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아버지가 가장 쓸쓸해 보일 때가 언제였는지 물어 본 적이 있다. 그 때 한 학생이 “늦은 저녁 퇴근하셔서 혼자 식사하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아버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마음 깊은 아들, 딸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 한 자락이 찌릿해졌다. 늘 그 자리 지키며 가정을 꾸려나가는 내 아버지의 소중함을 나는 놓치고 살았었다. 가정의 울타리에 항상 파수꾼처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여야 한다는 듯 의무감으로 무장된 아버지의 앞모습만 바라볼 줄 알았던 그 철없음이 한없이 부끄러웠던 순간이 있다. 10년 전 오랜 지병으로 아버지 세상을 떠나시던 날, 허겁지겁 병실에 남은 짐 정리를 하다 병상 밑에 우두커니 웅크리고 있던 아버지의 낡은 구두를 발견했다. 마치 삶에 지친, 이제 그만 그 부담을 놓아버리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처럼 지친 구두 한 켤레. 그 구두 삐뚜름하게 낡은 밑창이 비수처럼 꽂혀왔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도 아버지이기 전에 나약한 한 사람의 인간이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 지난날의 후회가 눈물
출판기념회가 쏟아진다. 가족과 친지에 지지자들부터 눈도장을 찍기 위한 걸음들까지 세상이 분주하다. 바야흐로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도지사는 물론 시장과 군수, 지방의원들에 교육감까지 일제히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만큼이나 사람들도 바쁘다. 창과 창이 부딪히고, 공세의 칼날이 난무한다. 기존 단체장 등의 치적홍보도 부쩍 늘었고, 지방의원들의 경쟁적인 동네 훑기는 불꽃이 튀긴다. 이쯤 되면 전국이 선거판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들었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다. 그러나 아직도 제대로 된 ‘게임의 룰’조차 정해지지 않았는가 하면, ‘공천제’를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미래라지만 ‘예측가능’으로 국민의 안위를 도모하는 ‘정치(政治)’의 본래 의미는 흔적도 찾기 어렵다. 그 혼돈의 카오스가 돼 버린 상황에서 돋보이는 이름은 단연 ‘김문수’다. 김문수가 누구던가. 압도적 지지율과 검증된 지도관, 주요 정책의 연이은 성공으로 사실상 ‘3선’이 보장된 사상 최초의 ‘재선 경기도지사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담배회사들은 담배소송에 있어서만큼은 불패의 신화를 써왔다. 1954년 최초의 유해소송이 제기된 후 3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야기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된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수십 종의 발암물질과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담배회사들이 패소와 흡연자들의 승소가 이어졌다. 1997년 미국 대법원은 담배피해 환자의 편에 서서 ‘담배회사는 50개 주정부에 25년간 2천60억 달러를 물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에서 변호사들이 받은 수임료와 승소사례비만 81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2000년 플로리다주의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 유해성에 대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법원은 1천450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소송은 ‘윌리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20살 때 한국에서 군복무를 하며 담배를 처음 피웠다는 제시 윌리엄스라는 미국인이 67세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하자 그의 유족은 1997년 필립 모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소송은…
전 국민의 65%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상 층간소음문제는 끊을 수 없는 악연처럼 이어지고 있다. 한 건물을 다 같이 공유하며 지내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던 소음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민의 88%가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중 54%가 다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과 문제는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소리’가 70.4%를 차지했고, 그 외 급·배수, 개 짖는 소리나 악기, 언쟁 소리로 집계됐다.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는다. 이웃 간 언성이 높아지면 불편하니 우선 참을 만큼 참다, 경비실에 도움을 청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만, 몇몇 배려심 없는 사람들로 인해 불화가 생기고, 심할 경우 폭력과 살인이란 극단적인 경우까지 발생하게 되니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층간소음이란 주택법 제44조 제1항 및 주택법 시행령 제57조 제1항 제21호에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아이들이 뛰는 소리, 문 닫는 소리, 애완견이 짖는 소리,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세탁기·청소기·운동기
잠시 진실을 감추고 남을 속이는 것이 자기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이 생길지 알 수 없으나 차츰 주변으로부터 신뢰가 무너져 나중에는 자멸의 길을 가게 된다. 茶山(다산)은 세상에 속일게 하나 있는데(唯有一物可欺), 그것은 입이라고 하였다(卽自己口吻). 입이란 인간의 욕망을 집어넣은 문이다. 입에 맞는 것만 먹고 싶어 하고 입이 당기는 것만 먹으면 결국 육체는 병들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계속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먹더라도 입에는 진수성찬이 들어가는 것처럼 속이고 물을 마시면서도 달디 단 꿀물이라고 속일 수 있다면 입을 통한 인간의 욕망을 자제할 수가 있으리라는 다산의 가르침이다. 채근담에는 입맛에 맞는 음식은 전부 창자를 녹이고 뼈를 썩히는 독약이니(爽口之味皆爛腸腐骨之藥), 반쯤 먹어야 재앙이 없고(五分便無殃), 마음에 유쾌한 일은 전부 몸을 망치고 덕을 해치는 매개물이니(快心之事悉敗身喪德之媒), 반쯤 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五分便無悔)라고 하였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22일 오전 조병돈 이천시장과 시민의 대화가 열린 이천시 설성면주민자치학습센터. 200여명의 시민들로 가득 찬 가운데 5척 단구의 조 시장이 시민들과 마주 앉았다.