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 중에 하나가 ‘철밥통’이다. 교사는 공무원이라 어떤 비위를 저질러도 잘리지 않는다는 멸칭, 혹은 경기가 어려울 때는 고용 안정성의 부러움을 담은 칭찬을 담은 말이다. 여러 가지로 사용되는 거 같지만 용례를 떠올리면 대체로 멸칭에 가깝다. ‘나 때는 교사가 애들을 두드려 패도 잘리지 않았어. 그놈의 철밥통들.’ ‘교사는 철밥통이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지.’ 등등. 철밥통이란 말을 들어도 고용 안정성은 교사를 선택하는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였다’, 라는 과거형을 쓴 건 더 이상 교사는 철밥통이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위가 사라진 건 아닌데 더 이상 고용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수업 중에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서 1원 이상의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10년 동안 교사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아동 관련해서 법적 처벌을 받으면 교단을 떠나야 한다는 건 이미 정해져 있던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철밥통이 부서질 정도인가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교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교단을 떠나야 하는 게 맞다.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때리거나, 정서적 학대를 한 사람이 아이를 가르친다는 건
한때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모범적 선진국이었다. 그 중심에는 막사이사이(Ramon Magsaysay: 1907-1957) 대통령이 있었다. 가난한 고학생 출신인 그가 하숙집 주인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야간대학을 마쳤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이다. 일본의 필리핀 침략에 자원입대하여 게릴라전에 참여한 그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명성을 쌓고 전후 지역의 군정장관을 거쳐서 국방장관에 올랐다. 국방장관 재임 시에는 부패한 군 지휘관을 숙청하고 정직한 군인을 우대하였다. 공산반군의 거점인 후크발라합 지역의 게릴라들을 진압할 때는 귀순자들에게는 토지와 농기구를 마련해주고 정부군에게는 그들을 무시하지 말고 정중하게 대하도록 명령했다. 농민의 성원 없이는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이즈음이었다. 1953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그는 대통령취임식에 관용차인 크라이슬러 리무진을 거절하고 중고차를 빌려 타고 입장했다. 대통령이 거처인 말라카냥궁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해 서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게 했고 가족과 친지들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거절하였으며 도로, 교량, 건물들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새해 벽두에 정치권에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대형 화두가 던져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목소리로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진 국회의원을 비롯해 소선거구제의 꿀단지를 품고 있는 기득권 정치인들이 문제다. ‘중대선거구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주의 극복과 다양성 수렴,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로 떠올라 있다.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현역들은 이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정치개혁의 골간이다. 윤 대통령은 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이어서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김 의장은 이날 ‘선거구제 개편 방향’을 묻는 기자 질문에 “호남당 경북당이라는 지역 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등 그래서 여러 가지 선거제도를
-생과 사의 경계에서 분투하는 이들 옆에서 일부 시민들이 구급차의 붉은 경광등을 빛 삼아 떼 춤을 췄다. 사고가 난 걸 알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유흥을 멈추지 않았다.- 한 신문에 실린 칼럼 한 대목이 끔찍한 이태원 참사를 기억 속에서 다시 소환하네요. 그때 거기에 악마들이 있었군요. 어쩌면 악마는 우리에게서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흑토(黑兔) 새해가 시작됐지만, 세상이 딱히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정초예요. 이 시대 최고의 시사 논객 중 한 분인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가 지난 연말 ‘퇴마 정치’라는 제목의 새 책을 냈군요. 진보 진영에 대한 논리정연한 비판을 서슴지 않아 온 강 교수는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한 민주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도 민주당에 대해서 혹독한 쓴소리들을 늘어놨네요. 강 교수는 일찍이 다른 저서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며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고 맹타한 바 있어요. ‘퇴마 정치’에서 강 교수가 쓴 표현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윤석열 악마화’는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를 폭로하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고한 표현이군
