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식에 붉은색은 보통 위험, 정열, 공산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인식이다. 초등학교 운동회엔 항상 만국기가 줄에 매달린다. 왜 그런지 한 번이라도 생각한 교장이 있을까? 내가 보기엔 습관적 의식이다. 어릴 때부터 봤으니까 당연한 거다. 쿠베르 땅의 올림픽 정신이 제일 잘 구현된 곳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운동회일 거다. 민방위 교육장에서 선창 하는 우리의 선서는 10개를 읽어도 그냥 하나 우리는… 하나 우리는… 이다. 항목을 표기하는 ㅡ을 무의식적으로 한자 1로 생각하여 하나로 읽는 것이다. 10개를 선창해도 매번 하나면 의심해볼 만도 한데 누군가 시작했을 것이 전국 어딜 가도 똑같다. 의심하는 내가 이상하다. 각 나라 국기색 중 가장 적은 것이 검은색이다. 독일, 이집트, 시리아, 남아공, 자메이카 등이다. 찾아보니 독일은 탄압에 대한 분노란다. 남아공은 흑인을 의미하고 시리아는 아바스 왕조를 상징한다. 자메이카는 고난을 의미하고. 이번 선거를 보니 붉은색 천지다. 전국 지형도나 서울 지형도나 붉은색이 대다수인걸 보고 민심의 변화가 무섭고 이렇게 흐름을 타는 것인가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붉은색은 기피 대상이었다. 남북이
'노랑예수'. 폴 고갱(Paul Gauguin)의 그림이다. 퐁타벤(Pont-Aven) 트레말로 성당의 나무 예수상을 보고 그렸다. 2년에 걸쳐 완성된 '노랑예수'. 19세기 프랑스 북부에서 펼쳐진 예수의 수난과 그 곁을 지키며 기도하는 브르타뉴 여인들의 모습이다. 예수의 강한 윤곽선과 평면적 구성, 여인들의 독특한 음영. 인상파와 결별한 새로운 풍이다. 노랑, 주황, 녹색의 가을 팔레트는 예수의 형상을 압도하는 노랑의 메아리로 울림이 크다. 프랑스 브르타뉴지방의 퐁타벤.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밀감익기에 좋은 온화한 햇빛, 저렴한 생계비, 풍부한 현지소재. 가난한 예술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이유다. 고갱이 퐁타벤을 처음 방문한 건 1886년. 그 후 다시 찾아와 4년간 머물렀다. 야생의 마을이자 원시적인 곳. 고갱은 이런 퐁타벤을 무척 좋아했다. “화강암 위를 걷는 내 장화 소리를 들을 때, 난 그림에서 찾고자하는 은은하지만 강력하고 불투명한 소리를 듣는다”라고 표현했다. 그만의 스타일을 찾아 세계를 헤매던 고갱. 퐁타벤에서 급기야 그 꿈을 이룬다. 갑갑한 도회지생활을 벗어던지고 순수성과 고결성을 찾아 이곳에 왔다. 신선한 공기, 이국적 방언, 전통적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산업사회의 길에 들어서면서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독특한 인구분포가 형성되었다. 인구의 쏠림현상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5100만 명이라고 한다. 이중 서울과 경기, 인천의 인구가 절반이 넘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경기 도민의 인구는 1300만 명으로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는 100만 명을 넘는 거대 도시로 성장하였다. 반면에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연천군의 인구는 4만 3000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연천군에서 특히 몇 개 면의 인구는 수백 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인구밀도가 희박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아파트 한 동의 인구만 추산하여도 수천 명에 달한다. 수십 동의 아파트 단지의 인구를 대충 계산해 본다면 지방의 시군 단위의 인구를 훌쩍 뛰어넘는 계산이 나온다.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를 감당하려면 토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고층 건물을 많이 지을 수밖에 없다. 상수도, 전기, 난방, 교통을 비롯하여 주변에 생활하기 좋은 주거환경이 제공되기에 아파트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주거시설이 됐다. 어느 정도의 아파트에 거주하느냐에 따른 빈
인구와 일자리 등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 구직자 10명중 7명 이상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에 거주하며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지방근무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 근무를 기피한다는 응답이 73%(49.2% ‘다소 그렇다’, 23.6% ‘매우 그렇다’)에 이르렀다. 반면에 ‘별로 상관없다’와 ‘전혀 상관없다’는 대답은 각각 22.6%와 4.6%로 조사됐다. 또 비수도권 회사에 실제로 입사 지원하는지를 물었는데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가 34.5%나 됐다. ‘가급적 지원하지 않는다’(31.6%)까지 합하면 66%다. ‘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한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연봉이나 다른 조건이 좋아도 비수도권 회사라면 다니지 않겠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2020년 기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인구는 약 9만1000명으로 2010년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다. 비수도권 인구 중 청년 비중 역시 2010년 19.7%에서 2015년 18.8%, 2020년 17.6%로 하락했다. 수도권 인구는 1970년 28.3%에서 급속한 산업화·도시화가 진행
한겨레신문은 창간 당시 재판관련 기사를 쓸 때 속보경쟁에 밀려 한쪽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기존 행태를 바꾸기로 했었다. 여론재판의 위험성을 막기 위해서였다. 설령 뒤늦은 보도라는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공판에 참여하는 원고와 피고 양측 주장을 모두 듣고 이를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그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속보경쟁이 난무하는 현재 언론 풍토에서 이는 지켜지지 못했다. 최근에 본 다큐영화 '그대가 조국'은 속보 경쟁에 휩싸인 언론의 치명적 약점을 파고든 정치 검찰의 언론 플레이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마저 겁박하고 선별적으로 뽑아낸 진술을 기초로 언론에 흘리고 피의자들에 대한 공소장을 만드는 법 기술자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양대 교수휴게실에 놓여 있던 PC 사용 위치를 가리키는 IP번호가 앞의 세 개 번호만 같고 뒷 번호는 상이함에도 같은 위치라고 강변하는 검찰 측 억지 주장도 소개됐다.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PC를 집으로 가져가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전체 IP 번호가 일치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수사 검사가 자신이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참고인들에
