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유학을 단행했다. 50세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포부에서였다. 막연한 목표였다. 하지만 꿈을 꾸면 닮는 다고 하듯 나는 정년이 없는 작가생활을 하고 있다. 기도가 이루어진 것 같아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에 기지개를 펴는 순간 뜻밖의 걱정이 파고든다. 머지않아 글 쓰는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두뇌나 사지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그러는 것은 아니다. AI라는 라이벌이 등장해 내 일을 빼앗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크게 걱정하지 말자며 애써 낙관론을 펼친다. 글쓰기는 매우 개인적이고 창조적인 행위로 인간의 고유 영역이다. 이 특별한 세계를 AI가 과연 온전히 장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을까? 영국의 유명한 작가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AI가 ‘자신의 스타일’을 모방해 생성한 짧은 텍스트를 읽은 후 인공지능은 여전히 영감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AI가 생성한 글은 쓰레기였다”고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았다. “내가 직접 쓴 글을 몇 자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AI가 생성한 글은 내 글일 수 없다는 것을 즉시 알아차릴…
한국영화는 이러다 망할 것이다. 영화계 안팎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이다. 지난 3월말 경 프랑스 칸 영화제의 공식 경쟁작이 발표된 후 여기저기서 문의가 이어졌다. 한국영화가 왜 한편도 포함이 되지 않았느냐, 영화제도 작품 라인업을 정할 때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느냐는 식의 질문이 뒤따랐다. 물론 영화제는 그 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올해의 키 워드, 주제, 방향을 결정한다. 그 큰 테마의 줄기에 따라 출품 경쟁작들을 선정, 배치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영화가 정치적으로, 의도적으로 이번 칸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결론은 단순하다. 영화가 안좋아서이다. 영화의 수준이 칸영화제나 베를린, 베니스 등 유럽 3대 영화제, 아카데미, 선댄스, 트라이베카 등 미 대륙 영화제의 출품 기준을 밑돌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가차없다. 못 만든 영화는 아무리 거장이 만들었다손 하더라도 픽 업 하지 않는다. 영화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낯설고 새로운 작품이다. 혁신적인 내용의 영화들이다. 세상사에 대한 고민, 인간 실존에 대한 사유가 들어 있는 작품들이 우선적으로 채택된다. 지난 2~3년간 한국영화 중에는 그런 류가 전혀 없었다고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나라들은 그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들이 허위로 초과 근무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수당을 부당수령한 사실이 무더기로 드러나 충격이다. 특히 경기도는 몇 년 전 시·도별 시간외근무수당 부정수령 환수 현황에서 전국 최다의 불명예를 안았던 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파장이 더 깊다. 공직자의 ‘근무수당 부정수령’은 국민 세금을 부정 편취한 비위라는 측면에서 비난 여지가 크다. 일벌백계로 기강을 다잡는 것은 물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도의회는 초과 근무 수당을 부당수령하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한 정책지원관 16명을 적발해 경기도에 감사를 의뢰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전체 정책지원관의 복무 기록을 조사한 결과, 총 234건의 초과 근무 수당 부당수령 사례를 발견했다. 부당수령 사실이 확인된 정책지원관들은 근로시간 외에 업무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한 뒤 도의회 청사에 마련된 체력단련실·쉼터 등을 이용하는 등 사적인 용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는 복무규정 위반에 대한 도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동안 부당수령한 수당의 환수·인사 조치 등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채호 도의회 사무처
나는 2006년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그동안 네 번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나는 빠지지 않고 참가해 권리를 행사했다. 누구를 찍어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소란을 떠는 바람에 두 번은 흔들렸고, 두 번은 소신껏 투표했다. 네명의 대통령 중 한명의 대통령은 법정에 섰고, 두명의 대통령이 탄핵 되었다. 나는 정치에는 관심 없으면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2017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경험하기 위해 탄핵 찬반 집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2025년 ‘비상계엄령’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를 관망했다. 나는 두 번에 대통령 탄핵을 경험하면서 리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 두 개의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면서 고민했던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비영리단체 리더를 자처하고 있으며, 어째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올바른 리더는 없을까. 생존의 위협을 겪으면서 비영리단체 활동에 적극적인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지만, 최고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대통령의 명예롭지 못한 결말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리더란 무엇이며 리더는 어떤 사람이여야 하는가. 어째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았다.…
