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를 ‘협동조합의 시대’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정책이 제도화되고 있고, 또 이에 다양한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나아가 협동조합과 연계된 시민운동과 학술연구 역시 최근 급속히 활성화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의 협동조합을 위한 운동과 정책이 조합원민주주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설정하고 있어 협동조합의 조직운영에 관한 특수성이 하나의 이념 형태로 강조되고 있는데, 이 또한 중요한 인식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의사결정 원리가 갖는 비교우위에 집중하다 보면, 의도와는 달리 상이한 성격의 조직운영 원리를 보이는 주체와 협동조합 간의 관계성에 관한 논의에는 인색해질 수 있다. 여기서는 지금 우리사회의 협동조합 운동과 정책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협동조합의 다음과 같은 여타 주체와의 관계, 즉 네트워크의 측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협동조합의 공공기관 및 영리기업과의 관계다. 의료 및 노인요양 등의 사회복지 분야에서 민간이 서비스 제공 주체인 경우에는 반드시 공공기관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 같은 협동조합의 공공기관과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공적부문이 보조금 조성 및 세제혜택, 그리고…
李太白(이태백) 詩(시)에 세상 만물은 잠깐 머물렀다 가는 여관이며 세월이란 것은 그 여관에서 잠시 묵고 가는 나그네라 했다. 말을 타고 달리며 틈새를 엿보는 것 같고, 낮과 밤이 두개의 세계로 엇갈려 눈 깜짝할 사이에 오고 가는 것 같으며, 스스로 잘났다고 사람들 앞에서 몇십년 동안 말을 늘어놓고 천년, 백년 살 것 같던 사람도 연잎 위에 고인 물방처럼 허망하게 굴러 떨어지고 만다. 光陰(광음)이 화살처럼 오가는 이 마당에서 죽고 사는 것이 어지러운 일이고 오만 가지가 복잡하기만 하다. 莊子(장자)도 인생은 백마 타고 문틈을 지나가는 것만큼 짧다(人生白駒過隙) 하지 않았던가. 고전에도 세월은 빨라서 잠깐 갔다가 잠깐 왔다가 하는 판이요, 혼돈한 만물도 살았는가 싶으면 금시 죽는 것이 질서다(光陰 去 來局 混沌方生方死序)라 했다. 壽道人(수도인)의 詩(시)에는 구부러진 이 허리는 힘들게 세월을 잠깐 빌렸다 가는 몸이요(瘠骨 借歲月), 두 내 눈동자는 밤마다 잠깐 빌려서 켜는 등불에 불과하도다(雙眸夜夜此燈開). 세상의 모든 이치가 결국 서로가 잠깐 빌렸다가 가는 것인데(世間萬里皆相借), 휘영청 뜬 달 역시 태양빛을 잠깐 빌려 높이 떠서 달빛을 비추고 있구나(明
요즈음은 어디에서건 중국인 관광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모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약 400만명으로 외국인 입국자의 3분의 1 이상이며, 씀씀이도 외국인 중 1위로 7조원에 가까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 한다. 우리에게는 빈객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37%가 우리나라에서 무시를 당하였다고 느꼈다 한다. 우리경제에 큰 도움을 주는 이들을 푸대접하면, 언제 반한감정이 폭발하여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 중국 관중들은 우리 팀에게는 야유를 보내고, 무조건 우리의 상대 팀을 응원하였다. 심지어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본과 우리의 야구 경기에서도 일방적으로 일본을 응원하여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표면적 이유로는 티베트 사태에 대한 우리의 비판적인 여론, 성화 봉송을 방해한 서울의 데모, 동북공정에 대한 항의, 사천성 지진 때 일부 네티즌들이 ‘천벌을 받았다’는 등으로 중국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다. 결정적으로, 모 방송이 국제관례를 깨고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보도하여 한껏 부푼 김을 새게 만들
3년 전인가. 후배의 연락을 받고 개업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수원에서 목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영통지역 중심가에 커피숍을 겸한 빵집을 차렸다고 해서다. 그날 후배 얼굴을 잠시 본 후 열흘 뒤 모임에서 다시 만났다. 모 은행지점 중견간부였던 그가 자영업을 하는 것이 궁금해 이것저것 물었다. 그것도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생 브랜드를 택해서였다. 후배의 대답은 간단했다. 조직 내에서 자꾸 밀리는 위상을 명퇴로 보상받고 노후를 준비하는 첫 단계로 시작했으며, 신생 브랜드를 선택한 것은 기존 업체보다 매우 좋은 조건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꽤나 많은 자금을 투자했지만 돈값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그동안 모임에도 나오지 않아 ‘바쁜가보다’ 했던 후배를 얼마 전에 만났다. ‘잘 되냐’는 나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넘긴 지 좀 됐다’고 했다. 폐업을 안 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엄청 손해를 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하소연도 했다. 결정부터 성급했다는 게 그의 서두였다. 나만 열심히 하면 최소한 월급은 가져가겠지. 그래서 임대료도 높고 권리금도 비쌌지만 상관하지 않았고
명예(名譽)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 지난 10일 수원에서 ‘명예’에 걸맞는 행사가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최동호 수원시 인문학 위원장의 ‘수원중학교 명예 졸업장 수여식’이 바로 그것이다. 수원시 남창동 출신인 최 시인은 1960년 수원중학교에 입학, 이듬해 선친의 직장관계로 전학을 간다. 입학 후 54년. 수원중학교를 떠난 지 53년 만에 정말 ‘명예’로운 ‘명예졸업장’을 받은 것. 다시 돌아오기까지 53년. 고향을 떠나 4년여 세월을 돌아 다시 귀향하는 연어보다 무려 13배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시인에게는 귀한 졸업장이었을 게다. 명예졸업장을 받는 순간 파르르 떨린 시인의 눈에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간직했던 모교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시인은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돌면서 내면의 결을 쌓고 영혼의 깊이를 더해 대한민국 문단의 큰 별이 됐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강단을 떠날 때까지 시와 평론분야에서 일
