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고 무슨 일에 있어서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면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세네카) 인간이 알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자기부정과 사랑의 경지이다. 이성은 이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길을 인간에게 계시하고, 감정은 인간을 그 길로 향하게 한다. 개인의 행복을 목표로 노력하는 것은 우리 내부의 동물적인 자아를 지속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참다운 인간 생활은 동물적 자아를 부정함으로써 비로소 시작된다. (아미엘) 네 마음속의 등불이 꺼지면 어둠이 너의 길을 뒤덮을 것이다. 그 무서운 어둠을 조심하라. 그대의 마음속에서 모든 이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성의 어떠한 빛도 네 마음에서 생기는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바라문의 금언) 우리가 자기 부정이라고 하는 것은 동물적 자아에서 정신적 자아로 의식을 옮겨가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의식이 옮겨가면, 그때까지는 부정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꼭 부정인 것이 아니라, 단지 필요 없는 것으로부터 당연히 떠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내가 사는 것은 까닭이 있어 사는 것 아니다. 그저 살고 싶어 사는…
교육부가 전격적으로 발표한 취학연령 하향 조정안이 파장을 낳고 있다. 박순애 장관의 업무계획 보고 형식으로 발표된 조정안은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춘다’는 내용이다.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취학연령을 바꾸는 정책변경을 놓고 각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다. 이제 국민은 깜짝 발표 형식의 국정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정책 내용보다는 민감한 교육 분야의 국책을 가벼이 취급한 정부의 추진 방식이 더 문제다. 교육부는 취학연령 하향에 대해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정책은 기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노동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논의돼왔다. 취학연령이 1년 당겨지면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결혼 연령을 낮추는 효과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교육계에서는 만 5세 어린이들은 정규 학교 교육 대상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단계적으로 3개월씩 취학연령을 하향할 경우 동급생 수 증가 폭을 25% 이내로 제한할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사태속에서 코로나 19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유열자가 발생하지 않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북한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청정지역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72주년이 되는 만큼 북한주민중 6.25전쟁 참여 노병들의 연령은 80에서 90대가 대부분이다. 고령 전쟁 노병들을 평양으로 초청해서 대대적인 행사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30도가 넘는 한여름 폭염과 코로나 상황에서는 결코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이렇게 해서라도 북한 주민의 혁명정신과 전투의식을 고양해서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북한 지도부의 현실과 괴리된 접근이 매우 아쉽다. 북한은 2018년 미북정상회담이후 미국에 대한 유화적 태도를 보여왔으나, 2019년 하노이 미북회담 결렬이후 ‘강대강’ ‘선대선’의 병행적 입장으로 변화하였고, 금년 들어서는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공개적이고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2018년이래 하지 않았던 ‘반미투쟁 월간행사’를 전국단위에서 진행하고 6·25 전쟁이 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에 의한 ‘보병소총과 원자탄과의 대결’이었고 지금도 미국은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선전하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
아버지가 내게 주신 문화유산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다. 선을 쌓는 집에 경사가 있고, 조상의 적덕으로 자손이 받게 되는 경사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고. 그러니 힘들어도 착하게 살면 ‘나도 이만하면 살겠구나!’ 싶을 때가 온다고 다독거려 주었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논어 맹자 노자를 줄줄 외울 정도의 독서광이었다. 동양문화의 핵이 되는 인문학 공부는 자존심을 도도히 지니게 했다. 쩨쩨하거나 천박한 일은 하지 않았다. 체면을 매우 중시했으며 수신하고 가정을 건사한 뒤 사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기원전 343년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로부터 열세 살 된 아들의 교육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왕실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훗날 알렉산더 대왕으로 불리게 되는 알렉산드로스 3세를 7년 동안 가르쳤다. 그 결과 알렉산더 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났기에 전쟁터에서도 책을 읽는 알렉산더의 두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1807년, 아리스토텔레스의 알렉산더 대왕 교육법 중 하나인 ‘논박(elenctic)’은 크리스토퍼 랭델 교수에 의해 1924
