 내린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친족의 시체가 땅에 묻히지 못하고 썩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고 안티고네는 심판장에서 말한다. 이처럼 미학에서는 아버지의 영원한 적수 아이콘인 오이디푸스를 법의 테두리 안에 들지 못한 처연한 존재, 아무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 않아 유기되어버리는 존재, 짐승만도 못한 미천한 존재의 아이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신이 땅에 묻히지 못해 묫자리를 얻지 못하면, 남은 자들은 애도할 장소를 얻지 못하게 된다. 오이디푸스의 시신을 유기해 버리라는 크레온의 명령은 남은 자들로 하여금 그의 죽음을 슬퍼해서도 애도해서도 안된다고 하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었다. 안티고네가 목숨을 걸고 장사를 치렀던 것은 죽음을 애도할 권리를
“대학을 졸업하면 뭐해요? 갈 곳이 없는 걸요.” “도대체, 얼마를 더 준비해야 할지, 이제는 포기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청년의 말이다. 방송매체를 통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는 급기야 해외취업이라는 방안을 내놓기까지 그야말로 위험수위에 다다른 건 사실이다. 우리의 청년들이 내 나라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그 옛날 유목민들처럼 먹잇감을 찾아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주해 가야한단 말인가. 이미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로 들어온 숱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 또한 제나라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먼 이국땅까지 왔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고향에 두고 오직 먹잇감을 찾아, 그들의 꿈을 찾아서 말이다. ‘지구촌 사회’ 운운하며 세상 사람들이 한데 섞여 각자의 정보를 주고받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떠나 먼 나라로 순전히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가슴이 짠해지는 건 사실이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옮겨 다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7일 개성공단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10일부터 시작되는 북한근로자의 3월분 임금 지급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남과 북은 당국차원에서 개성공단 북한근로자의 임금인상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지난해 11월 개성공단 북한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5%)을 폐지한 이후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3월분 임금인상 지침을 통보하는 등 임금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지급되는 3월분 임금 지급일에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측에 북측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공식 통보하는 등 북측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은 2013년 개성공단의 장기가동중단사태와 같은 우려가 다시 재발될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우려감은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이익보장여부와 직결되는 당면해결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 대책
날씨가 심술을 부리지만 벚꽃이 피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가 보다. 경기 인천 서울 중부지방 어딜 가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가로변에도 아파트에도 먼 산에도, 벌써 ‘벚꽃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벚꽃 피는 명소와 축제의 현장엔 상춘객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곳엔 으레 불청객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얼마 전 ‘벚꽃놀이 꼴불견 베스트 5’라는 글이 SNS에 올라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돼서다. 다섯 가지 꼴불견은 다음과 같다. 애정 표현족, 터치족, 쓰레기족, 소리족, 셀카족. 그중 1위는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며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스킨십을 일삼는 표현족 부류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이 함부로 꽃을 꺾고 심지어 꺾은 벚꽃가지를 들고 기념 촬영까지 하는 터치족들이었다고 한다. 3번째는 소리족, 다름 아닌 음주 고성방가꾼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아직도 ‘꽃보다 기분’을 즐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된다고 하니 찝찝하다. 벚꽃이 제철인 요즘만 되면 연중행사처럼 등장하는 찝찝한 사항이 한 가지 더 있다. 벚꽃이 자기네 토종 식물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원산지
애인 /황상순 사무실 10층 옥상에선 가끔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오늘 아침에 본 민들레만 해도 그렇다 어라, 저 째깐한 것이 어떻게 여기 와서 꽃을 피웠누 두껍게 방수 공사를 한 바닥 틈새 사이로 배시시 얼굴을 내민 민들레꽃 발붙일 곳이 그렇게 마땅치 않았는가 그의 눈에는 아마도 여기가 동네 뒷산이나 봉긋한 땅덩이로 보인 모양이다 담배를 피우러 오르내리는 인총들이 나비쯤으로 보였는갑다 그래, 이제 어쩔 것인가 여기서 식솔을 키우고 뼈를 묻을 것인가 마침 볕 좋고 바람도 선들거린다만 곧 여름 오고 겨울이면 시베리아 벌판인데 어쩌랴, 내가 방 얻어 첩을 둘 재력가도 아니고 그냥 자주 들를게. - 2015 〈시터〉동인지 창간호 따듯한 시선에 가슴 뭉클하면서 웃음이 난다. 가끔 베란다 문틈이나 로데오거리 보도블록 틈에 핀 풀꽃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문을 여닫는 곳이거나 사람들 구둣발자국이 빈번한 곳에 핀 째깐한 것들, 오가는 무리들이 아름다운 나비떼인 줄 아는 꽃, 대책 없이 순진한 꽃을 보며 봄 가고, 여름가고, 살기 힘들 때를 염려한다. 늘어날 식솔들을 걱정하고 무덤자리까지 걱정한다. 시인은 이미 애착이 깊어진 풀꽃에게 힘내라고, 자
