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영어하면 성문, 수학하면 정석하던 시절이 있었다. 꿈에 그리던 명문대 입학과 고성적을 보장하는 수험생들의 바이블로 불린 그 두꺼운 책들과 씨름하던 학창시절에도 성문이건 정석이건 출발은 바로 시리즈의 맨 앞에 오던 ‘기본’에서 시작했다. 이해가 얼마나 어렵던지 며칠 만에 내팽개치고 다시 기초부터 시작하던 사람들도 부지기수였지만 중3, 고1부터 고3 끝나는 순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문과 정석 시리즈의 ‘기본’은 소위 ‘베스트프렌드’였다. 뜬금없는 기초와 기본 얘기는 연일 기세를 떨치는 폭염과 사상 최장의 열대야 속에 에어컨조차 제대로 켜지 못하는 이 여름을 보내는 내내 화두가 됐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전력경보 속에 장관이 직접 대국민담화로 절전을 호소하던 그 3일의 악몽이 숨을 돌릴 새도 없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전력위기는 바로 기본이 문제였다. 조작된 시험성적서에 각종 부조리가 맞물린 ‘비리종합세트’로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대정전’의 악몽이라는 또 다른 단면은 아무리 참고 이해하려 해도 단단히 맺힌 분통이 쉽사리 풀리지 않
최근 막사발 작가로 유명한 도예가로서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 위원장 김용문씨가 고향인 오산시를 떠났다. 아예 주민등록 주소지까지 옮겨버렸으니 아주 경기도를 떠난 것이다. 그가 간 곳은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다. 완주군은 전주시를 감싸고 있는 인구 9만도 채 되지 않는 곳이다. 김 작가는 주지하다시피 막사발의 장인으로 현재 터키 하제테페 국립대학 교수이자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 위원장이다. 매년 세계 유수 도자작가들과 함께 가마 쟁임과 장작불을 지피며 문화예술 나눔의 장을 열고 있다. 그런 김 작가가 지난해 태어나고 자란 오산시를 등지고 완주로 이전해 세계 막사발 축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용문 작가는 왜 경기도를 떠나 낯선 곳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그의 작품 활동과, 필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 전통 막사발의 세계화를 위한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의 지속적인 개최를 위한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경기도에서는 그의 이런 포부를 잘 알아주지 않았다. 물론 외면만 한 것은 아니다. 고향 오산시에서는 작으나마 예산을 마련해 행사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행사를 치를 때마다 그의 빚은 늘어났다. 세계 10여 개국에서 온 작가들과 함께 행사를 운영해 나
최근 초등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연수의 개강식에서 인사말을 한 적이 있다. 온종일 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대부분의 선생님이 손을 들 것으로 기대하면서 “매일 학급 아이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불러주는 선생님 계시나요?”라고 물어 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100여명 중 손을 드는 선생님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쑥스러워 손들지 못한 선생님도 있었겠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선생님이 흔치 않음을 부인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했다. 아무리 아름답고 고귀한 꽃이라 하더라도 내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그냥 그 많은 꽃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학생을 전체가 아닌 개인적으로 인정하고 주체와 주체로 만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사실 학생을 객체로 또는 전체 학생으로만 인식할 때가 많다.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은 학생 한명
새누리당이 내놓은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사용량 절약은 유도하지 못하면서 저소득층 부담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것은 좋으나, 항상 오르는 추세인 연료비를 요금에 연동하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200~600㎾h 구간을 단일요금으로 하면, 가정용 소비전력으로는 상당히 많은 양인 600㎾h까지 전기를 쓰는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요금 부담을 줄여주면서 전기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개편 취지를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셈이다. 더 큰 비판은 왜 항상 가정용 전기요금만 먼저 문제 삼느냐는 점이다. 전체 전력 가운데 가정에서 쓰는 전력 비율은 15~20%에 불과하다. 사리로 따지면, 절반이 넘는 50~60%를 사용하는 산업용 요금 개편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가정용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 더구나 산업용은 가정용 요금의 절반 이하 혜택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가정용을 개편한 다음에 산업용을 손질하겠다고 밝혔으나, 순서가 뒤집혔기 때문에 비판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전기 절약도 가정 먼저, 요금 개편도 가정용 먼저이니 쌓인 불만이 터져
“어이 고 의원!” “골치 아픈 일이 있는데 좀 도와줘야겠네.” 평소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어르신이었다. 그분의 아드님이 통장 일을 보고 있는 동네에 여성전용 쉼터가 있는데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들이 통장 일을 보고 있으면서도 어머니가 매일 마실 다니는 곳인데 아무런 도움도 없다며 불평불만이 대단하다고 한다. 각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고 운영비, 난방비 등 지원을 받고 있지만 무인가 시설의 경우 전혀 지원이 없는 사각지대가 많은 실정이다. 어르신과 함께 방문한 그곳은 출입구부터 연탄가스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겨우 연탄난로에 의지한 채 추운 겨울을 지낸 터였다. 연통사이로 연탄가스 부유물이 노랗게 뭉쳐있고 방안에는 가스 탓인지 벽지가 다 들떠 있었다. 바닥은 꺼진 상태이고 천장도 온전치 않은 듯 했다. 이곳은 20여년 동안 할머니들 쉼터로 이용되는 곳이다. 어르신들의 특성상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도 거의 매일 찾아오셔서 벗들과 담소도 나누고 여가를 보내는 곳이다. 당장 ‘좋은 이웃들’ 센터로 연락을 취하고 바로 현장 조사를 통해 현장 파악과 확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내일로 마무리 된다. 