2023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붉은 해가 솟아 오르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한 해의 건강과 안녕, 소망을 기원하였을 것이다. 올해 남북관계는 지난 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기를 소망하는 마음은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 결정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고집스러운 집착을 올 해에도 보여줄 모양이다. 지난해 연말에 있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북한은 ‘강대강’의 입장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자체 힘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자하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년차인 2023년은 북한에게는 정권수립 75주년으로 김정은 통치 성과를 과시해 보고자 하는 기대를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강성국가 실현을 위한 기대는 싫든 좋든 윤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윤정부의 통일정책은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이며 이는 이전 정부 ‘평화 번영의 한반도’에서 ‘비핵’을 앞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핵화’에 매우 부정적인 북한의 경직된 입장을 들어 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있으나, 2018년과 2019년의 경험, 즉 북핵문제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남북관계는
도시공간이 흥미로워 관련된 도서를 읽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2012년 경기남부지역 통일교육센터 상근직 강사로 2년간 활동했다. 통일교육강의를 하면서 살아온 고향에 대해 무지함을 느꼈다. 경험으로 강의를 이어가기에는 지식이 한참 부족했다. 무지함을 벗어나고자 북한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관련 수업을 듣으며 내가 살았던 공간이 궁금해졌다.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구는 시골답지 않는 도시다. 석탄이 식량만큼이나 중요해 탄맥 있는곳에 인력을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까지 고층건물이 희소하고, 하모니카로 부르는 급조된 단층집이 많았다. 생산에 집중했기에 서비스업이 부족하고 문화생활이 자유롭지 않다. 새로 나온 영화는 명절시즌에 맞추어 방영되는데, 그걸 보려고 사람들이 빼곡하게 늘어섰다. 뒷거래로 뭉치표를 구매해 야매로 파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유행되었던 음악, 무용, 영화가 흑백화면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도시연구는 평양위주로 많았고 지역도시 함흥관련 선행연구가 적었다. 중요하게 식민도시에서 사회주의도시이행 관련 연구가 없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석박사 논문을 함흥으로 준비했다. 함흥을 읽다보니 내가 살았던 고원군 수동구보다 훨씬 이야기가 많았다. 함흥은 외사촌형
지난달 29일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가 무심히 여기는 환경에 얼마나 끔찍한 위험 요소들이 숨어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 뜻밖의 사고로 5명이나 되는 귀중한 생명이 스러졌다는 사실은 어이가 없다. 유사한 방음시설이 경기도에만 무려 70개가 있다니 두렵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방음터널에 대한 화재방지 공법 도입과 안전 강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알고도 바로 고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중죄다. 이날 오후 1시 49분께 방음터널을 지나던 한 화물 트럭에서 난 불이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으며 큰불로 번졌다. 이 불로 인해 방음터널 830m 중 600m 구간이 모두 탔다. 5명 사망 이외에도 안면부 화상 등 중상 3명, 단순 연기 흡입 등 경상 38명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마른하늘 날벼락을 맞은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횡액이 나와 가족 중 누구라도 맥없이 당할 수 있는 일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기도에서의 방음터널 내 화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8월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용인 구성구로 연결되는 하동IC 고가도로에 설치된 방음터널에서…
2021년에 이어 이어 지난해 두 번째로 치러진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 이과 학생들이 문과계열 학과에 대거 지원한 것을 두고 ‘침공’이란 어휘까지 등장했다. 국어에서는 ‘화법과 작문’ 대신에 ‘언어와 매체’, 수학에서는 ‘확률과 통계’ 대신에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출신들이 훨씬 유리한 점수로 인문계열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그 비율이 80~90%에 육박했다고 한다. 그로기 상태의 인문학에 결정타를 날리는 형국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교육을 폐기해야 하나? 자기 점수를 가지고 예측할 수 있는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미세하게 보완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개혁의 차원에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해 수능 지원 결과를 보면,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국어의 ‘언어와 매체’, 수학의 ‘미적분’ 선택 비율이 재작년에 비해 각각 4.7%포인트, 5.5%포인트 늘어났다. 재작년의 경우 문과생이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가 이과생이 선택하는 ‘미적분’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에서 3점이나 적어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이 일어났었다. 어려운 문제에 가중치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학 경시대회 출전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