어느덧 초여름의 길목인 6월이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데다가 예년보다 햇볕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돼 일찍이 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 물놀이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수변 근처에서의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물놀이 안전이다. 매년 피서철이면 익수 사고 등 물놀이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을 더욱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놀이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등 철저히 주의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수칙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수영을 하기 전에는 근육이 놀라지 않도록 반드시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해야 하고, 물에 들어갈 때는 심장에서 먼 다리, 팔, 얼굴, 가슴 순으로 물을 적셔 몸이 수온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물에 들어가서도 자신의 체력과 수영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 물놀이를 즐겨야 한다. 또한 어린이나 노약자, 수영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구명조끼를 착용해 수영 미숙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셋째, 수영 중 몸에 소름이 돋거나 피부가 당기는 느낌이 들 때는 물 밖으로 나와 몸을 따뜻
‘전환의 시대,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필자가 본지에 기고를 시작한 지 2년이 흘렀다. 주거환경 개선 등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 사회적경제기업의 연구개발(R&D)과 제조기반 조성 및 기술사업화, 마을공동체 기금조성과 활용, 사회적경제 육성 정책과 사회적기업 혁신, 일반기업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 사회적기업 창업과 성장, 지속가능한 마을 경영, 사회적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자산으로서의 기술가치, 사회적기업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위한 사회적금융, 그리고 소셜벤처와 ESG경영 등을 다루며 독자들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구하고자 하였다.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한 가지는, 생존과 지속가능 기반이 부족한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법·제도의 보완을 통해 사회적기업들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이전 정부·여당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국민으로부터 많은 권한을 위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관련 법을 법제화하지 못하고 차기 정부에 중요한 책무를 넘김으로써 사회적기업인과 사회적활동가들에게 커다란
경기도 분도론은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경기북도 설치주장이 나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당선 후엔 인수위 안에 ‘경기북도설치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하는 등 경기북도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여야 협치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당선인은 지난 7일 오후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해 김성원 위원장에게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 국민의힘 측 인사추천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협치에 동의했다. 김 도당위원장은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어 김 당선인과 생각이 같다. 과거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역대 도지사들은 정치력 약화 등의 문제로 분도를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재명 국회의원도 경기도지사 시절 분도에 반대했다. 2021년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수도권이란 이름으로 과밀화하는 걸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북부지역을 따로 떼어 분도 하고 접경지역에 맞는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기억을 환기하는 일조차 두려운 2014년 4월 16일, 언론은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사건을 보도했다. 정부발표를 검증 없이 보도했다가 초대형 오보가 된 사례였다. 정부발표도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다.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 정부발표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없었다. 더구나 학생들의 생명과 관련된 정부발표였기에 언론이 그대로 믿을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진실이 아니었다. 결국 언론이 전달한 거짓뉴스에 국민은 속았다. ‘기레기’는 이때 잉태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국토교통부가 큰 잘못을 했다. 6월 4일 오전 “장관 바뀌더니 미래를 내다보는 ’영험한‘ 국토교통부”라는 제목의 기사로 SBS 김범주 기자가 세상에 알렸다. 김 기자에 따르면 선거 이틀 전인 5월 30일 월요일 아침 7시 37분, 국토교통부는 출입기자들에게 ‘GTX 확충으로 꼭두새벽 출근길 전쟁에서 해방’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보도는 그날 오후 3시부터 해달라는 요청이 덧붙여졌다. 보도자료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 30일(월) 14시 GTX-A노선의 종착역인 동탄역 공사현장을 방문하여 지역주민과 만나…다양한 의견을 듣