어제 열리기로 돼 있었던 3차 청문회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증인으로 세우는 데 여야가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국기문란의 진실을 제대로 추궁도 못해보고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대의기구가 왜 존재해야 하느냐는 혹평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은 분명하다. 국내정치 개입이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된 정보기관이 실제로 대선에 얼마만큼 개입했느냐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개입 과정이 어떻게 해서 드러나게 됐느냐는 부차적인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음지에서 소임을 다 해야 할 국정원이 정치와 선거에 단 한 차례라도 개입한 사실이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더구나 이들의 불법 행위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는 정치세력이 포착됐으니, 그 진위도 반드시 밝혀냈어야 한다. 이번 국정조사 과정 전반을 돌이켜볼 때 새누리당은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야당과 약속했던 국정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특위 구성 과정에서는 특정 의원을 제외하는 문
해외관광객 1천만명 시대를 맞아 의료 관광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 관광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일반 관광객보다 100만원 이상 더 쓰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도에 의료관광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의료법 개정을 통해 해외환자의 국내병원 유치활동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관리하기 위한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관리하기 위해 진료서비스 지원과 관광지원, 그리고 의료관광 상담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대외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이다. 국제화되어가는 의료 환경에 대응, 종합병원, 여행사, 의료관광에이전시에서 활동할 수 있고 프리랜서로도 활동이 가능한 직업이다. 의료관광산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이 가능한 유망직종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의료관광 부문을 주목하고 있으며 의료기술 한류(韓流)가 일어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오는 9월 28일 첫 시행하는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시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에서는 대대적인 절전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력부족의 문제는 정부와 공공기관 종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주지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전기에너지는 우리에게 사용하기 편하고 값싼, 이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이번과 같은 전력위기가 우리나라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70년대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오일쇼크 때 ‘한집 한등 끄기’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고, 1990년대 초반에도 전력위기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금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전기는 정말 아껴 써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전기는 싸고 편리하다는 장점으로 기존의 가스나 다른 연료의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하절기 전력피크 발생은 어쩌면 필연적 결과다. 2011년 9월에 발생했던 대규모 순환정전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에 발생한 순환정전으로 피해를 본 가구가 700만 호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 만큼 험한 고개라고 하여 그렇게 불렀고, 억새가 우거져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 ‘새재’. 우리나라 대표 새재 중 하나인 문경(聞慶)새재는 조선 태종 14년인 1414년 개통된 관도 벼슬길이다. 그리고 영남지방과 기호지방을 잇는 영남대로 중 가장 유명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초점(草岾)으로, <동국여지승람>에는 조령(鳥嶺)으로 기록된 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영남도로에서 한강유역권인 충청도와 낙동강유역권인 경상도를 가르는, 백두대간을 넘는 주도로 역할을 하면서 영주 죽령, 영동 추풍령과 함께 ‘3대 고갯길’로 대표됐다. 길의 역사를 보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고구려, 신라, 백제의 세력이 북진과 남진을 되풀이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신라가 북쪽으로 나가려고 새재 사이에서 가장 낮은 고개인 계립령(鷄立嶺), 즉 하늘재를 개척한 것이 154년이었다. 죽령보다 2년 먼저 개척한 하늘재는 조령관에서 동북쪽으로 4㎞ 떨어진 곳에 있다. 문경새재는 경상도의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중요한 통로였고 영남과 충남을 연결하는 관문이었던 제1관문 주흘관에서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의
간혹 식당이나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흡연자들을 볼 때 측은지심이 생길 때가 있다. 구석진 곳에 쪼그리고 앉아 흡연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흡연은 주로 남성들의 기호식품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흡연율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흡연의 유해성을 홍보하고 금연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요즘 흡연자들은 오갈 데가 없다. 내 집 아파트 발코니나 화장실에서조차도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 얼마 전 아파트 내 담배연기로 인해 시비가 붙어 폭행까지 이어졌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씁쓸함과 함께, 공동체 삶속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간접흡연의 심각성을 알고 금연구역 확대를 위한 제도적 방침에 따라 금연구역 확대를 위한 법 적용의 근거가 필요하게 되었다. 금년 7월 30일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하여 공공청사, 150㎡(45평) 이상 음식점, 호프집, 찻집, 주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공중이용시설에 대해 전면 금연구역을 지정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