신분당선은 현재 서울 강남에서 성남 분당까지 단 16분 만에 이어주고 있어 분당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선이다. 아직 강남역에서 분당 정자역까지만 개통돼 있지만 정자역에서 용인 수지구를 거쳐 광교신도시 중심부로 가는 남측 연장선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이며 아울러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광교신도시에서 수원 호매실까지 가는 노선도 설계되고 있다. 호매실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더 연결시킨다면 화성 송산을 출발해 화성시청을 경유, 충남 홍성을 종착역으로 건설예정인 서해선 복선전철과 닿게 된다. 신분당선의 북측연장선도 건설할 계획이 있다는데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강남∼용산’ 안이 있고, 서울시에서 주장하는 ‘강남∼광화문∼은평뉴타운∼삼송’ 안이 있다. 두 안 모두 장점이 있어 두 노선 모두 만들면 좋겠다. 그중 삼송역 노선 안은 은평뉴타운과 일산 주민들의 도심 접근성이 보다 편리해진다는 점에서 경기도민들의 관심을 끈다. 서울시의 주장에 이어 고양시도 경기 서북부인 고양시까지 구간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고양시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당위성을 찾
고층건물이 생겨난 이래 승강기는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수직교통 편의시설로 각광 받아오고 있다. 승강기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이동수단이지만, 동시에 안전사고와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사고 등이 끊이질 않고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승강기 오작동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과도한 전력사용으로 정전사고가 발생해 비상등이 꺼지고, 승강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갇혀 고립되는 안전사고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1년 9월15일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정전사태가 발생해 전국의 수많은 승강기가 작동을 멈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승강기에 갇힌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신속한 구출을 위해서 지난해 ‘승강기 시설 안전관리법’을 개정하고, ‘승강기검사기준’을 고시해 승강기 비상조명장치 및 비상통화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비상통화장치’란 정전, 고장 등으로 승강기에 갇힌 승객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설치된 일종의 통화 장치다. 비상통화장치는 일반적으로 시설물 관리자가 상주하는 관리실, 전기실, 방재실 등
얼마 전 단식을 했습니다. 7일간 단식을 했으니 준비와 보식 기간을 더하면 두 주 정도를 한 것이지요. 대학원 시절, 후배와 함께 철원 한탄강 변에서 무작정 단식을 한 경험이 있어서 호기심이나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들어갔고, 또 잘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서 진행한 까닭인지, 배고픔도 잘 참을 수 있었습니다. 정작 힘든 것은 무료함이었습니다. 먹는 일을 중단한다는 것이 하루의 시간을 얼마나 연장하는 것인지 시간에 대한 관념이 정지된 것 같았습니다. 풍욕과 냉온욕을 번갈아 하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몸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동안 몸과 음식에 대하여 얼마나 무지했는지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무엇을 먹는지’가 자신의 몸을 규정한다는 것, ‘먹는 것’이 곧 자신의 존재라는 것을 머리로만 느껴오다가 비로서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을 비우고 깨끗하게 하니 마음도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 몸과 마음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독일의 여성 신학자 도로테 죌레는 단식을 &
미국은 과거 2주 이하 단위로 급여를 받으면 노동자, 월 단위로 받으면 중산층, 투자 등 수익으로 급여를 받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그룹은 귀족층으로 구분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가 하면 대학학위를 기준으로 노동자그룹과 중산층을 구분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 내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은 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숫자적인 소득과 재산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이 얼마나 뚜렷한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이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하며 부정과 부패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중산층에 속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더욱 감성적이면서도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는 중산층 기준을 정하고 있다. 우선 살아가면서 외국어 하나 정도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중산층에 낄 수 있다고 한다. 또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쯤은 필수며, 남들과 비교해서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밖에 공분에 의해 의연히 참여할 것과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에 꾸준할 것 등도 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빚이 산더미처럼 쌓인 공기업들이 직원 복지비로 수천억원을 펑펑 써댄다. 자녀들 학자금에서부터 경조금까지 지난 5년 간 직원에게 지급한 복지비용은 모두 3천174억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9일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에서 밝혀졌는데 LH, 한전 등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지급한 보육비, 학자금, 경조금, 휴직급여, 의료비 등 4대 복지비용이었다. 어느 공기업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녀의 학비로 대줬다. 이쯤 되면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 할 만하다. 상당수 공기업들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 하면서 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자녀 학자금과 복지비 말고도 가스공사는 직원 본인과 가족에게 100만원 한도에서 틀니와 임플란트 등 치과 치료비를 대준다. 시험관 아기 시술비 등 200만∼300만원 한도의 난임 극복 시술비도 지급한다. 직원 1인당 평균 101만9천원의 의료비를 지급한 LH는 직원과 직원 가족에게 3대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병에는 재직 중 2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