바람 불어와 나뭇가지를 낭창낭창 흔들어댄다. 짙어진 녹색 나뭇잎은 기름칠한 듯 반짝인다. ‘내 나이를 새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5월 속에 있다.’는 피천득 수필가의 문장처럼 계절은 우리를 위로해 준다. 유년 시절의 일이다. 날아다니는 새가 귀여워 처마 밑에서 참새 새끼를 잡아다 새장 안에 넣고 물도 주고 아까운 싸라기도 주며 정성껏 길러보기로 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새는 새장 안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니 죽어 있었다. 새를 꺼내 마루에 놓고 손바닥으로 마루판자를 두드리며 ‘일어나라 일어나’하고 주문을 외우며 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머니는 내게 ‘그만저만 해라. 죽은 녀석 고추 만지기인 게’ 하시는 것이었다. 이 말씀은 내가 어머니에게 속담으로 처음 들었는지는 모르나 속담 1호가 되었다. 어느 교회 집사가 내게 언제부터 신앙생활을 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때 나는 나의 첫 신앙은 ‘어머니 종교’ 곧 모교(母敎)였노라고 했다. 집사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내 어머니는 가정살림에 논농사까지 경작하시며 힘들고 외롭게 사셨다. 나 또한 홀로 성장하며 기댈 곳은 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는 속담으로 내…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공단의 재정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함이 아닌,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사회 전체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흡연은 수많은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안기고 있다. 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건강보험 진료비가 연간 약 3조 8000억 원(2023년 기준)에 달하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 회사들은 담배의 유해성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담배와 관련하여 알고 있었던 위험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흡연을 조장하는 형태를 지속해 왔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014년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고자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6년이 지난 후 2020년 1심 재판부는 흡
사업주들이 미등록 체류자의 신분을 악용해 고의로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불법체류’의 약점을 이용해 체불을 일삼고, 강제 출국을 위협해 침묵을 강요하는 부조리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후진국형 고용문화를 반증하는 낯부끄러운 현상이다. 외국인에 대한 처우는 철저하게 상대적인 것이어서 재외 동포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잠시도 방치해선 안 된다. 인권 의식을 높여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지난해 임금체불 피해자 중 미등록체류자 2만 3200여 명이 1108억여 원 규모의 임금체불 피해를 입고도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한 사업주와 강제 출국 위협으로 권리 구제가 어려운 딱한 상황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 신고조차 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 속에 방치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보호와 노동의 공정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 피해자 총 28만 3212명 중 미등록체류자는 8.2%인 2만 3254명으로 집계됐다. 이주노동자의 피해 임금체불액은 전체의 5.4%인 1108억 4100만 원으로 확인됐다. 미등록체류자의 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되었다. 최종 득표율은 89.77%로 90%에 가까웠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과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볼 때 한 달여 후인 6월 3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에게 항상 꼬리표와 같이 따라붙던 논란이다. 이는 현재도, 대통령 선거일까지도 지속될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유효할 것이다. 다만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논란이 유죄 선고의 가능성에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의 가능성으로 바뀔 뿐이다. 하지만 이재명에 대한 사법 리스크 논란은 그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선출되면서 사실상 종결되었다.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의 이면에는 윤석열 검찰의 부당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남용이 존재한다. 2022년 3월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검찰은 전 조직을 동원하다시피 하여 이재명을 수사했다. 그 결과물이 소위 ‘이재명 사법 리스크’다. 하지만 이재명의 압도적인 득표율은 최소한 민주당 당원과 지지층에서는 이재명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만약 한 달여 후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