감당하기 힘든 패배나 위기를 맞이할 적에 특별한 용단을 보여줌으로써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은 인간사회에서 종종 목도되는 일이지요. 비상의 시기에 비상의 방법을 쓰는 것은 어쩌면 요긴한 지혜일 거예요. 그러나 작금 이 나라 정치에 걸핏하면 등장하는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정치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임금이 질병이나 고령으로 정사를 제대로 돌볼 수 없게 될 때 누군가 왕 대신 정사를 돌보는 것을 대리청정(代理聽政)이라고 하지요. 또 임금이 어린 나이로 즉위했을 때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정사를 돌보던 일을 수렴청정(垂簾聽政)이라고 해요. 그런데 대리청정이나 수렴청정의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추악한 모략들이 수두룩 일어나 나라를 풍전등화로 몰아넣은 역사도 없지 않았어요.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대선·지방선거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한 더불어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다소 납득이 가는 일이에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80여 일 만에 ‘비대위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정도로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난파 직전에 몰린 일은 희한한 사태예요. 더욱이 연일 쏟아지는 내홍 파열음의 진원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아귀다툼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우리는 순수하기에 우리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적(主敵)을 설정하고 폭력의 정당성을 내세울 때 도덕은 세 가치 차원에서 패배하게 된다. 첫 번째 단계는 비인간화(dehumanization)이다. 곧 주적 집단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굴이 빨갛고 뿔이 달린 도깨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콘라트 로렌츠는 나중에 동물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인종의 정치학을 위한 나치의 업무를 위한 논문에서 결함이 있는 구성원들을 갖고 있는 국가는 악성 종양을 지닌 개인과 같다고 썼다. 유대인들을 인류의 몸에 붙은 썩은 종양과 같다고 본 것이다.(90-92쪽) 남한의 국가보안법은 북조선을 반국가불법단체로 명명함으로 한반도라는 몸에서 제거해야 할 암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이 희생자라는 의식(victimhood)을 확립하는 것이다. 적들에게서 인간성을 박탈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가 자행하려는 악에 대한 책임감을 넘겨줄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기위해 스스로를 희생자로 정의한다. 따라서 살인을 하고 심지어 종족학살을 자행하는 것은 단순히 자기방어 행위가 된다. 제프리 허프가 지적한 것처럼, 히틀러와 그의 선전 요원들은 서로 완전히 모순되는 두…
윤석열 대통령이 하계 구상중이다. 취임후 3개월여 숨가쁘게 달려온 국정운영에서 재충전의 소중한 시간이 돼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는 역대 어떤 정권 초기보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새정부가 목표를 향해 이륙할 때 가장 필요한 게 국민 호응이다. 그런데 국민지지가 계속 하향세다. 하루빨리 국정동력을 살리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최우선의 큰 방향은 나와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인사 문제다. 대통령실과 정부 조각의 편중인사와 야당 패싱 장관 임명, 사적채용·민간인 순방동행 등 인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인사는 두가지 관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도덕성과 능력에서 국민에게 대리만족감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선거과정에서 공을 세우고 공직에 출사(出仕)를 기대하던 창업 공신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엄중한 눈높이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세대 등 지지 세력에 2차 울림으로 이어져 국정에 힘이 보태진다. 인사권자는 야당은 물론 국민과 집권층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집권당의 지도체제 면면도 현 정부의 평가에 큰 몫을 차지한다
『판타 레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민태기 박사의 책 제목이다. 공학자의 책이지만, 인문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명품 걸작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revolution)에 관한 새로운 발견은 데카르트를 거쳐 뉴턴 역학을 탄생시켰고, 뉴턴 역학은 열역학과 전자기학으로 이어졌다.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은 이렇게 역사에 미친 충격이 컸다. 하여 revolution은 나중에 혁명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저자인 민태기 박사는 이 이론들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잃어버린 고리’를 ‘판타 레이’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판타 레이(Panta rhei)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말로 ‘만물은 유전한다.’ 라는 뜻이다. 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과학과 경제, 사상, 철학, 역사, 음악, 미술 등과 관련된 주옥같은 이야기와 유명인사들의 삶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볼륨은 꽤 되지만 읽다 보면 책을 덮을 수 없을 만큼 재미가 쏠쏠하다. 17세기 유럽에는 커피하우스가 곳곳에서 성업 중이었다. 커피하우스는 신흥 부르주아 지식인들의 사교장이자 토론장이었다.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된 귀부인 여성들은 따로 살롱을 개설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