또 누리과정이다. 국민들도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이럴 거면 뭣하러 했나 싶다. 경기 인천 서울의 수도권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또 모였다.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이재정 이청연 조희연 등 세 명의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시·도교육청에 강제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최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목적예비비 5천64억원과 정부보증 지방채(교부금 지방채) 8천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은 지방교육재정의 악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전체 소요액 5천670억원의 49.6%만 지원받게 돼 2천814억원이 모자라게 된다. 충당할 방법이 전혀 없어 어린이집 예산지원을 당장에 중단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은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으로 유치원, 어린이집 각 4.53개월분(138일분)밖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달이 지나도록 대책이 없다면 무상급식을 중단한 경남의 학부모들이 길거리에 나서듯이 유치원 어린이집 학부모들도 피켓을 들고 나설 판이다. 각 시도교육청 별로 자칫하면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부담…
정부는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확산되자 ‘백신만 접종하면 구제역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백신을 접종한 돼지들에게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농장주와 언론이 ‘물백신’일 가능성을 제기했는데도 정부는 백신 접종 후 항체(면역체)가 생길 때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며 물백신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구제역은 계속 발생했다. 그러자 한번 접종으로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어 두세번 해야 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계표준연구소가 지금껏 사용한 백신이 구제역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제서야 정부는 물백신 논란을 인정하고 새로운 백신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으로 농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즉 매년 반복적으로 백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방법을 연구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특정 유산균 개발에 돌입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도 축산위생연구소는 그
기억은 사회화 과정의 산물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고 말과 글을 통해 이해된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영유아기의 기억이 거의 없는 것이다. 단순히 뇌의 성장상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라는 일직선적인 관계망에 그치기에 그 기억은 단선적일 수밖에 없어 기억에서 사라지기 쉬운 것이다. 이후 엄마 이외의 존재인 아빠를 비롯한 가족과의 소통, 좀 더 커서는 또래 친구들이나 이웃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기억은 섬세해진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맺음을 통해 각인된 기억들은 단순히 개인의 기억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집단기억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기도 한다. 오로지 개인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형태와 의미로 소속 집단에 유사한 방식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특히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의무적으로 소속된 공동체에서의 기억은 평생을 잊지 않을 정도로 집단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유년시절 학교의 같은 반에서 벌어진 일들이나 청년시절 군대에서의 기억들은 직접 상황을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한 경우가 많다. 집단 기억은 특정한 장소를 통해서 구체적 발현하며 시간과의 결속을 통해 실재화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
우리나라 교육은 워낙 미사여구를 좋아해서 표어로 설정해보지 않은 주제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한때 여러 학교에서 교문에 ‘가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교실!’이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누가 간절한 마음으로 써 붙인 걸 보고 ‘저게 좋겠다!’ 싶어 그걸 구체적 지표(指標)로 삼지도 않으면서 너도나도 그렇게 해서 낯간지러운 유행이 됐을 것이다. 의미로는 멋지고 옳다. 학생들이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 좋으면 얼른 가고 싶고, 아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겠는가. 그건 꿈같은 얘기지만, 우리 교육에 관한 논의에서 필수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학생들끼리 경쟁을 일삼게 하면 어쩔 수 없이 서로 겨루게 되니까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좀 편한 면이 있을지 몰라도 정작 학생들이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쟁을 즐기는 경우는 몇몇 선두주자, 그중에서도 도전의식이 특히 강한 극소수의 학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것이, 지금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보다 “이것을 알아두어야 남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장차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잘 살아갈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재앙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담수의 부족이다. 최근 유엔은 담수 소비량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5년경에는 27억의 인구가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대략 12억명에 달하는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더러운 물을 마시고, 25억명 가량은 제대로 된 화장실이나 하수 시설 없이 생활한다. 또한 해마다 500만 명 정도가 콜레라나 이질 같은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약 13억 8천5백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바닷물이 97% 인 13억 5천만㎦이고 나머지 3%인 3천5백만㎦이 담수로 존재한다. 담수 중 69% 정도인 2천4백만㎦은 빙산, 빙하 형태이고 지하수는 29%인 1천만㎦정도이며 나머지 2%인 1백만㎦가 민물 호수나 강, 하천 늪, 등의 지표수와 대기층에 있다. 2%의 사용 가능한 물 가운데 21% 정도가 아시아에, 26% 정도가 미국, 캐나다 등의 북 미에, 28% 정도가 아프리카에 있으며 나머지 25%의 물은 이 3대주를 제외한 곳에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지구의 물 공급량은 한 해 9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