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딱딱하던 기존 시민과의 대화에서 탈피, 색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간단한 다과상이 차려진 테이블엔 빨간 장미꽃, 안개꽃이 담긴 꽃병 30여개가 놓여 있었다. 빨간 장미꽃 사이로 시정 청사진을 제시하는 풀뿌리 수장, 그리고 이를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이천시민들. 시장은 그동안 시정감시와 견제역할, 그리고 국·도비를 따내는 데 일조한 시·도의원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고, 시민들은 지난 한해 동안 시 발전에 불철주야 애쓴 시장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한 참석자의 제안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규격에 맞지 않는 과속방지턱이 너무 많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한 시민이 과속방지턱 설치 규정까지 제시하며 조목조목 지적하자, 조 시장은 “연구를 많이 하셨네요. 발언하신 분께서 건설과장을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조크를 던져 행사장은 이내 웃음바다로 변했다. 그러면서 시민 입장에서 해당 부서장에게 요모조모 따
우리나라 서민금융 지원체계는 사업주체의 다기화 및 정보공유 부재로 인해 ‘서민금융’의 개념부터 제공주체, 지원대상의 신용도 및 소득, 지원목적 등에 따라 상이하며, 동일인에 대한 중복지원 발생 가능성, 유사 성격의 사업에 대한 과다 지원이나 필요사업에 대한 과소지원과 같은 자원배분의 불공정성 문제를 안고 있다. 또 일반 금융기관은 대체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계층에 대출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어, 저신용계층에 대한 신용공여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NGO형 비영리 서민금융기관, 사회복지제도 차원에서 제공되는 서민금융은 저신용층 또는 저소득층의 생계형 창업, 자활 및 생계비 지원, 빈곤층 구제에는 일부 기여하고 있으나, 일시적 정책금융 지원에 그치고 있어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필요한 서민금융의 본질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 하고 있고, 또 민간단체의 서민금융은 신용도를 고려하지 않는 대신 대출 시 사업성에 입각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높은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서민금융의 한국적 상황 및 특수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 기조 및 대응을 제시할 수…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1925년 아동문학가 한정동의 시에 작곡가 윤극영이 곡을 붙인 ‘따오기’라는 동요다. 당시 일제가 ‘조선인의 애환’이라며 노래를 금지해 해방 후에나 자유롭게 불렀고 지금도 애창되고 있다. 따오기는 겨울철새로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 일본에 광범위하게 서식했다. 그러나 과도한 농약 사용과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자취를 감춰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판문점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뒤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은 1978년 산시성(陝西省) 양시엔(陽縣)에서 극적으로 따오기 7마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국가 차원의 복원작업을 시작했다. 1989년엔 세계 최초로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현재 방사된 것을 포함해 1천5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제198호)인 따오기가 우리나라에 돌아온 것은 2008년 10월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계기가 됐고, 비록 중국으로부터 기증 받은 한 쌍이었지만 32년
지난해 말 경기도교육청이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유치원 취학 수요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평균 공립유치원 정원은 수요보다 10만119명이 부족하고, 사립유치원 정원은 수요보다 4만4천452명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공립유치원 수요는 2014년 33.1%, 2015년 40.4%, 2016년 45.5%로 해마다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 신·증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2008∼2010년생)의 경우 5만2천964명이나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공립유치원의 경우 부족현상이 심해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기준 도내 유치원과 원생 수는 2천92곳, 18만2천231명으로 올해 공립유치원 12곳 90학급을 신설해도 정원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 공립유치원을 신·증설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본보 1월20일자 22면) 경기도교육청이 거주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에 공립유치원 학급을 늘린 것이다. 수원 매산초와 세류초의 병설유치원이 그곳이다. 매산초와 세류초의 병설유치원은 각각 7학급씩 93명과 134명으
농산물의 직거래장터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와 추억 속에 정착되어 가야한다. 빠르게 도시화되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확장되어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항상 ‘을’의 입장에서 최상품의 농산물을 저가에 신속하게 공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소규모 영세 농가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농협은 도시의 도로나 공터를 이용하여 매주 금요장터를 수십 년 동안 개장해 왔다. 읍·면·동 단위에는 단위농협이 있어 이들이 농협구판장을 운영하다보니 금요장터 같은 일시적인 농산물직거래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설날을 맞아 오는 28일과 29일 지역본부 주차장에서 ‘설맞이 농축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장한다. 과일·축산물·인삼 등의 농축산물 선물코너와 제수용품 코너 등을 운영한다. 모든 코너에서 양질의 우리 농산물을 20%씩 할인해서 판매를 실시하게 된다. 금요장터를 찾은 고객을 위해 선착순 300명에게 경기미로 만든 떡국떡을 무료로 증정한다. 구매고객 중 25명을 추첨해서 농촌사랑상품권(최대 5만원)을 증정하는 등 각종 이벤트도 실시할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